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찍과 당근 동시에 들고 나온 초이노믹스

    입력 : 2014.09.12 14: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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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 방향은 아베노믹스의 방향성과 밀접한 선이 닿아 있다. 아베노믹스는 재정·통화·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쐈다. 재정을 늘리고, 돈을 풀고, 경제구조를 바꾼다는 게 골자다. 41조원 이상의 재정정책을 구사한 최 부총리는 지난 8월 초 세법개정안에 경제 구조개혁의 요체를 담아냈다. 최 부총리가 취임 직후인 7월 말 내놓은 ‘새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재정정책이 초이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8월 초 내놓은 ‘2014 세법개정안’은 이런 면에서 초이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흘러 들어가지 못해 가계는 가처분소득이 부족하다.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여기에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당시 이러한 고민을 내비쳤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세법개정안에 담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른바 ‘3대 패키지’라고 불리는 가계 소득 늘리기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기환세), 근로소득증대세제(근소세), 배당소득증대세제(배소세)가 그것이다.

    큰 그림을 그려보자면, 기환세와 근소세는 기업을, 배소세는 주주를 향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여기서 기환세는 기업에 대한 ‘채찍’, 근소세는 ‘당근’이라는 점에서 다시 차별된다.



    투자·배당·임금 적으면 ‘채찍’ 기환세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에서 일정부분을 가계나 시장으로 보내지 않으면 일정 부분에 대해 세율을 매기는 구조다.

    순이익에서 결손금, 법인세, 이익준비금적립액, 상생협력기금을 제외한 당기소득에서 일정비율을 곱한다. 투자가 많은 기업은 당기소득에 최대 80% 곱한 뒤 투자·배당액과 임금증액분을 차감한 금액에 세율(10%)을 적용한다. 반면 투자가 적은 기업은 최대 40%를 곱한 뒤 배당액과 임금증액분을 뺀 금액에 같은 세율을 적용한다. (기재부는 일정비율을 60~80%, 20~40%로 나눠 이원화시켰고 전자는 알파, 후자는 베타로 표현했다. 알파와 베타는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계획인데 여기서는 최대로만 정했다.)

    초이노믹스의 핵심으로 불리는 기환세는 일단 2년간의 보류기간을 가지는 만큼 실제 과세는 2017년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재부는 기환세 적용 기업을 4000여 곳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납세할 금액이 얼마인지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시뮬레이션 한 결과 작년 기준으로 기환세를 적용하면 코스피200기업의 세부담은 3312억원으로 분석됐다. 46개 기업이 기환세 납부 대상이었고 144개 기업은 기환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환세 적용 시 납세액이 ‘제로(0원)’여서 주목됐는데 현대차는 그와 전혀 다르게 납세액이 983억원으로 가장 많이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는 131억원, 기업은행은 97억원, 네이버는 87억원, 동부화재는 86억원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낼지는 사실 미지수다. 페널티는 있지만 과세표준에 세율 10%를 적용하다 보니 기업들이 세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는 납세액보다 9배가 많은 비용을 투자와 배당, 임금증액으로 쏟아부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 조세정책관은 기자들과의 첫 세법개정안 백브리핑에서 이러한 말을 남겼다. “기환세를 통해서는 납세액이 0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세수를 늘리려는 게 세제도입의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똑같은 언급을 남겼다.

    하지만 세금 100억원을 내지 않기 위해서 1000억원을 투자와 배당, 임금증액을 쏟아붓는 게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기업의 선택이 퀘스천마크라는 얘기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따른 논란이 결국 기환세 도입으로 이어졌는데 과세철학과 상충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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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 임금 더 주면 ‘당근’ 앞서 설명했듯이 기환세가 채찍이라면 근소세는 당근의 역할을 한다. 투자, 배당, 임금증액 중에서 근소세가 따로 떨어져 나온 ‘당근’이 된 것은 기업소득을 가계로 직접 흐르도록 유도한다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배경에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근소세는 당해년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 평균임금 증가율의 평균을 넘으면 세액공제를 해준다. 근소세는 기환세보다 과세 계산식이 다소 까다롭다.

