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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魚 LIG손해보험 인수경쟁 물밑長考
입력 : 2014.02.04 14: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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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량 손보사가 공개 매물로 나왔다.
LIG그룹 구자원 회장과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LIG손보 지분(20.96%) 전량과 경영권을 팔겠다고 발표한 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LIG건설 기업어음(CP)발행 사건의 피해 고객들에게 보상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LIG그룹이 최대한 빨리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히고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회계자문사로 삼정KPMG를 선정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IG손보 매각 회계자문인 삼정KPMG는 지난 1월 6일 LIG손보와 LIG투자증권에 대한 매도자 실사에 들어갔다.
삼정KPMG는 3주간 실사를 진행해 인수 후보들에게 제공할 자료를 작성하고 매각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이슈를 정리할 예정이다. 실사 보고서가 나오면 LIG손보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1월 말 또는 2월 초 예비입찰을 실시하고 상반기 중으로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1월 말 LIG손보에 대한 예비입찰이 진행되고 2~3월께 본입찰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월께에는 LIG손보가 누구 품에 안길 지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6월 말 원수보험료(매출) 기준으로 LIG손보의 시장점유율은 13.7%로 4위 수준이다.
이는 1위인 삼성화재(26.3%)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2위 현대해상(16.1%)이나 3위 동부화재(15.3%)와는 엇비슷한 수치다.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메리츠금융은 이미 손보사인 메리츠화재를, 롯데그룹은 롯데손보를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7.5%, 3%이다. 두 회사 모두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산술적으로 시장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롯데그룹과 동양생명 등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수후보다.
롯데그룹은 그룹의 인수합병(M&A)을 총괄해온 국제실에서 LIG손보를 들여다보며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동양생명은 공식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LIG손보 인수에 적극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이라며 “인수에 성공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자회사로 LIG손보를 두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분 57.6%를 가지고 있는 동양생명 대주주 보고펀드는 향후 동양생명을 통해 LIG손보를 인수하고 동양생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투자금 회수 규모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외 IB 4~5곳에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하고 인수자문사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밖에 한화손보, 농협손보 등도 LIG손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화 측은 소리소문 없이 LIG손보 인수를 추진하려고 한다. 인수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잖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지난해 ING생명보험 한국법인이 매물로 나왔을 때 동양생명-보고펀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밀려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한화그룹에서 이 딜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ING생명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다른 후보들보다 먼저 인수 자금까지 마련했다.
한화그룹이 업계 4위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 2위로 껑충 뛰어올라 동부화재·현대해상과 견줄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된다.
농협손보가 LIG손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업계 반발에 직면해 있는 자동차보험 라이선스 취득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된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전을 좋은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사모펀드 쪽에서는 컨소시움을 구성해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한 바 있는 IMM PE와 H&Q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앤컴퍼니와 MBK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인수 검토 기업 중에는 가격 외에도 다른 △지급여력비율(RBC)을 맞추기 위한 추가 자금소요 △안정적 경영권을 위한 추가 지분 확보 △강성 노조 △범 LG계열기업의 보험물량 유지 여부 등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LIG손보를 인수함으로써 RBC가 떨어지게 되는 일부 회사는 이를 높이기 위해 추가로 수천억의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인수 후보군 사이에서는 안정적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는 LIG그룹 오너 일가가 매각키로 한 지분(20.96%)외에도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LIG손보 지분 20.96%의 시장가치는 4200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매각가격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위험기준자기자본(RBC) 규제에 따른 추가 비용을 계산하면 8000억~1조원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후 1970년 4월 럭키금성그룹이 범한 주식을 인수하고 1976년 6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6년 3월 내놓은 ‘매직카서비스’는 무료 긴급출동 서비스,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서비스, 안심콜 서비스 등 자동차보험에서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무료 긴급출동 서비스에는 배터리 충전, 타이어 교체, 비상급유 서비스 등 자동차 운행 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 상황이 모두 포함돼 있어 고객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06년 4월 LIG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업계 최초로 상호에 ‘손해보험’을 적용했다. 2009년 8월 홈플러스 서울 영등포점에 보험숍 ‘재테크 보험 서비스’를 개설했다. 국내 보험사로는 최초로 ‘마트슈랑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마트슈랑스란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 보험사가 직접 보험숍을 개설해 고객을 유치하는 새로운 보험판매 방법이다. 2009년 11월 로시컴과 LIG법률비용보험 사업 제휴 조인식을 갖고, ‘LIG법률비용보험’을 출시했다. 이로써 국내 최초로 토털 법률서비스 보험시장을 열었다. 이 서비스는 소송 전문가 상담서비스와 각종 법률·세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토털 법률서비스 보험상품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발빠른 상품 및 서비스로 국내 손해보험 시장 발전을 선도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유섭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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