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트있는 비교광고의 매력…싸움만큼 재밌는 구경거리는 없다

    입력 : 2013.09.03 09: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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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MS가 공개한 태블릿PC 서피스RT 광고에는 뜬금없이 아이패드4가 등장했다. 서피스RT와 아이패드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 광고는 내장형 스탠드를 이용해 서피스RT가 일어서는 데 비해 지지대가 없어 뒤로 누워버린 아이패드에게 시리 음성으로 “나를 세울 수 있게 도와줄래요?”라고 말한다. 사람의 손이 등장해 힘겹게 일어선 아이패드의 ‘굴욕’은 USB포트와 키보드의 부재에도 이어진다. 서피스RT에 USB포트가 꽂히자 음성은 다시 “미안하지만 저는 USB포트가 없어요”라고 사과하고 전용 키보드가 열리자 “오 당신은 진짜 키보드를 가졌군요”라고 말한다. 마지막 화면은 서피스RT와 아이패드가 사라지며 ‘서피스RT 349달러, 아이패드4 599달러’라는 문구가 대신한다. 부모님 입으로 전해지는 ‘엄친아·엄친딸’의 무용담에 치를 떠는 고3수험생들, TV 속 여배우의 라인을 보고 눈이 풀린 남편에 눈 흘기는 아내들, 동창회에 다녀온 아내의 친구 남편의 성공스토리에 속이 타는 남편들, 같은 반 친구와의 힘겨루기로 얼굴에 상처가 난 자식에 한숨짓는 부모님들.

    타인과의 비교나 싸움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허나 남 얘기가 되면 다르다. 비교만큼 쉽고 명확한 설명을 찾기 힘들고 싸움만큼 재밌는 구경거리가 없다. 이러한 비교와 싸움의 이점이 투영된 마케팅기법이 최근 성행하고 있는 비교광고다.

    서두의 사례는 서피스RT가 아이패드에 없는 기능과 가격경쟁력을 강조한 대표적인 비교광고의 하나다. 깔끔한 배경에 제품만을 등장시켜 기능의 강점을 전달하는 노골적인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시리의 음성을 패러디한 점 등을 통해 위트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광고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비교광고는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동종업계의 경쟁 브랜드나 제품과 비교함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비교를 넘어 상대를 살짝 비꼬면서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유발하도록 하는 유형의 광고를 ‘디스(Disrespect)광고’라고 칭한다. 디스광고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비교광고는 이미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시도해 흥행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경쟁사에 거침없이 돌직구를 던지며 자사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비교광고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선 일찍부터 효과적인 광고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72년 비교광고가 허용된 이후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담은 다양한 광고가 쏟아져 나오며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수십 년을 넘게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는 ‘유쾌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코카콜라와 펩시가 대표적이다. 서로의 광고를 패러디 하는 것은 기본 상대방 회사의 트럭을 운전하면서 자사의 콜라를 즐기는 직원의 사진을 마케팅에 활용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한다.

    MS 서피스RT와 애플 아이패드의 위트있는 비교광고
    MS 서피스RT와 애플 아이패드의 위트있는 비교광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코카콜라와 펩시의 비교광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코카콜라와 펩시의 비교광고
    1등에 묻어가자 ‘약자에 유리한 책략’ 국내시장에도 최근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비교광고가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역사는 길지 않다. 비교광고가 처음 허용된 것은 1995년 방송위원회의 광고심의 규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본격적으로 법망안으로 들어왔지만 비교광고는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다. 기업이 비교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우수성뿐만이 아니라 단점까지 담아야 했던 탓에 굳이 자금을 쏟아 부어 광고를 집행할 이유가 없었다. 간혹 시도하려는 기업의 경우에도 부당한 비교광고인지 여부에 대한 자체 판단이 어려워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2001년 9월 1일 공정거래위에서 ‘비교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제정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강조하더라도 소비자가 오해할 여지가 없다면 부당한 비교광고가 아님을 명문화함으로써 비교광고는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 간의 날선 공방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기업들 간의 주고받는 치열한 카운터펀치를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겨냥해 유튜브 광고를 게재했다. 미국의 가정 내 풀장에서 열린 파티를 배경으로 제작된 이 광고는 한 청년이 아이폰을 사용하는 부모에게 갤럭시S4의 주요 기능을 설명한다. 광고에서 부모세대는 아이폰5를, 자녀들은 갤럭시S4를 사용한다. 사진을 찍은 뒤 공유하고 동작인식 리모컨을 사용하자 부모들은 깜짝 놀란다. 갤럭시S4를 맞대고 사진을 공유하는 자녀들에게 다가간 중년 여성은 아이폰5를 내밀며 자신에게도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한 여학생은 “그 휴대전화로는 불가능하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다른 중년 남성은 마찬가지로 아이폰5를 손에 들고 “어떤 스마트폰은 다른 스마트폰보다 더 스마트하다는 거니?”라고 묻는다. 그렇게 광고는 끝나고 ‘The Next Big Thing is Here’이라는 카피가 화면을 채운다. 이 광고는 아이폰은 구세대나 쓰는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애플을 정조준한 ‘옵티머스G’ 광고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옵티머스G가 애플을 상징하는 사과를 반으로 쪼개는 파격적인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물론 ‘순간의 선택이 2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DMB 없었던 2년, AS 어려웠던 2년을 견뎠다면 이제는 VoLTE도 안되는 2년, 쿼드코어도 없는 2년을 견디셔야 합니다’라는 문구로 아이폰5의 약점을 꼬집었다.