    가령 1년차부터 4년차까지 중소기업인 홍길동상사의 평균임금이 5000만원, 5100만원, 5300만원, 5400만원으로 순차적으로 오르다가 5년차에 5700만원으로 인상됐다고 가정해보자. 또 홍길동상사의 일반근로자는 180명, 2억원 이상 고액연봉자 10명, 임원 10명이다. 이때 4년차 대비 5년차 임금상승액은 300만원, 상승률은 5.6%가 된다. 1년차 대비 2년차는 100만원(2.0%), 2년차 대비 3년차는 200만원(3.92%), 3년차 대비 4년차는 100만원(1.89%)이 되므로 3년간 상승률 평균은 약 2.6%다.

    이쯤에서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5.6%가 2.6%보다 크다는 점에 주목할 것이다. 홍길동 상사는 세제지원 대상이다. 직전 3년간 평균임금에 2.6%가 더해진 5540만원을 우선 설정하고 5700만원에서 5540만원을 제한 160만원에 직원수(180명)을 곱한 2억8800만원 중에서 10%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대기업이라면 세율은 5%다.

    기환세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근소세를 작년 기준으로 적용하면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거둬들이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작년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해보니 코스피200기업 가운데 23% 기업이 근소세 지원 대상이 되고 공제액은 679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228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물산이 57억원, LG화학이 56억원, LG전자가 47억원, KT가 41억원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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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액주주 배당세는 36% 줄어 배당소득세는 기환세, 근소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배당을 촉진하려고 고배당주식에 대한 세율을 3년간 낮춰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기업에 대한 채찍이나 당근이 아니라 가계나 소액주주가 고배당주식을 사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 전체적으로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기재부에 따르면 고배당기업의 소액주주는 원천징수세율이 14%에서 9%로 낮아진다. 배당소득을 한 해 500만원 벌어들였다면 이 가운데 14%인 70만원의 배당소득세가 9%로 낮아진 45만원으로 줄어든다. 25만원의 차액은 70만원에 비해 세부담을 36%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고배당주식에 대해 종합과세 대상자에게는 단일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지는데 과세율은 25%다. 가령 배당소득으로 100만원을 벌어들였다면 종합과세 시 38%를 감안하면 세부담액은 31만원인데, 분리과세 시 25%가 적용돼 25만원만 내면 된다. 31만원에 비해 19.8% 줄어든 25만원만 납세하면 되는 구조여서 20%가량의 세금 경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세법개정안 따른 개인 재테크 전략 이렇게 짜라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6일 공개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는 개인과 가계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새 경제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의 세부담을 낮추는 대신 고소득자와 부자, 대기업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는 여러 방안을 내놓았다. ‘세(稅) 테크’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년부터 절세가 가능한 항목들을 하나씩 따져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줄줄 새는 세금만 차단해도 큰돈을 절약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서민들의 주택구입 부담을 경감할 목적으로 내년 1월분 장기주택저당차입금(주택담보대출)부터 이자 소득공제 대상과 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만기 15년 이상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일 때만 연 15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했지만, 이 공제 한도가 1800만원으로 300만원 늘어나는 것이다. 또 만기 10년 이상 고정금리 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인 경우 지금까지는 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무주택세대주 근로자에 대한 주택청약 종합저축 소득공제 납입한도는 12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2배 늘어난다. 즉 연말정산을 할 때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금액 증대로 과세표준액이 최대 48만원까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내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240만원을 납부한다면 내후년 소득공제에서 과세표준액에 적용하는 소득세율(6~38%)에 따라 3만~18만원가량 추가 환급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보다 환급액이 큰 세액공제에도 혜택이 있다. 지금까지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 납입한 금액을 더해 400만원까지 납입액의 12% 세액공제를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연금계좌 세액공제와 별도로 퇴직연금 납입액에 대해 700만원까지 납입액의 12%를 세액공제한다.

