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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력 커진 대부업 제도권 진입 가시화…高利보다 명예를 택하나
입력 : 2013.09.03 09: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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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양론이 팽팽히 엇갈리지만 대부업체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동안 이들에게 붙었던 ‘불법 사금융’이니 ‘고리대금업’이니 하는 부정적 수사가 한층 줄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게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격상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 이는 아무래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원장은 지난 5월 15일 금융감독원장으로는 처음으로 대부업자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비록 소비자보호위원회 출범식이라는 좋은 취지의 행사라고는 하지만 저축은행 모임에조차 나가기를 꺼리던 감독기관의 수장으로는 거의 파격적 결정을 한 것이다.
게다가 최 원장은 이 자리에서 더 파격적인 발언까지 했다.
“대부업체는 이미 제도권 금융에 들어와 있다. 신용도가 좋은 대출자에게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대부업체가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수의 금융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기관이란 현실을 인정한 것이지만 대부업체 입장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우대(?)였다고 할 수 있다.
최 원장은 그러면서 대부업체들이 이제 양지로 나올 때라고 주문했다.
“대부업은 경제적 약자가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대출 사기나 불법 채권추심, 고금리 대출에 의한 고통이 여전히 크다”고 강조한 그는 “서민생활이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는 만큼 협회를 중심으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대부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10일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대부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도나 소득 수준이 낮은 금융약자, 또는 금융소외계층의 고금리 대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업체가 실제 접하는 현실의 벽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금융기관 진입의 키를 쥐고 있는 금융위는 최근 이와 관련해 강력히 반대 의견을 펼쳐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려버렸다. 대부업은 생활밀착형 업종이며 금융기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업계에선 전통적으로 서민금융기관을 차별화하고 귀찮은 일을 맡지 않으려는 금융위의 기조가 이어졌을 뿐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1972년 출범한 상호신용금고가 저축은행으로 격상되는 데 30여년이 걸렸다. 대부업은 2002년에 출범했으니 하루아침에 되겠느냐”라는 말로 그런 게 당연하다고 했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꿈은 그만큼 멀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금융위의 자세가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대부업계를 사각지대에 놓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대부업은 시도에 등록하고 시도지사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시도에 그 많은 대부업체를 감독할 능력이 있는 인력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안전행정부는 대부업 감독업무를 금융위에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자산 100억원 이상, 거래자수 1000명 이상 등 일정한 조건을 갖춘 163개 대부업체에 대해선 현재 금융감독원이 직권검사를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80% 이상의 질서는 유지된다는 것이다.
당국 주도의 금리인하 진행 중 이번에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대부업은 사실상 상당한 정도 제도금융의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는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이미 안전행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매년 공동으로 대부업 실태조사를 하고 이제는 금리지도를 하는 수준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발표한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전국의 대부업체는 1만895사로 1년 전에 비해 807사(6.9%)가 줄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대부업의 피크는 2년 전 지났다. 지금은 확대되지 않고 소폭 감소하거나 유지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대부업체 이용 소비자는 250만6000명으로 2011년 말의 252만2000명을 정점으로 소폭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한 숫자가 거래를 하고 있으며 이들의 대부 잔액은 8조6904억원으로 1년 전이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선 사무국장은 “최근 추세로 볼 때 연평균 1000여 개씩 감소하고 있다. 수지가 맞지 않아 폐업하는데 소형사는 접고 대형사로 통합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대형사도 정체인데 저금리로 공격적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업 성장이 정체된 데는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 영향도 크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2월 최고금리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앤캐시(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 현 아프로파이낸셜그룹) 등 상위 4개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업체들은 이에 반발해 감독당국과 법정공방을 벌인 바 있다. 현재는 이들 업체 모두가 정상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 여파로 지난해 대부업 성장이 정체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36호에서 계속...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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