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탄산수, 얼마나 알고 드십니까

    입력 : 2013.12.12 1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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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 물은 뭘로 만들었기에 이리 비싼 거요?” 지난 11월 중순,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에 자리한 워터바를 찾은 고객 셋 중 하나는 도대체 무슨 물이 이렇게 비싸냐며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 앞에 진열된 생수, 해양심층수, 탄산수, 빙하수 등 100여 종의 물 중 가격대가 저렴한 게 3000원~4000원대였다. 직원에게 물으니 웬만한 와인보다 비싼 물(5만~10만원대)도 있단다. 고객의 가격투정에 워터 어드바이저는 브랜드와 패키지, 마케팅 비용을 이유로 내세웠다.

    “세계적인 브랜드에 멋스런 포장, 거기에 마케팅 비용이 첨가돼 보시기에 비싼 거예요. 물맛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같은 물이라도 태생과 모양새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이쯤 되면 대동강 물 팔아 배불렸던 봉이 김선달이 헉 할 노릇이다. 요즘 가장 핫한 물을 추천해달란 주문엔 직접 탄산수에 레몬즙을 섞어 내왔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덧붙인 한마디.

    “요즘 젊은 분들이 탄산수를 많이 찾으세요. 칵테일이 잘 나갑니다. 탄산수의 인기가 서서히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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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산수 시대 서막, 분주한 국내 업계 국내에서 생소하던 탄산수의 인기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김도형 롯데호텔서울 워터소믈리에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 중 정확히 탄산수 브랜드를 주문하는 분들이 늘었다”며 “탄산수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개성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상황만 봐도 확연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탄산수 시장은 2011년 100억원대, 올해는 150억원대까지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매년 30%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다. 아직은 약 6000억원에 달하는 먹는 샘물 시장의 2.5% 수준이지만, 전 세계 탄산수 시장규모가 약 41조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정체기에 들어선 음료시장에 성장세를 이어가는 음료는 원두커피와 탄산수밖에 없다”며 “최근 탄산수를 제조하는 냉장고까지 등장하자 음료업계에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초 삼성전자가 선보인 ‘삼성 지펠 스파클링 냉장고’는 버튼을 누르면 정수된 물이 간편하게 스파클링 워터로 바뀌는 기능을 탑재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스파클링 냉장고다. 글로벌 탄산기술업계 1위인 ‘소다스트림’의 탄산가스 실린더를 냉장고에 설치했다. 탄산수 제조기 ‘소다스트림’은 최근 1년간 국내 매출이 약 400%에 달할 만큼 인기다. 지난해 처음으로 홈쇼핑을 통해 소다스트림을 판매한 GS샵 측은 “지난해 고급형 제품으로 크리스털 모델을 4번 방송했었는데, 총 15억원의 주문을 올렸다”며 “탄산수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국내업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일화의 ‘초정탄산수’는 그 동안 페트병에 담겨 출시되던 패키지를 세련된 디자인으로 리뉴얼해 시장 내 선도 브랜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초정탄산수는 2011년 매출액 35억원, 2012년 45억원, 올해 55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탄산수 ‘디아망’을 리뉴얼하고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하이트진로음료는 5년 내에 탄산수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모 그룹이 국내 최대 주류기업인 만큼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디아망은 현재 호텔, 레스토랑, 카페를 비롯해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편의점(미니스톱), 백화점(신세계)에 판매 중이며 최근 롯데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아망은 올 10월 말 기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성장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꼽히는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탄산수 ‘트레비’ 패키지에 페트병 용기를 추가했다. 형형색색의 유리병에 담긴 수입 탄산수가 국내 탄산수 시장을 장악하자 가격을 낮춰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워터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워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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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에 좋은 물? 가격은? 그렇다면 탄산수가 몸에 미치는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김도형 롯데호텔서울 워터소믈리에는 “미네랄 성분이 충분한 물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국탄산수협회에 따르면 탄산수의 효능이 굉장히 다채롭다. 우선 미네랄워터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꾸준히 마실 경우 음식 섭취만으로는 부족하기 쉬운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을 보충할 수 있다.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

    탄산수의 이산화탄소가 입안 점막을 자극해 소화효소가 들어있는 침을 발생시켜 위와 장의 연동운동을 돕는다. 적당히 식욕을 자극해 포만감이 생기고 특히 식전에 마시면 식사량 조절에 도움이 된다.

    또한 탄산수의 가스성분으로 인해 장이 팽창되며 변비해소에도 일부 효과가 있다. 탄산수의 탄산가스에 포함된 중탄산이온은 운동으로 지쳤을 때 생기는 유산을 중화시켜 위에 부담이 덜하도록 만들어 준다. 특히 소화불량과 입덧으로 속이 더부룩한 임산부,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노인 등이 위장약 대신 먹으면 위의 부담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다. 피부미용에는 어떨까. 탄산수로 세안하면 피부에 적당한 자극을 줘 노폐물 제거와 탄력, 각질제거에 도움을 준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러한 의견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탄산수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란 말이다. 해외에서 생산된 탄산수를 국내 독점 수입하는 한 업체 K대표는 “수입되는 탄산수들이 대부분 프리미엄급 대접을 받으며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과연 깨끗한 물인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대표가 근거로 내세운 자료는 독일 매거진 <외코테스트(Oko-Test)>. 소비자의 입장에서 인간생태학 기준으로 상품을 테스트하는 외코테스트는 미국 FDA보다 테스트 등급의 기준이 까다로워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앞 페이지 표 참조) 그는 “수입탄산수의 경우 수입단가에 비해 뻥튀기되는 판매가가 대중화의 걸림돌”이라며 “대부분 수입업체가 20~30%의 마진을 가져가는데 배 이상 늘리는 업자들이 문제”라고 높은 판매가를 지적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탄산수의 수입단가는 원가에 해상운임료, 관세 등이 더해져 책정된다. 소비자가 구입하게 되는 판매가에는 수입 후 한글라벨작업, 창고보관료, 배송료에 도매업자(Vendor)와 대형매장의 마진이 포함된다. 한 탄산수 수입업체 임원은 “일반적으로 벤더가 8~12%, 대형매장이 20~30%를 가져간다”며 “수입단가에 비해 높은 판매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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