    자연스럽게 연말정산 세액공제 가능 금액도 최대 36만원 증가(현행 48만원→개정 84만원)한다. 일반 회사원의 경우 퇴직연금을 해당 회사가 내주는 방식이지만 근로자가 추가로 퇴직연금에 불입할 수도 있다. 물론 원하는 금융회사에 개인퇴직연금(IRP) 계좌를 만들고 개인이 직접 퇴직연금을 추가 불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총급여 2500만원 이하 고졸 및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재형저축 의무 가입기간은 7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고,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소득공제 장기펀드 납입액 중 40%에 소득공제를 적용하는 등 서민층을 위한 대책들도 마련됐다. 다만 그동안 직장인들의 기본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됐던 세금우대저축(1000만원 한도, 이자소득세 9.5% 적용)은 생계형저축과 통합돼 ‘비과세종합저축’으로 명칭이 바뀌며 가입자 역시 60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으로 한정된다.

    은퇴 이후 퇴직연금을 수령할 땐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이 유리해진다. 내년 1월부터 연금계좌에서 인출하는 건에 대해서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 수령에 비해 30%의 세액을 경감해 주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10년 근속한 퇴직자가 퇴직연금에서 퇴직금을 1억원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 퇴직소득세가 355만원이지만 10년간 연 1000만원씩 분할수령하면 연금소득세가 249만원(355만원×70%)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망이나 의료비 등 부득이한 사유로 연금계좌를 중도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퇴직연금을 받으면 현행 12% 분리과세 대신 연금소득과 동일하게 저율(3~5%)의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퇴직금을 일시수령할 때 납부하는 퇴직소득 과세제도는 그동안 정률공제 40%를 일괄 적용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세부담이 높았던 비판을 받아들여 2016년부터 소득에 따라 세부담을 차등하는 방식(15~100% 차등공제)으로 조정된다. 근속연수 20년인 퇴직자의 총급여가 7000만원(퇴직금 1억1700만원)이라면 세부담이 현재 362만원에서 108만원으로 감소하지만 총급여가 2억원인 고소득 퇴직자의 세부담은 1322만원에서 2706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퇴직급여 공제대상 281만명(2012년 기준) 중 해당 제도를 적용하면 고소득자 5만3000명의 세부담이 증가하고 나머지 98%는 세부담이 감소한다.

    올해 4월 벌어진 ‘세월호 참사’ 이후 급격하게 위축된 소비를 일으키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신용카드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적용기한을 2016년 말까지 2년 연장(공제율 15%)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2014년 7월~2015년 6월)까지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40%로 10%포인트 높여 잡았다. 만약 지난해 신용카드 1250만원과 체크카드 400만원(총 사용액 1650만원)을 사용한 연봉 5000만원 근로자가 올해 신용카드 1250만원과 체크카드 700만원(상반기 200만원·하반기 500만원)을 사용했다고 가정한다면 2015년 연말정산 때 210만원을 공제받지만 2016년 연말정산 때는 30만원 증가한 24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개인·가계와 관계된 내년도 세법개정안 주요내용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기한 2년 연장 (2016년 까지)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 30%→40% 적용

    - 2014년 7월~2015년 6월 사용액 증가분으로 근로자 본인의 2014년 하반기,

    2015년 상반기 사용금액이 각각 전년도 연간사용액의 50%보다 증가한 금액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무주택세대주 근로자,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납입한도 120만원→240만원 확대

    - 총급여 7000만원 초과 근로자는 3년간 납입한도(120만원) 유지

    ▶퇴직연금 납입한도 300만원 추가 확대

    - 현행 연금저축+퇴직연금 400만원→개정 400만원+퇴직연금 한도 300만원

    ▶퇴직금 연금수령 시 일시금 수령에 비해 세금부담 30% 경감

    ▶퇴직금 정률공제(40%)를 퇴직급여수준별 차등공제(15~100%)로 전환

    - 고액퇴직자에게 유리한 퇴직소득 과세체계 개편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소득공제 대상·한도 확대

    - 만기 15년 이상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연 1500만원→1800만원 공제

    - 만기 10년 이상 고정금리 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은 연 300만원 소득공제 신설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400달러→600달러 상향

    ▶영유아용 기저귀·분유 부가세 면제 적용기한 3년 연장(2017년까지)

    ▶경차연료에 대한 유류세 환급 특례 2년 연장 (2016년까지)

    ▶일반 고속버스 운송용역에 대해 3년간 부가세 면제(2016년까지)

    [김유태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 박윤수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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