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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수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한양리더십센터장 | 과거 방식대로 열심히만 하면 반드시 실패
입력 : 2014.02.07 11: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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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방정식이 바뀐 겁니까. 예전에는 ‘나를 따르라’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한두 사람이 모든 걸 관장하고 그 사람만 따라가면 되는 시대였어요. 지금은 저성장 상시 위기에요. 그런데 그럼에도 대박을 터뜨리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양되는 기업은 있어도 사양되는 산업은 없어요. 성공방정식이 바뀌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리더십이란 단어는 그대로 있지만 방법론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적응이 문제죠.
흔히 리더십을 논할 때 삼성그룹이 빠지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근무했는데, 삼성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삼성만의 특이점이라기보다 누구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얼마나 실행에 옮기느냐의 차이죠.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에요. 알고는 있는데 누가 더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느냐의 문제입니다. 삼성의 경우 한 방향 조직문화가 굉장히 강합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면 모두가 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쟁사들은 삼성전자만이 아닌, 삼성그룹의 응집력을 두려워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조직문화죠. 수십 년 동안 다져온 강점을 강화시키고 한 방향으로 통하는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한 사람의 리더보다 조직문화가 중요한 건가요. 조직문화는 혼이 살아있는 조직을 만듭니다. 어느 누가 들고 나든 조직이 똘똘 뭉쳐 전진하는 것이죠. 그 안에 중요한 미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구성원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회사의 존재 이유, 다른 말로 경영이념, 경영철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둘째, 비전이죠. 5년 뒤 10년 뒤에 기업의 모습을 제시해야 합니다. 오래 전부터 삼성은 세계 초일류 기업을 비전으로 내세웠고 월드베스트 상품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가치에요. 튼튼한 조직문화는 날 밤 새면서 벼락치기한다고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회사의 위기는 직원들이 만드는 게 아니에요. 리더가 만들고, 리더가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이 아니라 퇴고하게 됩니다. 불타는 승강장에 내몰리게 되죠. 리더십의 시작은 조직문화, 한 방향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리더의 입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조직문화가 무너진 곳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으로 이끄는 능력이 리더십입니다. 리더십에는 크게 네 가지가 필요한데요. 첫째가 방향과 원칙입니다. 두 사람 이상이 길을 가는데 방향과 원칙이 없으면 얼마나 혼란스럽겠어요. 또 그 원칙 안에 비전과 미션, 가치를 수립해야겠죠. 그런데 이러한 요소는 누구에게 물어서 만드는 게 아닙니다. 리더가 초안을 잡아야 하고 리더의 입으로 전파되지 않으면 힘이 사라지게 됩니다. 액자 속에 들어있는 가치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잠재역량을 끌어내고 몰입시키는 근간이죠. 리더의 입을 통해 나온 말 한 마디가 명확할수록 많은 구성원들이 동참하게 됩니다. 이른바 푯대가 되는 것이죠.
푯대가 되기 위한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 시대인데요. 1970년대 토마스 쿤이 패러다임이란 말을 했어요. 패러다임을 바꾸라고들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수많은 지식, 가치, 이론 등 의사결정을 하는 기준이 패러다임입니다. 현재는 글로벌, 다양성, 창의성, 저성장 등이 패러다임이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까요. 과거와는 전혀 달라야죠. 과거의 무엇은 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21세기형으로 가자고 말은 하면서 20세기 방식으로 맞물리고 있어요. 일례로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한국의 위기 중 하나가 21세기형이 아니라 20세기 리더십의 끝물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는 거예요.
21세기형 리더십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겁니까. 리더십에 필요한 네 가지 요소 중 두 번째는 진정성입니다. 말 그대로 내가 모시는 리더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냐 이겁니다. 리더가 정직하지 못하면 따라갈 수가 없어요. 아무리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하고 큰 그림을 잘 그린다 해도 선뜻 동참할 수 없습니다. 요즘엔 진성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방향과 원칙이 가치를 중시하는 리더십이라면 진정성은 진성 리더십입니다. 그 안에 정직과 신뢰가 있는데, 이 부분이 흔들리면 존경심이란 건 없습니다.
소통의 가장 큰 덕목이라면. 나와는 전혀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리더도 집에 가면 가장이에요. 예전에는 가장이 가부장이었죠. 지금은 그렇게 했다간 갈등만 생길 뿐입니다. 무언가 내 자식에게도 장점이 있겠지, 다양성이 있겠지. 그걸 찾아내는 게 리더의 소통입니다.
리더십에 요구되는 마지막 요소는 무엇입니까. 변화와 혁신입니다. 고집부리지 말아야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굉장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쓰러졌습니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기업들이 왜 위기에 빠졌을까요. 조직 안의 리더들이 멍청해서?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조직에도 인재들이 엄청났어요. 문제는 예전의 성공방정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는 겁니다. 그 방식 그대로 더 열심히 일했는데, 20세기 패러다임으로 열심히 일하는 게 21세기에도 여전히 통할까요. 멈춰야 하는 순간에 그러질 못했습니다. 리더가 스톱이라고 외쳐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죠. 결국 리더는 변화와 혁신의 선두에 서야 합니다.
