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이젠 고객의 Why 까지도 터치하라

    입력 : 2014.01.09 10:47:18

  • 사진설명
    애플(Apple)이 12월 초 갑자기 탑시(Topsy)라는 스타트업 기업을 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탑시는 트위터를 비롯한 SNS상에 오가는 대화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특정사안에 대한 여론이나,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것을 다른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비지니스모델이다. 특히 트위터 부문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서 2006년 트위터를 시작할 때부터 모든 트윗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 중의 하나이며, 하루 5억개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한다. 애플이 탑시를 인수한 목적은 현재까지 전문가들의 추론으로 보면 애플TV나 아이튠과 연결하여 애플 사업들의 수익성을 높이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러나 탑시라는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과 사업의 성격을 생각할 때, 실시간 SNS 모니터링과 추이를 분석하려는 기업들을 향한 업무도 계속될 것이다. 기업들의 관심이 SNS에 쏠려 있고, 기업들이 SNS를 중심으로 한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통할까? 예측지표로 활용 한국에서도 탑시와 같은 SNS조사 전문기업들이 꽤 많다. 기존 조사회사들이 SNS쪽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한 경우도 있고, 아예 SNS만을 전문으로 한다는 기치 아래 출발한 곳들도 존재한다.

    조용하던 한국 라면계에 돌풍이 일어났던 지난 2011년, SNS전문조사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신라면블랙, 꼬꼬면, 나가사키짬뽕의 성공과 실패 요인, 각 제품의 향후 전망을 살펴보았다. 오직 트윗 추이만 가지고 진행했다.

    출시 전의 트윗을 보고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고, 이후의 트윗 상황에 따라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가설을 세웠다. 트윗 추이를 전혀 보지 않고 세웠던 가설들과 실제 트윗 현황이 너무나 잘 맞아 떨어져 놀랐었다.

    신라면블랙에 대한 위험 징후는 출시 직후부터 트위터에 나타나고 있었다. 꼬꼬면과 나가사키짬뽕은 신라면블랙처럼 부정적인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제품을 알릴 자극이 필요해보였다. 다른 곳은 몰라도 꼬꼬면은 출시 이전부터 트위터를 비롯한 SNS채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게 초기 성공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당연히 이후에도 SNS 채널에서의 프로모션이나 활동이 많았고, 실시간 모니터링 활동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모니터링이나 채널을 활용한 프로모션만으로는 부족하다.

    3M-기업들의 SNS 사용 목적 기업들이 SNS를 사용하는 목적을 다음과 같이 영어 ‘M’으로 시작하는 세 개 단어를 써서, 3M으로 정리하곤 한다.

    ·확성기(Megaphone) : 메시지 전달과 확산

    ·자석(Magnet) : 여론과 의견수렴

    ·모니터링(Monitoring) : 평판과 변화의 실시간 점검
    위 세 가지 중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확성기로만 SNS를 사용하곤 한다. 그것도 상시적인 체제를 갖추지 않고 뭔가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에만 소리친다. 그 메시지에 대한 반응조차도 자석이 철가루를 모으듯 제대로 수집되는 경우가 드물고, 수집한다고 해도 실용적으로 분석되는 경우는 적었다. 그러니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일단위로 모니터링을 하지만, 메세지는 주단위나 월단위로 묶여져 ‘분석’이라는 포장으로 경영층에 보고가 되는 식이었다.

    위의 세 가지 목적은 서로 엮여져 돌아가야만 각자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모으고, 실시간으로 추이를 점검하여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 때 반영하고, 다시 반응을 수집하는 형태로 계속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바로 즉각적인 대응이다. SNS의 가장 큰 특성은 즉시성이다. SNS상에 계속 올라 실시간으로 검색되고, 수집되는 의견들의 대부분이 기업들의 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즉각적인 대응이 다른 활동보다 더 중요한 파급력을 갖는데, 이를 가볍게 보는 경우가 있었다.

    몸으로 부딪치고 얼굴을 맞대라 SNS대응조직의 효시이자 대표적인 사례로 스포츠음료인 게토레이(Gatorade)가 2010년 4월에 발족시킨 ‘미션컨트롤(Mission Control)’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 PR, 디지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5명의 인력으로 IBM에서 개발한 SNS 추적, 수집,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에 방송국 주조정실을 연상시키는 첨단 모니터들을 갖추고 출범했다. 순수 내부인력뿐 아니라 당시 게토레이의 광고를 맡고 있던 회사 직원도 있었다.

