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자강국 선봉장 경기 농업기술원…가시 없는 장미로 대박

    입력 : 2014.06.09 17:14:29

  • 중량천 장미터널, 목동교에서 장평교까지 5.15㎞ 구간에 장미가 만발해 시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중량천 장미터널, 목동교에서 장평교까지 5.15㎞ 구간에 장미가 만발해 시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선인장과 유럽 왕실 정원에 아름답게 피는 꽃으로 유명한 장미는 사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다. 경기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유통 중인 다양한 선인장 중 약 70%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종자를 통해 길러진다. 특히 경기 농업기술원은 “선인장을 보면 다양한 색깔을 가진 상품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가운데 15종이 국내에서 개발한 종자를 통해 육성됐다”고 말했다.

    장미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핑크색 장미가 사실 한국 기술로 개발됐다는 점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경기 농업기술원은 “한국에서 생산된 장미종자는 현재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으며, 외래종을 육성하던 한국 화훼농가들 역시 약 25% 이상 한국 품종으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국화를 비롯해 쌀, 야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산 종자들이 각광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튤립 수출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처럼 우리나라 역시 ‘종자강국’의 반열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미로 대박 낸 경기 농업기술원 상전벽해가 진행 중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바로 이곳을 건너 병점역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슬레이트 임시건물과 공장건물들이 즐비하다. 특히 공장 사이사이로 넓고 직사각형의 비닐하우스가 자리해 있어 부조화된 모습이다. 이곳에 세계 꽃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경기 농업기술원이 자리해 있다.

    경기 농기원은 세계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15종의 컬러 선인장의 품종과 핑크색 장미 등의 다양한 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장미 종묘는 2009년 첫 수출 이후 6년 동안 212만주가 수출됐다. 해외에 로열티를 주고 재배해왔던 장미를 이제는 우리나라가 로열티를 받고 수출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장미 종묘의 수출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6년 동안 212만주의 장미 종묘를 수출했지만, 이중 절반에 가까운 104만주가 지난해에 수출된 물량이다. 세계 장미 종자 시장에서 아직 2~3% 정도의 거래량이지만, 유럽의 종자연구소들이 경기 농기원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경기 농기원에 따르면 장미 종묘는 현재 5개 품종이 주로 수출되고 있다. 그린뷰티, 딥퍼플, 락파이어, 실버셰도우, 아이스베어가 그것이다. 수출량은 지난 2009년 5만주에서 2010년 11만주, 2011년 16만주, 2012년 51만주, 2013년 104만주, 올해 2월 현재 24만9000주 비롯해 212만주 수출하는 등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2009년 가장 먼저 수출길에 오른 ‘그린뷰티’ 장미는 살구색과 연한 녹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장미로, 남미 에콰도르, 아프리카 케냐에 판매됐다. ‘그린뷰티’는 지난 2005년 탄생한 신품종으로 꽃잎 수가 많고 꽃을 꺾은 뒤에도 수명이 긴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딥퍼플’ 장미는 지난 2012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화훼박람회 품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얼굴을 알렸다. 가시 없는 장미로도 유명한 딥퍼플은 지난 2011년 수출 첫해 4만9000주, 2012년 42만주가 팔리고 모스크바 박람회 수상 뒤인 지난해 103만3000주가 팔리는 등 대박을 터뜨렸다. 단일품종으로 누적 172만7000주를 수출하는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면 장미 종묘로 경기도가 벌어들인 로열티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경기 농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로열티 수입만 212만달러(약 21억7300만원)에 달한다. 경기 농기원 관계자는 “글로벌 장미 품종은 지난 200년 동안 유럽 시장이 주도해왔다”며 “하지만 품종 개발 20년 만에 우리가 개발한 장미들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선인장은 세계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접목선인장은 미국와 일본을 비롯해 33개국에 수출 중인데, 연간 250만~300만달러 정도의 수출액을 기록 중이다. 특히 세계 꽃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컬러 선인장의 경우 국내에서만 생산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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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훼농가는 경쟁력 부족으로 감소세 그러나 농업진흥청과 농업기술원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종자개량을 통해 새로운 종묘와 종자들을 개발했지만, 국내 농업 수출경쟁력은 아직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관계자들은 국내 화훼 수출규모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제 관세청은 지난 4월 4일 <최근 주요 절화 교역 동향>을 통해 올해 3월까지 4개 품목(백합, 장미, 국화, 심비디움) 수출누계가 전년대비 49.5% 감소했다고 밝혔다. 종묘수출량은 늘고 있지만, 화훼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절화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줄고 있다는 게 농업기술원의 진단이다. 지난해 4개 품목의 수출규모는 5550억톤 4260만달러로 3년간 수출량은 20.2%, 수출액은 40.4%가 감소했다. 반면 수입량은 크게 늘었다. 국화의 경우 수입액과 수입량이 각각 443.7%와 93.5% 늘었고, 카네이션이 338.3%/59.1%, 장미가 254.6%/142.4%, 심비디움이 90.4%/24.6% 증가했다. 한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국내 장미 재배 면적의 약 40%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는데, 부동산 개발로 인해 재배 면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높아진 부동산가격으로 농업을 포기하는 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경기 농기원은 화훼농가들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R&D 성과는 물론 농가소득 확충을 위한 ‘마케팅 지원팀’을 운영 중이다. 우수한 농업 R&D 기술과 신품종을 수요자에게 전달하고, 화훼농가의 소득을 늘리겠다는 게 경기 농기원의 각오다.

    갓 출범한 마케팅지원팀의 성과는 적지만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11일까지 경기도 고양 호수공원에서 개최된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장미, 국화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신품종설명회를 열어 높은 호응을 받은 바 있고 전시부스를 찾은 해외 바이어에게도 홍보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 상해에서 열린 ‘상해국제식품박람회’에 경기도가 개발해 기술 이전한 막걸리, 식혜 등 10개 품목을 전시했고,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상해사무소에 경기도 개발 농식품의 상설전시 및 바이어 발굴 협조를 요청하는 등 연구 성과물의 수출확대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이 되면 세계 꽃시장 규모는 약 1650억달러(약 169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2021년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종자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농촌에는 여전히 사람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세심한 대책 마련과 진정성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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