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운전자엔 ‘꿀’ 손보사들엔 ‘독’
입력 : 2013.12.20 11:24:56
-
유형은 보험에 가입 또는 갱신 시점에 바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선(先)할인 상품’과, 현재 주행거리를 입력하고 1년 후 보험 만료시점에 주행한 거리에 따라 돌려받는 ‘후(後)할인 상품’이 존재한다. 가입 당시 할인을 먼저 받는 선할인 기준으로 연간 주행거리가 4000km이하인 가입자는 평균 9%의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고 4000~7000km의 경우 5%의 할인혜택을 볼 수 있다. 후할인을 선택할 경우 각각 11%와 6%로 할인율이 더욱 올라간다. 손보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대 15%이상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특약을 신청한 운전자는 많지 않다. 올 5월 기준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가입건수는 177만건으로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13.3%에 불과하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주행거리연동보험을 모르는 운전자들도 상당하며 보험기간 중에도 중도가입할 수 있는 점을 몰라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라고 밝혔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 역시 “해당 제도에 대해 무지한 경우도 많지만 7000km의 제한폭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라 분석했다.
삼성화재 측은 가입대상이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15%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 추산한다.
현대해상도 마일리지 보험 가입 차종을 개인용에서 일부 업무용 차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여타 다른 보험사들도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할인 대상 확대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손보사들인지라 업계의 마일리지범위 확대 추세가 자사의 파이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한 중소 손보사 임원은 “악사다이렉트의 경우 정책적으로 매출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삼성화재는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치고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여건이 좋지 않은 다른 손보사들 역시 가격 탄력성이 높은 자동차 보험의 특성상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입김도 한 몫 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금융당국 차원에서 각 보험사로 확대 검토 권고가 있었다”며 “주행거리 확대, 대상 차종 확대, 할인율 상향 등의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먹튀 가입자’ 기승·보험료 상승우려도 지난 10월 10일 삼성화재는 인터넷을 통해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경우 선할인 특약을 선택할 수 없도록 변경했다. 오프라인의 경우 1만km로 마일리지 범위를 확대한 것과 다른 행보다.
이는 선할인 특약으로 보험료를 먼저 할인받은 보험가입자가 만기 후 기준을 맞추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할인받은 금액을 되돌려주지 않고 다른 보험사로 옮기는 사례때문이다.
마일리지 보험의 경우 운행거리 검증과 환급이 어려워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입자가 계기판을 촬영해 전송하는 방식은 조작 가능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선 할인 후 보험사를 갈아탈 경우 ‘먹튀 가입자’도 증가했다.
지속적으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증가하고 있는 환경 역시 손보사들이 마일리지 보험확대 추세가 반가울 리 없는 이유다.
지난 8월 기준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현대해상은 87.4% , 동부화재 84.5%, LIG손보 84.7%로 80%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타사 대비 안정적인 손해율을 유지하던 삼성화재도 86.7%를 기록해 전년 동기(79.9%)대비 6.8%p상승하며 영업이익과 당기 순익이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뚜렷하게 태풍이나 침수피해가 없었던 올해 오히려 손해율이 높아진 이유로 부품값과 병원비 상승을 들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차보험료 인하 정책과 신규 온라인 보험사 진출, 유가 하락에 따른 교통량 증가 등으로 교통량이 늘어나 사고율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며 “자동차병원비나 부품값이 증가한데 비해 자동차 요율은 유지된 점도 손해율 상승의 큰 원인이다”라 분석했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증가하며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확대가 일반 운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마일리지 할인확대가 손보사들의 손해율을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전체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할인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정교한 조정장치 없는 단순 인하 구조로는 전체적인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할인 확대가 일부 보험사들에게는 가능할지 몰라도 자동차보험을 주력으로 하는 온라인 보험사들에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