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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50대 新여성 루비족이 돌아왔다
입력 : 2014.04.25 10: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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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4층 팝업스토어 오토그라프 매장
“숙녀복은 싫어요”…젊어지는 누나들 루비족은 신선하고(Refresh), 비범하면서도(Uncommon), 아름답고(Beautiful), 젊은(Young) 40~50대 여성을 일컫는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자신의 삶은 늘 뒷전에 미뤄두던 이전의 어머니 상과 달리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가꿔가는 신여성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인기 케이블 TV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의 인기 요인도 이런 루비족의 부상과 연관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40~60대 여배우 4명과 젊은 남자 배우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는 콘셉트로 큰 주목을 받았다. 여배우들은 30대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했고, 청바지와 스니커즈를 신고 활기차게 거리를 누볐다. 이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 중 상당수는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이었다. 시청자들은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며 공감했다.
세련된 젊은 감각의 50~60대 여성 고객 루비족은 소리 없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영캐주얼 매장에서 딸과 함께 옷을 고르는 50대 여성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어머님 옷차림’인 강렬한 원색이나 페이즐리 패턴 대신 심플하고 간결한 디자인과 패턴을 선택한다.
이주현 롯데백화점 여성패션MD팀 CMD(선임상품기획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매장을 찾는 50~60대 고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컨템포러리나 커리어, 트레디셔널 의류 등 기존 20~30대가 선호하는 스타일로 전환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고 했다. 랄프로렌이나 타미힐피거, 모조에스핀, 미니멈 등 브랜드에서는 이런 고객층을 위해 스타일에 따라 77사이즈도 제작 발주하기도 한다.
조환섭 롯데백화점 여성패션MD팀 팀장은 “예전에는 50~60대 고객들이 자녀와 함께 쇼핑을 했었지만, 최근에는 50~60대 고객끼리 문화센터 강좌를 듣고, 쇼핑을 하는 등 그들만의 커뮤니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모피, 디자이너 브랜드 등 전통적인 상품군을 선호했지만, 점차 연령대 경계가 사라져 젊은 감각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트렌드에 따라 올해 봄·여름시즌부터 50~6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어덜트 컨템포러리’라는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었다. 제품력은 유지하되, 기존의 디자이너 시니어 브랜드에 비해 가격대를 낮춰 접근성을 높였다.
건강기능식품도 루비족의 주요 구매 품목 중 하나다. 활력을 주는 비타민과 홍삼류가 잘 팔리고, 40~50대 여성의 고민인 갱년기 증상을 완화해주는 제품들도 루비족 덕분에 매출에 날개를 달았다.
KGC인삼공사가 만드는 갱년기 여성용 복합건강기능식품 ‘화애락퀸’은 지난해 4월 출시 1년 만에 매출 207억원을 올렸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베스트셀러 제품이 많은 정관장 제품 중 신제품이 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구매고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95%의 소비자가 ‘내가 섭취하기 위해 구매했다’고 답했고, 40~50대 구매고객이 전체의 73.1%를 차지했다. 타킷인 ‘루비족’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셈이다. 인명숙 정관장 문래본점 매니저는 “이전에는 자녀나 남편을 위해 홍삼을 구매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본인이 직접 먹기 위해 홍삼을 사는 40~50대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
20대 고객보다 씀씀이 30% 이상 커 젊고 건강하게 살겠다, 나를 꾸미겠다는 욕망에 충실한 40~50대 고객은 소비시장을 움직이는 거대한 동력이다. 특히 50대의 영향력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경기 불황으로 실질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20~30대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50대 소득은 꾸준히 불어난다.
※ 44호에서 계속... [이유진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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