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업체 글로벌 시장서 노다지 찾다

    입력 : 2013.12.20 11: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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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시장이 식품업계의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CJ와 오리온 등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소위 ‘식품 1조 클럽’ 업체들 가운데 해외에 발을 뻗지 않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90년대만 해도 국내 매출을 일부 보조하는데 그쳤던 해외 사업은 최근 부진한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는 업체들의 새로운 터전이 됐다. 급기야 해외 매출이 국내와 맞먹거나 오히려 커지는 기업까지 출현할 정도다. 토종 식품업체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와 달리 성장에 맞춰 급속도로 확대되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의 먹거리 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한 수출사업을 펼치고 있다. 홍초와 매운라면 등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만의 아이템으로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을 공략하는 곳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에서 인정받은 우수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진출하는 시장에 맞춰 철저한 현지화를 했다는 것이다. 케이팝(K-POP)의 인기를 넘어 새로운 ‘식품 한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제과업계에서 ‘연 매출 1000억원 브랜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1000원짜리 과자로 1000억원 매출을 올리려면 1억개를 팔아야 한다. 웬만한 메가히트 브랜드가 아니면 넘볼 수 없는 경지이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나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같이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가 돼야 겨우 이 대열에 낄 수 있다.

    오리온, 중국서 1000억 브랜드 5개 지난해 국내 식품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매출을 기록한 오리온의 저력은 바로 중국에서 1000억원 이상 올린 브랜드를 5개나 갖춘 데서 나온다.

    오리온의 인기비결은 국내에서 인정받은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중국 시장에 맞춘 디자인과 맛을 가미한데 있다. 중국판 고래밥인 ‘하오둬위’는 밀가루가 원재료인 국내 제품과 달리 바삭한 식감을 선호하는 중국인 입맛을 반영해 감자로 만들고, 한국에는 없는 토마토맛과 해조류맛 제품을 추가했다. 이 제품은 작년 1300억원 매출로 중국 비스킷 1위 브랜드가 됐다.

    오리온은 올해 초코송이 등을 필두로 중국 내 1000억 이상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가 총 7~8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2015년에는 1조8000억원의 중국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오리온 관계자는 설명했다.

    농심도 철저한 나라별 맞춤식 전략으로 세계 80여 개국에 신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라면종주국 일본에서는 이미 ‘한국의 매운맛’으로 포지셔닝한 신라면의 특성을 살린 마케팅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올 초 한국 식품업체 최초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와 직영 판매 계약을 맺고 온라인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유통환경이 선진화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지 메이저 유통회사와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미국에선 국내 식품사 중 처음으로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고 미국 3600여 개 전 매장에 라면을 공급하고 있다. 유럽에선 영국 4대 메이저 유통사인 모리슨과 스위스 최대 유통업체 미그로스 등과 연달아 신라면 판매계약을 맺었다.

    농심은 지난해 4500억원 수준의 해외매출을 거뒀고 올해는 이보다 30% 늘어난 58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CJ,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세계 공략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모토로 토종 먹거리를 갖고 세계 시장에 승부를 거는 기업들도 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한식 통합브랜드 ‘비비고’를 무기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원래 비비고는 CJ그룹의 외식계열사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비빔밥 외식브랜드였다. CJ제일제당이 이를 다양한 가공식품군의 통합 브랜드로 활용한 것.

    지난해 비비고 브랜드로 3100억원의 해외매출을 거둔 CJ제일제당이 가장 집중하는 곳은 미국이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전체의 관문인 만큼 한식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 미국”이라며 “햇반과 만두, 불고기 양념장과 떡갈비 등 대표 한식메뉴가 이를 위한 전략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 미국에서 만두만으로도 800억원 이상을 팔아 국내 매출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양인의 취향에 맞게 얇은 만두피와 풍부한 채소,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로 만든 ‘한국 만두’로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미국에서 1조40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아시아식 누들(면)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누들 전문 식품생산 및 유통업체인 TMI트레이딩과 트윈마퀴스, 쉐프원 등 3사의 지분 80%를 520억원에 인수한 것은 그래서다.

    CJ는 오는 2020년 그룹의 식품부문 매출 목표인 15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8조원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대상은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 브랜드와 종가집 김치 등으로 지난해 4023억원의 수출을 기록했다. 청정원 순창고추장은 미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65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올해에는 2000만달러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점유율 60%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는 홍초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8년 일본에 첫 수출된 후 지난 2011년 현지 매출 500억원을 넘어 전년대비 무려 40배에 달하는 성장을 일궈냈다.