    미션컨트롤은 고객이나 잠재고객군의 대화를 지켜보며, 영향력 있는 자를 파악하고 이들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게토레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들을 유도했다. 예를 들자면 SNS에서 게토레이가 언급될 때 70% 이상이 음료의 맛이나 숙취 관련한 경우였다고 한다.

    이 대화에 미션컨트롤의 요원들이 끼어들어 자연스럽게 스포츠 활동 관련한 소재로 넘어가, 결국 게토레이가 언급되는 경우 70% 이상이 스포츠에 관한 대화가 오갈 때로 바뀌었다고 한다. 자칫 숙취해소 음료처럼 게토레이의 브랜드가 연상될 수 있는 상황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다.

    이들의 활약이 게토레이 매출로 이어졌을까?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스포츠기능성 음료시장에서 2010년 게토레이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2위인 파워에이드는 거꾸로 3%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2011년에는 게토레이가 1.3%포인트 떨어졌고, 딱 그만큼 파워에이드의 점유율은 올라갔다. 물론 고작 5명의 인원에게 2006년부터 시작된 게토레이의 점유율 하강 추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난센스이다. 그러나 SNS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고, 거리나 경기장에서 파워에이드를 샘플로 제공하는 데 주력했던 파워에이드의 마케팅 책임자가 한 이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가 하는 것은 바로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얼굴을 맞대는) ‘old-school social media(전통방식의 SNS)’ 활동이라고 할 수 있죠.”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인쇄광고로 꼽는 하이네켄 맥주의 광고가 있다. SNS 채널로는 가장 큰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유튜브와 대비하여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전문가들이 제작한 동영상의 서비스 사이트로 인기 높은 훌루(Hulu), 그리고 트위터의 마크가 술집 간판처럼 자리잡고 있고, 그 아래에 하이네켄의 로고가 붙어 있다. 아래의 간단한 광고문구가 백미이다.

    “Heineken, Social Networking Since 1873(1873년부터 소셜네트워킹을 해 온 하이네켄)”. 하이네켄이 해왔던 소셜네트워킹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SNS 대응조직에서도 대화의 주제나 소재의 흐름을 바꾸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만 한다. 이후 SNS 대응조직을 만든 기업들은 바로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

    사진설명
    마케팅과 고객케어 글로벌하게 델 컴퓨터는 2010년 12월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델 본사 안에 ‘소셜미디어 리스닝 커맨드센터(Social Media Listening Command Center)’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첨단 조명과 모니터 시설을 갖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사무실 안에서 직원들은 웹사이트 게시글을 포함하여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 SNS상에서 델을 언급한 대화를 추적한다. 약 70명의 직원들이 11개 언어로 된 글들을 찾아내고 대응하고 있다. 원래 1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던 고객불만 대응조직인 ‘Social Outreach Service Team’을 확충한 것이다. 이들은 먼저 화가 난 사용자들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델에 관한 부정적인 뉴스나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주력한다. 즉각적인 행동과 국경을 넘는 글로벌한 대응이란 측면에서 게토레이의 미션컨트롤과 차이가 있다.

    이런 경향은 자동차 기업들의 SNS 대응 조직을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GM은 콜센터 산하에서 운영하던 소셜미디어 대응조직을 2012년 본사로 이전하면서 ‘소셜미디어 고객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18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미국에서의 리콜사태란 심각한 홍역을 겪은 후 도요타자동차는 IT부문을 총괄하는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주관으로 ‘소셜미디어 모니터링시스템’과 함께 ‘감성(Sentiment)’을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인도의 첸나이에 직원 30명 규모의 ‘소셜미디어 커맨드센터’를 열었다. 영어와 IT에 능한 인도인을 활용하면서 SNS상의 닛산 관련 언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실제로 닛산은 트위터에서 닛산의 전기차인 리프( Leaf)를 언급한 고객을 이 센터를 통하여 파악한 후, 리프의 시승권을 발송하기도 했다. SNS 대응조직에서 마케팅(공격)과 고객케어(수비)라는 기능을 글로벌하게 동시에 수행한다.

