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율적인 복지정책 묘수 없나

    입력 : 2014.04.25 11: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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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는 지난 1월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30대 국가중점과학기술을 제시하고, 오는 2023년까지 핵심기술, 인프라 등에 장기적인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제시한 셈이다.

    한국을 비롯해 최근 세계 각국 정부가 경제발전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국가의 중요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이 부분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유일한 동인이 될 경우 국가가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정책 입안자들도 인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국가 전략과 옳은 방향으로 복지를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국민이 객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수준을 평가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일례로 부탄은 국민총행복지수(GNH)라는 접근법을 자체 개발했다. 부탄은 국민총행복지수를 통해 심리적 복지, 보건, 교육 등 9개 영역을 분석하는 124개 설문문항을 기반으로 국민이 필요로 하는 복지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각 정책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점수를 산정하고, 정책수립을 감독하는 중앙정부기획기관으로 국민총행복위원회(Gross National Happiness Commission)를 설립해 필요할 경우 정책을 수정, 보완해 나갔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1999년부터 데이터를 취합해 교육, 보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삶의 질 지수(Quality of Life Index)를 발표했다. 2013년 9월에는 2014년도 정부 예산안 과정에서 피드백을 취합하기 위해 포커스 그룹 분석을 실시하고, 정부 정책의 효과를 전체 국민 복지개선 관점에서도 논의했다. 이는 여성 경제참여율 증대 등 복지강화를 위한 조치가 예산편성이 반영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그 해 12월에는 더 나아가 말레이시아 복지지수(Malaysian Well-Being Index)를 내놓았다.

    이렇게 측정된 결과는 정부, 비정부기관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글로벌 기업이 해외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때, 대상 국가의 표면적인 경제지표만 전략으로 세우는 것보다 각 국가의 개별적이고 독특한 복지정책을 기반으로 세운 전략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복지를 평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상황이 비슷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여러 경제 부문 중 어디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교육 및 보건 증진을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에 BCG는 지속가능한경제발전평가(SEDA)를 개발하고 2012년부터 149개국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소득, 인프라, 보건, 경제적 안전성 등 10가지를 기준으로 평가했으며, 이를 경제성장률, 부와 비교해 각 국의 복지상황을 비교했다.

    동일한 툴을 통해 각국을 평가하고 국가와 기업이 국가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민 복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국의 성과가 동료 국가와 비교해 어떠한지 관심이 높은 만큼 보다 상대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이 이뤄지도록 했다. BCG는 SEDA를 개발한 이후 6개 대륙의 20개 이상 국가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며, 이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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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성장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복지 증진 복지는 성장의 반대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느 정도 부를 갖춘 국가에 국한된 얘기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복지 증진과 경제성장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각 국 상황에 알맞은 복지 접근법을 적용하면 어떤 국가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BCG 조사결과, 경제 성장속도가 비슷한 국가들은 복지 증진 요인과 관련해 일부 접근법의 유사점을 가지고 있었다.

    성장률이 상이한 국가들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성장률과 복지를 연계시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세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GDP 증가율(2007년부터 2012년 사이 1인당 GDP 증가율 기준)이 상이한 중국, 터키, 멕시코 3개국을 집중 분석해봤다. 현재 중국은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고, 터키는 중간 수준 그리고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비교적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3개국의 복지성과를 두 가지 기준으로 평가했다. 첫 번째로 현재 복지수준과 복지 개선 상황 측면에서 이들 국가의 상태를 알아봤다. 현재 복지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복지 증진의 여지가 더 큼에도 불구하고 3개국 모두 최근 복지 개선상황과 관련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 외에 눈에 띄는 국가는 현재와 최근 복지 개선상황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둔 폴란드와 한국이다.

    둘째, 성장 대비 복지 계수를 국가의 부와 대비해 평가함으로써 이들 국가가 부와 성장을 얼마나 잘 복지로 전환시켰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의 복지 증진 속도는 세계 상위 국가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터키와 멕시코 역시 성장 대비 복지 계수가 평균 이상이었다. 성장률을 감안했을 때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복지를 증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 중에도 두드러진 결과를 보인 경우가 있다. 브라질의 경우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가 나타났고, 캄보디아는 국가의 부와 성장 모두를 복지 증진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다만,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성장률이 달라 대표성을 갖기에 적당한 국가는 중국, 터키, 멕시코였다.

    ※ 44호에서 계속...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더글라스 빌 두바이오피스 파트너·엔리케 루에다-사바테르 수석고문]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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