    대상 관계자는 “고추장과 홍초를 중심으로 향후 천일염 수출에도 박차를 가해 현재 34개국인 글로벌 해외 거점을 50개 이상으로 늘리고 2016년 글로벌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나나맛우유 도시락 등 ‘틈새시장’서 대박 국내에서는 다소 시들해진 제품을 들고 나가 그 나라 ‘국민 식품’ 격으로 부활시킨 업체들도 있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중국에는 없는 바나나맛 유제품 콘셉트로 대박을 쳤다. 2011년 현지에서 10억원 매출로 시작한 이 제품은 이듬해 무려 10배나 많은 1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히트상품으로 급부상했다.

    팔도가 만드는 컵라면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재 이 제품의 현지 매출은 국내의 50배인 연 2000억원에 달한다. 급기야 팔도는 이 제품의 유명세에 맞춰 현지 법인명을 아예 ‘도시락’으로 등록했다. 앞으로 라면 이외에 음료 등 다른 제품을 통칭하는 종합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오뚜기는 러시아 마요네즈 시장의 70%를 점유한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롯데칠성은 밀키스로 러시아에서 연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규제 피하러 나갔다 효자 만나 다수의 식품업체들이 부딪힌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나선 해외에서 히트를 쳤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대형마트 영업제한이나 생필품 물가 단속 등 정부의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외시장으로 나갔는데 거기서 신천지를 발견했다.

    국외에 200여 점포를 두고 있는 인삼공사는 지난해 8800만달러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렸다.

    남양분유의 경우 국내 판매가 급감하는 것을 보완하려고 중국시장에 나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50만달러에 이어 올해 2000만달러의 중국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간 중국 가계소비액 증가율이 10%인 것을 감안하면 기호식품은 이보다 더 높은 연 15%대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나라에선 한국 식품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이익률 측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경주 연구원은 “오리온의 경우 같은 제품이라면 중국에서도 한국과 동일한 가격으로 파는데 두 나라의 물가수준을 생각하면 상당히 고가로 판매하는 셈”이라며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제품이라면 믿고 먹을 수 있다’며 아끼지 않고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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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수산식품 수출 aT가 지원한다 지금 어느 마트에 가든 제스프리 키위를 쉽게 볼 수 있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의 농협 같은 기구로 생산과잉으로 위기에 봉착했던 뉴질랜드 키위 산업을 살려낸 일등공신이다. 수출창구를 단일화하고 마케팅을 체계화했으며 품종개발에 주력해 2001년 250만달러에 불과하던 키위 수출을 지금은 1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지금은 1년 열두 달 생산을 목표로 제주도를 비롯한 곳곳에서 현지생산까지 하고 있다.

    한국 농민이나 어민들도 이처럼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가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aT는 WTO 출범과 FTA 확산으로 농수산식품 시장개방이 확대되는 것에 맞춰 국내 농수산식품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 경쟁력만 키우는 게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나가 보다 크게 놀아보자고 한다.

    해외로 나가려면 소규모 생산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판매가 용이하도록 규격화한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이 선호하는 가치 있는 상품을 찾는 것이다. 일본서 각광받는 파프리카 같은 게 대표적이다.

    aT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1차 산품 20품목을 선정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상품을 내보내려면 생산부터 수출에 이르기까지 일관하는 선도조직이 있어야 한다. aT는 이와 관련해 21개 선도조직을 정해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농수산물 생산 규모를 키우고 믿을 수 있는 고품질의 규격화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원료구매나 시설현대화 자금 지원방안도 갖고 있다.

    생산을 한다고 판로가 자동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농수산물을 알려야 팔 수 있는 것. 6개국 9개소에 나가 있는 aT센터와 현지 대형유통업체, 재외공관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마케팅을 한다는 게 aT의 구상이다.

    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농수산물의 특성상 수출에 필요한 물류기반도 필수적이다. aT는 물류 수출을 지원하고 해외 전진기지를 구축할 뿐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커버할 보험까지 돕는다는 방침이다.

    판로 개척을 위해 aT는 올해 6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글로벌 ‘K-FOOD FAIR’를 개최했거나(미국 중국 베트남 등) 개최 예정(홍콩)이다.

    수출 의향이 있는 농민단체나 어민단체는 aT의 농산물 또는 수산물 수출팀에 문의하면 된다.

    농산물의 경우 수출 선도조직 조기정착을 위한 기반조성에 총사업비의 80% 범위 내에서 매년 1억~1억5000만원까지, 수산물은 총사업비의 70% 범위 내에서 연간 1억원까지 지원한다.

    *aT 농산수출팀(02-6300-1447~8), 수산임산수출팀(02-6300-1495)

    [정진건 기자·김태성 매일경제 유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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