결국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리더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요. 학습이란 단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닝(Learn ing)은 진행형이죠. 변화에 대응해가는 능동적인 프로세스가 곧 학습입니다. 나이보다 변화와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30~40대는 21세기형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섰습니다.
그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 리더십의 이슈인데요. 밀레니엄세대 혹은 Y세대라고 하는 그 분들은 윗세대와는 패턴이 전혀 다릅니다. 쓰고 계산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그렇죠. PC가 아니라 볼펜으로 품위서 쓰던 세대와 어떻게 같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그런 젊은 세대들을 마구 끄집어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세계 각국 사람들과 어울려 일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그게 창조경제죠. 또 하나 제언하고 싶은 건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면 안 됩니다.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거론되는 게 이스라엘인데, 그들은 선배라는 단어가 없어요. 우린 조직에 들어가면 선배님이란 말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건 내가 당신의 말에 복종을 하겠다는 것이죠. 앞으로는 저돌적이고 당돌한 문화가 나와야 합니다.
최근에는 경영에 인문학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돕니다. 기술은 새롭지만 사람의 갈등은 늘 반복됩니다. 인문은 사람 문제에요.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다루는 문제인데, 공부할수록 숨은 노하우를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죠.
초보임원이 꼭 챙겨야할 덕목이라면 권유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마이클 왓킨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쓴 <90일 안에 장악하라>인데,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매뉴얼이에요. 우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간부에서 경영자가 된 것이죠. 부장은 부장급 사원이고 임원은 회사의 경영진입니다. 부장 때 열심히 해서 임원이 됐으니 그때처럼 열심히 일하면 어떻게 될까요. 전혀 되는 게 없습니다. 부장은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하는데 경영진은 멀리 보고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임원이 됐다면 회사가 당신의 미래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는 방증이에요. 그런데 부장의 연장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건 100% 실패합니다. 이른바 2~3세 경영이 화두인데, 로열패밀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덕목도 있을 텐데요. 평직원으로 입사해 임원이 된 것과 로열패밀리로 임원이 된 것은 다르죠. 생각하는 패턴이 달라야 합니다. 주인 아닙니까. 임원은 5년, 10년을 잘해야 할 것이고 로열패밀리는 50년,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비전과 미션, 가치가 그 누구보다 중요하죠.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교육이 동반돼야 합니다. 성장할 때의 기업은 많은 시련과 과제를 극복해야 하지만 쓰러지는 기업은 수직으로 낙하합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리더의 덕목 (<리더가 답이다> 中)
실행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이 책의 목표는 리더의 리더십 회복과 혁신을 돕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은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변화에 자발적으로 도전하려는 사람이 성공하고, 창의와 열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인정받는다. -27p
조직이 비전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처럼 개인도 비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비전은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있고 없음이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고, 우습게 보이는 비전이라 하더라도 비전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과 비전 없이 사는 사람은 결국 그 끝이 크게 다르다. -78p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지만 리더다운 리더가 되는 것은 어렵다. 다시 말해 심리적 자유를 줄 수 있는 환경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리더가 구성원들의 행복감을 높여주는 리더다. -107p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을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체계적으로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라는 요소는 늘릴 수 없고, 저장할 수도 없다. 따라서 성공하려면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135p
사람들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어도 상사를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사와 함께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원하는 성과를 거두느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입장에서 리더와 뜻을 같이 하는 팔로워를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52p
Y형 리더는 직원 하나하나가 능력이 있고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로 본다. 또한 직원들은 업무를 즐길 줄 알고 자기관리를 통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Y형 리더는 직원들을 존중하고, 신뢰와 과정을 중요시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실패도 인정한다. -172p
피드백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코멘트와 부정적인 코멘트의 적절한 조화인데, 연구에 의하면 5~6번 정도의 칭찬 코멘트에 꾸지람 한마디는 들어가야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184p
질문이 바뀌면 답이 바뀌고, 질문이 바뀌면 경영 전략이 바뀌며, 질문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질문으로 핵심을 찌르고 스스로 깨우치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98p
코칭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리더 중심에서 팀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코칭 스킬의 핵심은 대화 기술을 바꾸는 것이다. 팀원에게 질문을 던지고, 팀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팀원을 칭찬하고 격려하면 조직의 성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217p
리더가 되면 게임의 룰이 바뀐다. 리더가 되기 전까지는 리그전이다. 하지만 리더가 되고 나면 리그전에서 토너먼트로 바뀐다. 토너먼트는 리그전과 달리 무승부가 없다. 무승부가 되면 승부차기를 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결정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263p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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