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들이 군침 삼키는 ‘한국 전력산업’

    입력 : 2013.09.03 09: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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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황금알을 찾았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산업’이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번 사업자로 지정되면 최소 30년 이상 경영권이 보장되는데다, 생산된 전기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여름 엄청난 무더위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늘고, 부정부품 사용으로 인해 원전 3기가 갑작스레 가동을 중단하면서 ‘블랙아웃(암전, 정전)’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기를 생산하는 민자 발전 산업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외국계 자본들이 국내 발전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그룹의 민자 발전소 운영회사인 STX에너지를 놓고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와 STX그룹 간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기업들이 발전 산업을 통해 전기 가격 인상은 물론, 각종 특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처럼 갑작스레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경우 민자 발전소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이고 경쟁 없는 완벽한 블루오션 기업들이 민자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발전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블루오션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일단 사업권만 확보되면 30년 가까운 운영권과 함께 짭짤한 수익을 꾸준하게 올릴 수 있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발전 산업이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사업이 된 데는 ‘전력 판매 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전기를 생산하는 민자 발전소는 대부분 한전과 전력수급계약(PPA)을 체결하고 있는데, 이 사업체들의 안전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민자 발전소가 만든 전기 전부를 한국전력이 사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2001년 전력거래소가 생긴 이후부터다.

    전력거래소에서 한국전력이 사는 전기의 판매가가 결정되는데 그날 생산된 전기 중 가장 비싼 가격으로 일괄 적용된다. 원료비가 가장 싼 원자력과 석탄 순으로 전력을 사고, 부족한 전력은 원가가 비싼 LNG발전소에서 추가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문제는 추가로 사들이는 LNG발전소의 전기 가격이 매입가로 결정된다는 데 있다. 결국 원가가 싼 원자력과 석탄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도 비싼 LNG발전소의 전기 가격으로 사들이는 셈이다. 지식경제부 측은 “민간 발전소 대부분이 LNG 방식인데, 원가가 비싼 만큼 가격을 낮춰야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면서 “전력거래소 설립 당시에는 이들 민간 발전소 경쟁을 통해 원가를 낮추기 위해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비싼 LNG발전소의 전기도 없어서 못사는 상황이다. 예비전력이 부족해 국내 모든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량 부품 논란으로 인해 원전 3기가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라 가장 비싼 LNG발전소의 전기도 무조건 사들이고 있다고 한국전력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초 5, 6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 석탄 화력발전소를 민간에도 허가했다. 추가로 건설되는 민자 발전소의 경우 원가가 싼 석탄 화력발전을 건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는 한국전력의 자회사들만이 경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민간에도 허가해주면서 대기업들은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원가가 싼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 LNG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처럼 비싸게 팔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은 발전회사들의 재무제표와 전력 생산량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민간이 운영하는 발전회사들은 총 7132MW의 전력을 생산해 340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반면 한전 자회사들은 민간 발전회사들의 6배가 넘는 4만2803MW의 전력을 생산하고도 4273억원의 순이익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이런 점 때문에 최근 대기업들이 발전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확실한 이윤이 보장돼 있으며 사업권만 확보하면 경쟁도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인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 36호에서 계속...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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