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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조명은 벌써 밝혀졌다
입력 : 2014.04.25 10: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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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조명 시연
사무실에 도착한 A씨는 컴퓨터를 켜고 책상 스탠드는 밝게, 천장 조명 밝기는 조금 낮췄다. 오전에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2시간 정도 업무에 열중하다 보니 몸이 피곤했다. 의자에 등을 기댄 뒤 그는 스마트폰으로 사무실 조명을 은은한 빛으로 바꿨다. 몸의 긴장이 풀어지며 피곤이 달아나는 듯하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 선물과 저녁에 먹을 음식을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 그는 매장에 들어서자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원하는 상품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검색했다. 이 백화점은 상품을 비추는 조명에 센서를 달아 쇼핑객이 스마트폰으로 상품의 위치와 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덕분에 A씨는 매장 직원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어렵지 않게 상품이 있는 곳을 찾아 적용되는 프로모션을 모두 활용해 비교적 싼 값에 아들의 선물을 구매할 수 있었다.
퇴근길. 차를 몰고 집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그동안 희미하게 켜져 있던 가로등이 환해진다. 대낮같이 밝아 운전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A씨가 사는 동네의 가로등은 사람이나 자동차의 움직임을 감지해 가장 적절한 밝기로 빛을 낸다. 모든 가로등에는 카메라가 내장돼 있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밤길을 혼자 다녀도 조명이 이중삼중으로 지켜주는 셈이다. 정부는 A씨가 사는 동네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시골의 후미진 골목에서도 사람들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조명에 달린 센서와 통신망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스마트 조명 ‘필립스 휴’를 적용한 서재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조명건축 박람회(Light + Building 2014)’는 이 사실을 확인하는 행사였다. 필립스와 오스람 등 약 2400개 글로벌 업체들이 참가해 첨단 조명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LG이노텍, LG화학, 서울반도체 등 한국 기업도 25개사나 참여했다.
부스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ICT와 조명, 센서를 연결하는 융합기술이었다. 글로벌 선두업체인 필립스는 ‘조명으로 사물과 사물, 사물과 삶, 삶과 삶을 연결한다(Connecting the world with light)’는 비전을 내세웠다. 조명이 단순히 빛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 인터넷과 통신 기술과 결합해 사람과 공간, 환경을 잇는 ‘커넥티드(Connected)’ 분야로 영역을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커넥티드 조명은 사용자의 취향과 기분에 따른 맞춤형 공간을 연출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비싼 전기료 때문에 제한을 받았던 건물 외관의 조명 예술도 활성화할 수 있다.
에릭 론돌라 필립스 조명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램프와 초로 불을 피워 어둠을 밝힌 조명이 1세대, 전기를 동력으로 빛을 발하는 전구가 등장해 산업혁명 시기를 앞당긴 조명이 2세대라면 앞으로는 사람과 장소, 환경을 지능적인 방식으로 연결하는 제 3의 조명, 즉 디지털 조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렇듯 조명의 혁명을 이끌 수 있는 중심에는 ‘LED’가 자리잡고 있다. LED조명은 ICT와 쉽게 연동될 수 있기 때문에 사물인터넷시대에 적합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든다. 아직 LED가 전체 조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전망은 매우 밝다.
LG이노텍이 개발한 OLED 조명
LED조명이 더 많이 보급될수록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적용 범위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선두업체답게 필립스는 2012년 가을 일찌감치 조명의 사물인터넷 개념을 적용한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휴(hue)’라는 이름의 스마트조명이다.
1600만 가지의 색상 표현과 알람 세팅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LED조명으로 전용 앱을 통해 외출과 귀가 시간,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자동 점등과 소등을 할 수 있다. 음식 조리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조리가 끝난 시점에 조명이 켜지도록 한다. 위치를 인식하는 지오펜싱(Geofencing) 기능으로 외출과 동시에 조명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는 설정도 가능하다.
이 뿐 아니다. 날씨와 연동해 기온이 영상 아래로 내려가거나 비가 오면 조명이 파란색으로 바뀌고 지진이 관측될 때 조명을 깜박거림으로 경고하기도 한다. 주가 정보와 연계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하락세로 장을 마감하면 붉은색 조명이 켜지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음악 플레이어 앱인 스크로블드 트랙 채널과 연동해 현재 듣고 있는 가수의 앨범 재킷 색상으로 조명 색을 변경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는 다양한 조명 효과로 기분을 낼 수 있다.
‘휴’와 같은 스마트조명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백화점과 할인점 같은 쇼핑 매장 곳곳에 설치된 조명이 가시광선을 통해 각각의 위치를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원리를 활용하면 상품 위치 정보 뿐 아니라 각종 프로모션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마트 등 일부 매장에서 시범 적용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쇼핑객은 원하는 제품을 좋은 조건에 매입할 수 있고 유통업체도 매출액을 늘릴 수 있다.
※ 44호에서 계속... [장박원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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