    담당자에게 충분한 권한을 줘라 한국에서 SNS 대응조직의 대표로는 KT가 2011년 7월에 발족시킨 ‘올레소셜라이브(Olleh Social Live)’를 들 수 있다. 원래 KT는 트위터가 도입된 초기에 대응을 아주 잘하는 기업으로 손꼽혔다. 그 장점을 살리고자 40명의 전문상담사가 SNS로 대응하는 조직을 만든 것이다. 거기에 집단지성을 결부시켜 3만2000명의 KT 전직원이 직접 소통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KT의 ‘올레소셜라이브’에 대해서 알고, 활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극소수일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트위터가 한국에 등장했을 때 트위터 사용자도 소수였고 마치 정말 커뮤니티와 같은 느낌이었다. 웬만한 기업들의 트위터 담당자는 서로를 알았다. 사실은 담당자라고 기업에서 공식으로 정한 사람보다 호기심에서 혹은 책임감에서 트위터 담당을 자임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위에서의 간섭 없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기업을 위한다는 진정성을 바탕삼아 유머와 위트를 섞은 트윗을 날렸다. 그 면에서 당시 KT의 트위터 담당자는 발군의 재치와 순발력을 선보인 인물이었다.

    그 트위터가 회사의 공식 조직 체계 안으로 들어가면서 유머가 발붙일 공간이 좁아졌고, 대응시간도 조직사슬을 거치다 보니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세스코가 우뚝 서는 데 게시판에서의 유머러스한 대응이 큰 역할을 했다. 그 때의 담당자가 과연 윗사람의 허락을 받고 대응을 했다면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올레소셜라이브에서 고객이 트위터로 불만을 제기했을 때 현실적으로 40명의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3만2000명의 직원 중에서 불만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직원을 골라서 연결시켜주는 이상(以上)을 상상하기 힘들다. 아주 이상(理想)적으로는 모든 직원들이 트위터를 보고 있다가 자신이 해당되는 사항이 올라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까?

    물론 SNS로 불만을 회사 계정에 제기하거나 자신의 블로그 등에서 토로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소극적인 반응, 즉 ‘보았다’, ‘듣고 있다’, ‘처리하겠다’ 식의 신호를 보내는 것만도 큰 역할을 한다.

    첫 번째 불만제기에 대한 일차적인 반응에 조금만 덧붙여서 대응할 만한 권한을 준다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군대에서도 ‘선조치후보고’란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문제가 더 커질 것을 두려워하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물품인 총탄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세계 최고의 호텔체인으로 꼽히는 기업은 청소부를 비롯한 모든 종업원들이 2000달러정도의 돈은 별도의 결재 없이 고객을 위해 쓸 수 있다고 한다. SNS대응조직의 일선에 서있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해줄 수 있는 권한은 과연 그 정도가 되는가? 어느 정도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제공업체인 Avaya가 싱가포르,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 등 7개국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채널을 통하여 기업과 접촉하는지 조사했다. 평균 3.9개, 대략 4개의 채널을 이용하여 기업, 상품 정보와 서비스 관련 문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는 전화통화, 상담원 대면접촉, 홈페이지, 이메일 순이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와 비디오채팅이 매우 늘어나는 추세였다. SNS를 이용할 시 90%는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문의를 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가 아직은 보조적인 수단이다. 그렇지만 소셜미디어를 사용한 고객들은 더 빠르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의견이 더욱 정확히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소셜미디어의 강점이다. 다른 미디어와 연결될 때 SNS의 강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SNS라고 별개의 조직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고객불만을 처리하는 다른 조직, 그리고 마케팅 조직과 연결해야만 한다.

    SNS를 분석하고 대응할 때는 항상 ‘Why’와 ‘How’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보통의 경우 SNS에 쌓인 빅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할 때도 ‘Who(누가)’ ‘What(무엇)’을 말했는가에만 매달린다. ‘왜’ 그런 말을 했고, ‘어떻게’ 진화될 것인가를 봐야 한다. ‘왜’를 달래고 ‘어떻게’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 유도의 열쇠는 바로 진정성을 가진 담당자이다.

    [박재항 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