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임원이 된다는 것 過猶不及, 돌다리도 두드리며…

    입력 : 2014.01.09 14: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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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그룹, 직원 100명 중 1명꼴로 승진시키는 1%룰 적용…’ 지난 연말, 흥미로운 보도가 직장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CEO스코어가 지난 5년간 30대 그룹 216개 계열사 임원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의도했든 안했든 1%룰이 엄연히 존재했고 상무부터 사장까지 50대로 포진시키는 이른바 ‘50대 법칙’도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이들 대기업의 임원은 총 9527명으로 2008년(7520명)보다 26.7%가 늘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는 94만2184명으로 5년 전(72만1848명)에 비해 30.5% 늘었다.

    하지만 이러한 증감률에도 전체 직원 대비 임원의 비중은 지난 5년간 꾸준히 1%를 벗어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2008년 1.04%, 2009년 1.06%, 2010년 1.06%, 2011년 1.05%, 2012년 1.05%, 2013년 6월 1.01% 등 편차가 크지 않다.

    이사나 상무가 돼 별을 땄다 해도 전무나 사장으로 승진할 확률은 직급마다 절반씩 줄어들었다. 전체 직원 중 상무의 비중은 0.50%, 전무는 0.12%, 부사장은 0.06%, 사장은 0.03%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직장생활을 시작해 사장까지 승진할 확률은 1만명당 고작 3명인 셈이다. 새해부터 참으로 박복한 숫자놀음이 안타깝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이면을 보면 바늘구멍보다 가는 확률을 뚫고 별 단 이들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무려 9997명의 경쟁자를 물리친 승자 아닌가.

    결국 승부는 리더십이다 연말인사 이후 기쁨과 눈물도 잠시, 물러난 이들은 제2의 인생을 고민해야 하고 올라선 이들은 물러난 이의 자리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인생의 원리요 약육강식의 또 다른 원칙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번 인사는 매물로 나온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긴박했다”며 “새롭게 임원이 된 건 축하받아야 할 일이지만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긴박한 경제상황에 축배를 들 여유도 없다는 말이다.

    한 커리어컨설턴트는 “인사이동 후 첫 달이 가장 중요하다”며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빠른 시간 안에 뜻을 펼칠 기반을 다져야 내년 이 시기가 평안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초보 임원들에겐 기업이 자체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갖춰야 할 소양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며 리더십을 강조했다.

    한 HR컨설턴트는 “직장생활의 별을 단 초보임원에게 현시점은 뻥 뚫린 고속도로와 비포장도로 중 어느 한 길을 가야하는 기로”라며 “어느 곳으로 드라이빙 할지는 사내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말 퇴직한 한 중견기업 임원은 “처음엔 상사와의 관계에 공들이기 마련이지만 부하 직원과의 관계가 연임과 승진을 결정짓는다”며 “리더십에서 승부가 난다”고 충고했다. ‘1%룰’ ‘50대 법칙’ ‘1만명 중 단 3명’의 기회를 얻었다 해도 결국 리더십에서 진퇴가 결정된다. 과연 바람직한 리더는 누구이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삼성경제연구소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동영상 지식 서비스 SERICEO의 <브라보! CEO 라이프>를 책으로 엮은 <리더의 인생수업>에는 앞선 물음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이 담겨있다. 책의 일부 내용을 중심으로 임원이 갖춰야 할 리더십의 덕목을 재구성했다.
    영화 <아이언맨>
    영화 <아이언맨>
    먼저 생각하고 실행하는 혜안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그건 네 생각이고…” 영화 <아이언맨>이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그저 가상의 인물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영웅의 실제 모델은 실리콘밸리의 스타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다. 1971년 남아공에서 태어난 그는 12세 때 제작한 컴퓨터 게임을 게임업체에 500달러를 받고 팔 만큼 재능이 뛰어났다.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를 동경하며 성장한 엘론 머스크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다른 이들이 북적대는 지구에 골몰할 때 환경과 우주, 인류의 미래를 고민했다. 고교 졸업 후 펜실베니아 대학을 거쳐 1995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물리학과 재료과학 박사과정을 시작한 그는 온라인콘텐츠 기업 ‘집투(zip2)’를 창업하기 위해 입학 이틀 만에 학교를 그만둔다. 이 회사는 1999년 컴팩이 3억4100달러에 인수하며 29세의 엘론 머스크를 백만장자로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 백만장자라니.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곧 인터넷 전자상거래 서비스 회사 ‘엑스닷컴(X.com)’을 창업했고 이 회사가 실리콘밸리의 신화라 불리는 ‘페이팔(인터넷결제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게 된다. 페이팔은 2002년 이베이에 15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인수됐다. 31세의 나이에 총자산이 20억달러에 육박한 머스크는 같은 해 우주항공회사 ‘스페이스엑스(SpaceX)’를 창업한다. 이 회사의 최종목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화성 우주관광(1인당 비용 50만달러 정도를 목표)사업이었다. 어린 시절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머스크는 직접 우주항공 분야를 독학하며 CEO이자 최고기술 경영자로 스페이스엑스를 진두지휘한다. 그 결과 스페이스엑스는 로켓 ‘팰콘 1’ ‘팰콘 9’, 우주선 ‘드래곤’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나사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2회에 걸쳐 우주에 필요한 물자와 우주인을 실어다주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16억달러)했다. 2012년 5월 22일, 엘론 머스크는 상업우주선 시대를 열었다. 우주선 드래곤이 발사 사흘 만에 ISS(국제우주정거장)에 성공적으로 도킹해 임무를 완수하고 무인캡슐 상태로 지구에 안착한 것이다.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 우주비행에 성공한 스페이스엑스는 이후 발사 예약이 쇄도하며 40억달러에 이르는 계약이 기다리고 있다.