    삼성전자, LG전자, MS 등 경쟁사들을 통해 무차별 ‘디스’를 당한 애플은 최근 점잖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애플은 아이폰의 영상통화 기능 ‘페이스타임’을 주제로 새로운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 40초쯤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한 우울한 표정의 여성이 페이스타임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화기 너머로 친구가 “그 사람이 사과했니?”라고 말한다. 그러자 이 여성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에 씨넷의 칼럼니스트인 크리스 매티시치크는 여성은 애플이며 사과해야 하는 사람은 경쟁사인 삼성전자,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경쟁사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쟁사들이 앞 다퉈 애플을 겨냥한 비교광고를 잇달아 진행했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광고를 통해 표출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높은 기술력이 경쟁력으로 바로 연결되는 IT분야에서는 직접적인 기능을 앞세워 상호 비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음의 마이피플은 경쟁사인 카카오가 무료통화(m-VoIP) 기능이 없었을 당시 걸그룹 소녀시대를 전면에 내세워 카카오톡을 폄하한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에서 소녀시대는 경찰로 분해 “말로 하자” “토크라 그러더니 왜 말을 못해”라며 카카오열매 모양의 캐릭터를 맹렬히 취조하지만 대답을 듣지 못한다. 이어 쩔쩔매는 카카오열매 옆으로 ‘카카오는 말을 못해’라는 문구가 뜬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음성메시지가 추가된 2.5버전 업데이트 안내에서 “요즘 카카오톡이 국민 앱으로 인기를 끌다보니 뉴스는 물론 광고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카카오톡의 출연료가 그리 비싸지 않을 것 같으니 많이 출연시켜 달라”고 응수한 바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해지스의 위트가 돋보인다. 지난 2000년 브랜드 론칭 이후 ‘대기업이 전개하는 새로운 트래디셔널 브랜드’라는 인지도 외에 시장에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해지스는 2004년 광고 하나로 파장을 일으킨다. 경쟁 브랜드였던 빈폴과 폴로를 우회적으로 비교한 ‘굿바이폴’ 광고가 보여준 재치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이끈 것이다. 광고 속에서 폴로용 말에서 내린 선수와 비대칭적인 자전거에서 내린 여성이 해지스 매장으로 들어간다. 이와 함께 ‘굿바이폴’이라는 음성이 들려오며 간접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경쟁 브랜드에 비해 뛰어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➊ 애플의 아이폰을 겨냥한 LG전자의 옵티머스G 광고  ➋ 헤지스의 위트있는 비교 광고
    ➊ 애플의 아이폰을 겨냥한 LG전자의 옵티머스G 광고 ➋ 헤지스의 위트있는 비교 광고
    위트·품격 없는 비방광고 ‘역풍주의보’

    비교광고는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브랜드가 상위 브랜드를 겨냥할 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쫓아가는 입장에서 활용할 경우 인지도가 높은 선두와의 비교를 통해 흥미로운 소재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회상도를 높인다는 장점을 지닌다.

    비교광고로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자신의 브랜드를 경쟁 브랜드와 비슷한 지위로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두 브랜드가 한 광고에 동시에 등장하게 되면 해당 브랜드들을 유사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지배적인 사업자가 점유율이 낮은 브랜드를 비교 대상으로 내세울 경우 ‘약자를 괴롭히는 기업’이라는 대중의 비판을 받을 우려가 크다. 실제로도 성공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많아 요즘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단 점유율이 낮은 기업이라고 해서 무작정 비교광고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은 아니다. 먼저 비교광고는 경쟁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제품이나 브랜드의 단점을 듣는다는 것이 편할 리 없기 때문이다.

    윤석기 브라이튼대 교수는 이에 대해 “비교광고는 경쟁사를 비방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전략보다는 부드럽고 세련된 톤으로 자사 브랜드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신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상대방의 단점을 노골적으로 지적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반발심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그는 문화적 배경이나 국민성에 따라 비교광고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태도도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에서는 비교광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동구권이나 남유럽 등에는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비교를 넘어서 비방으로 변질된 부당한 광고의 경우 후폭풍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가 게재한 LG전자의 냉장고와 용량을 비교하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에 대해 ‘부당 비교광고’라는 결정을 내렸다. 앞선 8월 삼성전자는 지펠 857L 냉장고와 LG전자의 디오스 870L 냉장고를 임의로 눕혀 놓고 물을 내부에 부어 들어가는 용량을 측정하는 한편 참치캔이 몇 개나 들어가는지 비교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물 붓기, 커피캔·참치캔 담기 방식의 비교광고는 냉장고의 이용 형태에 부합하는 용량 비교 방법이 아니고 이 같은 비교 실험은 법령에 의한 시험조사기관이나 사업자와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시험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시험결과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LG전자가 낸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LG전자는 가처분 신청에 이어 3개월 동안 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받았다며 삼성을 상대로 1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부당한 비방광고의 경우에는 법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과 금전적인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제품의 사용 용도에 직접적으로 벗어난 방식, 자의적인 비교를 통한 광고는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부디 국내에도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비교광고의 취지를 잃지 않고 해학과 위트를 통해 소비자를 즐겁게 하는 많은 광고들이 탄생하길 기다려 본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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