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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기업금융 노하우로 중소기업 키운다
입력 : 2013.03.07 1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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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형종호 삼공기어공업 회장과 함께 공장을 돌아보고 있다.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이 행장은 3월 18일까지 서울과 호남 부산경남 충청 강원 대구경북 순으로 중소기업 희망 징검다리 투어를 떠난다. 중소기업이나 여신담당 임원들이 동행한다. 이들은 전국을 돌며 현장에서 기업인들의 고충을 듣고 자체적으로 풀 것은 즉시 풀어주고 정책적으로 개선할 것들은 중기청을 통해 반영하기로 했다.
인천의 행사 전 그랬듯이 이 행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간담회를 갖기 전이나 후에 그 지역 중소기업들을 찾을 계획이다.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늘 빠듯한 일정이 이 행장에겐 낯선 게 아니다. 지난해 모두 130여 중소기업을 찾아갔고 취임 첫해인 2011년에도 80여 업체를 찾아가 대화를 나눈 그다. 이 행장은 이처럼 고행(?)을 자처하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은행처럼 기업금융을 많이 하는 은행은 기업을 살리는 의사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환자가 아프기 전에 증세를 파악하고 처방할 줄 아는 명의(名醫)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기업방문은 감동을 주는 서비스로 최고 은행이 되겠다는 그의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지난 2011년 3월 취임 때부터 대한민국 1등 은행과 아시아 톱10 리딩뱅크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현장경영’을 강조했다.
또 2012년 신년사에서도 “우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답을 구하는 최상의 지름길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결국 문제 해결책은 고객 접점인 현장의 창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신규 사업, 새로운 영업기회 발굴을 위해 현장에서 더욱 더 열심히 뛰어주기 바란다”고 임직원들에게 요청했다. 그렇게 임직원들에게 당부했을 뿐 아니라 본인이 몸소 발로 뛰며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 내에선 현장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지원하는 이 같은 방문을 ‘로드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특별여신으로 2조원을 배정했고, 장기거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도 2조원을 쓰기로 했다. 또 개인사업자에 임대보증금 담보대출로 1조원, 시설투자나 이자후불제 등으로 5000억원, 상생대출 확대로 5000억원 등을 지원키로 했다.
20대 과제 중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제도는 이미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시작한 장기거래 중소기업 지원 제도는 우수기업에 아주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 최근 출시한 ‘우리기업사랑대출’은 시설자금은 최저 3.12%로 지원하고 운전자금도 최저 3.49%의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총 한도 2조원 규모인 이 상품은 신규 대출에만 적용한다. 은행 측은 대출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데 BBB 등급에 은행 신용등급 3~4등급이라면 최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상품은 기존 대출상품에 비해 최고 1~1.5%p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또 ‘우리9988힐링캠프’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지원’ ‘전통시장 골목상권 재활성화’ ‘우리 W-care’ ‘우리오뚝이리그’ 등 5개 과제에 대해선 빠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엔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9988힐링캠프는 중소기업의 경영진단을 한 뒤 4개 그룹으로 나눠 우량 기업엔 대출을 해주거나 금리를 내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컨설팅까지 지원하고 어려운 기업에 대해선 프리워크아웃을 실시해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처럼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올해 초 중소기업부를 중소기업지원부로 확대 개편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소상공인지원팀을 신설해 전국 230만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해 추진키로 했다.
중소기업청 등 정부 기관과 연계해 3조3000억원 상당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특히 예상치 못한 위기로 어려움을 겪게 된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한 특별지원 자금 500억원을 확보해 신속하게 지원키로 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를 다양하게 갖추고 또 실질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가장 먼저 거래하고 싶은 은행’으로 거듭 나겠다는 게 우리은행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상생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는 것.
돈 내도 아깝지 않은 양질의 컨설팅 2년여의 현장 방문을 통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제도를 개선한 이순우 행장은 기업들의 실력을 키워주는 쪽에도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차별화된 컨설팅을 통해 기업에 양질의 두뇌집단을 보유한 것 같은 효과를 주겠다는 것이다.
2001년에 금융권 최초로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은행은 현재 내부 인력 50%와 외부 인력 50%로 구성된 50여명의 기업컨설팅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에선 비전이나 전략수립은 물론이고 조직진단이나 재무전략 수립, 리스크 관리, 회계, 외환 세무 법률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이 원하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무료로 제공하는 컨설팅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1차 상담을 한 뒤 컨설팅에 들어가는데 길게는 2~3개월간 이어지기도 한다. 이슈 중심의 문제해결형 컨설팅으로 중소기업들이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컨설팅 서비스를 원하는 중소기업이 영업점이나 우리은행 기업컨설팅팀에 신청하면 일정 등을 협의해 해당 기업에 적합한 컨설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김장학 우리은행 중소기업고객본부 담당 부행장은 이제 현장 근무가 몸에 배었다는 듯 밝게 웃었다.
김 부행장은 이순우 행장을 수행해 다니는 것 외에 별도로 다시 현장을 찾는다. 현장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것. 이미 다양한 상품이 나왔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의 리스크도 관리해야 한다. 현장은 그러기에 더없이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올해 20대 과제로 8조2000억원의 계획을 세웠으나 김 부행장은 실제로는 9조원 정도가 지원될 것으로 내다봤다. 계획 잡은 것 외에도 자투리 예산들을 끌어다 지원하다 보면 그 정도는 될 것이란 얘기다. 그는 관리하는 고객이 310만명이나 된다고 했다. 이 가운데 법인고객(중소기업)이 30만명 정도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개인고객이 280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안정적 자금지원이란 게 김 부행장의 견해다. 그런 니즈를 반영해 이미 다양한 지원 계획을 세웠고 하나하나 추진 중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금융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 효과를 키우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이나 우리파이낸스 등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김 행장은 특히 우리은행의 컨설팅을 주목하라고 했다. “반신반의하고 컨설팅을 맡겼던 기업들이 결과가 나오면 너무 좋다고 깜짝 놀란다. 박사 학위 소지자는 물론이고 오랜 경력의 국세청 출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최고의 실력으로 경영 세무 법률 등을 망라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원래는 무료인데 결과에 만족해 자의적으로 비용을 내는 기업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은행이 확보한 노하우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게 김 행장의 의지다. 국내은행 중 최고의 강점을 가진 기업금융 노하우를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전수해 동반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0호(2013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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