    2004년 전기자동차 벤처였던 ‘테슬라모터스’에 750만달러를 투자하며 2008년 CEO가 된 엘론 머스크는 고성능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하며 2010년 테슬라모터스를 뉴욕증시에 상장한다. 포드 이후 54년 만에 뉴욕 증시에 상장된 자동차 제조업체이자 최초의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다. 엘로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라는 실리콘밸리의 영웅과 함께 일한 조지 블랭켄십은 머스크만의 특출한 능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엘론 머스크는 남들이 20년 후에야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지금 구상하고 있다. 이 점이 누구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엘론 머스크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떤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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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소 실천하는 자기관리 당신의 대단함을 스스로 떠들지 말라 30개 계열사에 10만여 명의 임직원을 두고 2011년 기준 연 매출 747억달러를 기록한 대만의 화학기업 ‘포모사(Formosa) 그룹’. 그 중심엔 경영의 신이라 불리던 창업주 왕융칭(王永慶)이 있었다. 1917년 타이베이현 신디엔의 즈탄이란 작은 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15세에 고향을 떠나 쌀가게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쌀 들이는 법, 쌀값 계산법, 좋은 쌀 고르는 법 등을 성실하게 배운 후 1년 뒤 작은 쌀가게를 열게 된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쳤다. 고객들이 대부분 단골만 찾았다. 그가 찾은 해답은 ‘돌 없는 쌀’. 당시 대만의 쌀가게들은 쌀에 섞여 있는 돌을 골라내지 않고 판매했는데 왕융칭은 돌을 깨끗이 골라 판매했다. 고객의 쌀이 떨어질 때 즈음 알아서 배달도 했다. 당시로선 최초의 파격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쌀가게의 문을 닫은 그는 1954년 플라스틱회사를 세우며 다시 재기에 나선다. 최신 PVC를 가공한 파이프, 포장재 등을 생산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더니 1980년대 미국에서 14개 화학업체를 인수하고 정유업, 의료사업, 화력발전, 자동차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커다란 부와 성공을 일궜지만 그의 생활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수건 하나를 30년 가까이 사용하고 평생 다섯 벌의 양복을 수선해가며 못 입게 될 때까지 입었다고 한다.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한 시간 명상과 한 시간 조깅을 즐겼다.

    그만큼 자신에게 엄격했다. 주변사람이나 언론엔 늘 자신을 대단하게 평가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 학비, 생활비를 모두 정확하게 계산해 돈을 낭비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전화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자녀들과 편지로 연락했고 이면지를 편지지로 활용했다. 언젠가 한 직원이 왕 회장의 집무실에 1000달러짜리 카펫을 깔았다가 해고될 뻔한 이야기는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

    그는 2008년 10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20일 뒤 자녀들에게 남긴 편지에는 무려 9조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누구나 부(富)를 바라지만 처음부터 돈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돈은 하늘이 우리에게 좋은 용도로 사용하라고 잠시 맡긴 것에 불과하며 누구도 그것을 진정 소유할 수는 없다. 너희들도 이러한 생각을 갖고 충실히 인생을 경영하기 바란다. 인생 최대의 가치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에 공헌하고 아름다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목표 덕분에 긴 세월 동안 결코 나태할 수 없었다.”

    20~30대 직장인 70%, 새해 소망은 ‘이직’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새해 소망으로 ‘이직’을 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싶지만 세종사이버대학교의 설문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20, 30대 직장인 10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들의 새해 소망 1위는 ‘이직’(71%)이었다. 그 뒤를 ‘연봉인상’(12%), ‘자격증 및 학위 취득’(7%), ‘승진’(6%), ‘연애 및 결혼’(4%) 등의 항목이 뒤따랐다.

    2014년에 가장 기대되는 사회적 이슈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과반수 52% 이상이 ‘브라질월드컵’을 꼽았다. 지난해 직장생활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는 40%가 ‘잦은 야근’이라고 답해 업무 과중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연봉동결 (21%), 자기계발 (20%), 건강이상 (10%), 대인관계 (9%) 등의 항목이 뒤를 이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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