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불허전’ 리크루트의 부활

    입력 : 2013.10.28 09: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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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의 귀환’ 과거 채용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던 리크루트가 새로운 선장을 만나 힘찬 항해를 준비 중이다.

    40대 이상에게는 낯설지 않은 리크루트는 1981년 설립된 국내 최초 종합취업정보 회사로 2000년도까지 국내 채용시장을 이끌어나가던 리딩컴퍼니였다.

    이후 잡코리아, 사람인 등 인터넷을 활용한 취업포털이 등장해 업계 지도를 바꿔 나갔다. 시장은 급격한 혁신이 찾아왔지만 리크루트는 인쇄매체 등을 활용해 채용기업을 홍보하는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경쟁사에 파이를 빼앗겼다.

    뒤늦게 취업포털시장에 뛰어들어 기존의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던 캠퍼스 리크루팅, 채용박람회, 헤드헌팅 등의 주력사업을 포털로 전환해 선두를 추격하려했지만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선발주자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젊고 날랜 선두주자들에 비해 별다른 전략 없이 따라가던 리크루트는 ‘승자독식’의 취업포털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었고 막대한 자금투입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시장에서 점차 잊혀져갔다.

    시장에서 명맥만을 유지해 오던 리크루트는 지난해 두산그룹 ‘전략통’으로 불리던 김용철 대표가 인수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김 대표는 두산OB 맥주에 입사해 20년 넘는 기간 동안 기획, 영업, 마케팅은 물론 전략과 컨설팅 분야를 섭렵한 ‘두산맨’이다.

    두산이 OB맥주를 매각하면서 두산 전략기획 본부 Tri-C 팀에 근무하며 맥킨지 컨설팅과 함께 계열사 업무혁신과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두산그룹 계열 회사인 노보스컨설팅 사업본부와 네오플럭스에서 컨설팅본부장(부사장)을 지냈다. 두산그룹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성공적 M&A로 이끈 데는 김 대표의 치밀한 인수 후 통합작업(PMI)이 큰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리크루트 인수 후 가장 먼저, 다년간의 컨설팅 경험을 살려 제3자 시각에서 냉정하게 회사의 약점을 분석하고 해야 할 사업과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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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 다 새롭게 그 결과 경쟁이 치열하고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포털사업을 과감히 버리고 대학취업관련 사업과 아웃소싱 및 파견사업, 헤드헌팅사업, 기업 교육사업으로 업무범위를 축소하는 한편 사업영역별로 기존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략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년 70억~80억원씩 들여 경쟁이 치열한 포털시장에 뛰어들어서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새로운 분야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한편 기존에 강점을 가진 분야라도 전략을 통해 리크루트만의 철학을 입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철 호 리크루트가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은 ‘숨은 진주’ 찾기 프로젝트다. 올 상반기 LG엔시스와 리크루트가 진행한 채용프로그램에서는 신입사원 선발에 있어 학교순위나 스펙을 점수에 반영하지 않고 다양한 절차를 통해 비명문대 출신이지만 탁월한 전문성을 지닌 ‘비운의 핵심인재’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도현 LG엔시스 대표는 “신입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전문성을 지닌 지원자가 상당히 많았다”며 “선발된 신입사원 모두 성공적으로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철 대표는 이에 대해 “취업을 겨냥해 대학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취업특강, 이력서컨설팅, 면접특강 등 진부하고 특색 없는 프로그램이 대다수”라며 “취업과 직접 연계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각 대학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 대학범위를 넓혀 다수의 기업들과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헤드헌팅 부분에서 김 대표는 사전에 일일이 후보자를 직접 만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맞추는 방법으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 아웃소싱 사업에서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여 업무와 지식을 공유하여 파견사원간 업무효율을 높여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국내 지속되는 불황은 채용시장의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며 “정규직 수요가 점점 줄고 있으므로 이를 대체할 파견인력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일본 리크루트는 현재 파견 아웃소싱을 비롯하여 유아용품, 웨딩, 여행, 장례 상조업 등 여러 서비스 분야에 걸쳐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고 그 중에서도 파견업은 매출 1조엔 중 70%를 차지할 정도”라며 “아직까지 국내 정서상 파견사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일본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파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킹 기업으로 주저 없이 일본 리크루트를 꼽은 김 대표는 “일본 리크루트의 파견에 대한 영역, 인력 관리시스템, 각종 인프라 등 선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며 “최근 일본 기업들이 뛰어난 자질을 지닌 한국 인재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일본 리크루트와 협약을 통해 한국 학생들의 일본 기업 취업을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할 것” 이라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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