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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면 사업이 된다
입력 : 2013.09.03 09: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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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김창경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창조경제의 쉬운 예를 찾으라면 단연 짜파구리”라며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해당 기업의 매출을 늘리고 우리 식습관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창조기업은 발상의 전환을 하거나 기존의 사업에서 1~2개 아이디어를 붙였다 뗐다 하다보면 탄생한다. 창조기업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골프에 게임을 결합한 스크린골프나 청소기에 걸레를 붙인 스팀청소기, 휴대폰을 놀잇감으로 바꾼 아이폰 등이 대표적이다.
한경희생활과학 스팀청소기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스팀다림 크리스탈(HI-7000)
스팀청소기의 기술을 기반으로 2006년 한경희생활과학은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를 내놓는다. 주부층의 굳건한 믿음 속에서 스팀다리미도 베스트셀러 제품의 반열에 오른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 시장점유율은 70%, 스팀다리미는 60%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랙마틴싯봉의 오른쪽 신발 마케팅
마틴싯봉은 1985년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마르틴 시트봉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패션브랜드다. 프랑스만의 감성을 보여주는 명품으로 통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 명품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하지만 고가 명품의 홍수 속에서 마틴싯봉은 자신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잊혀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 브랜드의 한국판권을 2011년 12월 슈페리어홀딩스가 인수했고 가방, 구두 등 잡화에 특화한 ‘블랙마틴싯봉’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살려냈다. 슈페리어는 급기야 지난 2월 마틴싯봉 파리 본사와 52개국의 세계 판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선보인 블랙마틴싯봉은 그 해에 80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올해는 300억~3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유명 연예인들의 자발적인 협찬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월간구독 화장품 미미박스 창조경제를 이끌어가는 창조기업 중에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X) 나누기(÷) 같은 ‘가감승제’에서 사업모델을 발굴한 곳들이 많다. 미미박스는 화장품에 월간 구독이라는 아이디어를 더했다.
미미박스는 국내 최초의 뷰티 서브스크립션 회사다. 서브스크립션은 매월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듯 소비자들이 일정액을 내면 업체가 다양한 제품을 모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미미박스는 매월 1만6500원을 내면 8~10만원 어치의 화장품을 고객들에게 보내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한다. 화장품은 화장품 회사들로부터 무료로 협찬 받는다. 현재 350개 업체가 미미박스에 화장품을 공급해 준다.
화장품을 받는 대가로 미미박스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광고활동을 해준다. 케이블TV의 뷰티 프로그램에 화장품을 소개하기도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기도 한다. 배달된 제품을 받아본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직접적인 광고 효과를 측정해주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 같은 홍보 활동은 한 달 뒤에 해당 업체에 150페이지의 두꺼운 결과 보고서를 보내주는 것으로 정리한다.
처음 200개로 시작한 제품 배송은 현재 2만개로 늘었다. 창업 첫해인 지난해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미박스는 올해 상반기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존 비즈니스 외에 화장품을 직접 판매하는 미미샵을 추가하면서 올해 매출은 100억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
골프에 ICT를 결합한 골프존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언급하면서 거론한 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스크린골프’다. 전 국민에게 골프를 스포츠가 아닌 오락의 영역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다. 스크린 골프 시장은 지난해 276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그동안 새롭게 만든 일자리 수만 3만개에 달한다.
스크린골프라는 새로운 장을 연 업체로 골프존이 꼽힌다. 2000년 창립한 골프존은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한다’를 모토로 골프 시뮬레이터(GS)를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골프존은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윙 교정용 기계를 주목했다. 여기에 몇 가지 ICT 기술을 덧붙이면 전혀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골프존은 2002년 첫 제품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2003년부터 조금씩 스크린골프장이 생기면서 여러 업체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던 골프존 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가 조금씩 저변을 확대해나가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즐기기 시작한 것도 매출에 도움이 됐다.
2002년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골프존은 2008년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뒤 2011년 2158억원으로 2000억원대 고지도 가뿐히 넘었다. 같은 해 코스닥시장에 기업도 공개하면서 창업자를 비롯한 종업원들이 그동안 고생한 과실을 나누는 기쁨도 누렸다. 지난해 2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골프존은 올해 3000억원대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훈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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