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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무너뜨린 카카오…타오르는 모바일 결제시장
입력 : 2014.09.12 15: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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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국경 없이 진행되고 있는 금융과 ICT융합의 특성상 더는 대세를 거스르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메신저로 축의금·부모님 용돈 보낸다 세계적인 조류에 맞춰 국내 금융시장에도 이제 막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견고하게 지어져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둑을 무너뜨린 주인공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은행과 제휴를 통해 전자지갑에 충전된 현금으로 송금과 소액결제를 할 수 있는 전자금융 서비스를 오는 9월 출시할 예정이다. 서비스에 참여한 금융사는 국민, 우리, 농협, 외환, 기업, 제주, 광주, SC, 부산, 전북, 경남, 대구, 씨티, 수협, 하나 등 총 15개 은행이다. 콧대 높던 은행들의 마음을 돌린 것은 카카오톡이 보유한 3700만명의 가입자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직 수수료 분배 문제가 정해지지 않은 단계에서 각 은행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카카오톡이 20~3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까닭에 서비스에서 빠진 금융사의 경우 자칫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까 우려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카카오가 출시할 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사용자는 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입력해 하루 최대 50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으며 송금은 하루 최대 10만원까지 가능하다. 관리와 절차에 번거로움이 컸던 공인인증서는 필요 없다. 전자지갑에 충전된 돈은 온라인 송금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제휴 가맹점에서 하루 최대 30만원까지 사용 가능하고 NFC(근거리 무선통신)기반 자동화기기(ATM)에서 출금도 가능하다. 카카오 측은 뱅크월렛 카카오가 회원들끼리 커뮤니티 회비 납부나 경조사비, 부모님 용돈 송금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금 건당 수수료는 100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참여 은행과 수수료 분담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카오는 소액 송금뿐 아니라 카드 결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9개 카드사와 손잡고 ‘카카오 간편결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몇몇 전자결제 전문업체와 모바일 송금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도입시기와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간편결제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와 함께 업계가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판국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페이나우 플러스’가 국내 결제사업자 최초로 인증부터 결제까지 전체 프로세스 보안 및 안정성, 정보보호 통합심의 등을 포함한 금감원 보안성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엑티브X나 공인인증서 없이 앱을 설치하고 결제 정보를 등록한 후 추가절차 없이 모바일과 PC에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LG유플러스가 페이나우 플러스를 통해 한발 앞서 나갔지만 SKT와 KT 역시 간편결제와 전자지갑을 위시한 여러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결제시장에 확실한 경쟁력을 지닌 통신사들은 물론 기존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들도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신용카드 간편 인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며 칼을 갈고 있어 간편결제 시장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금융사들 여러 기업들이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불편함을 감추고 있는 곳은 금융권이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다양한 IT기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송금·결제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은행들의 먹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진출 초기단계에 불과해 이해득실을 명확히 가리기는 쉽지 않지만 가뜩이나 비대면 거래 증가로 지점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업황도 나빠져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금융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반기를 들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금융거래에 있어 아직까지는 보안사고를 우려하는 시각도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직접적으로 금융사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면서도 “단, 초기부터 금융사들이 ICT기업에 끌려갈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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