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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매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2조원대 매물 누구 품에 안길까
입력 : 2012.07.09 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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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재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KAI 인수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써부터 대한항공과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두산그룹 등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KAI 인수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KAI의 몸값이 높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인수전 참여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권 말 진행되는 대규모 인수합병이란 점도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빠진 모양새지만 KAI의 최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여전히 매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격 역시 최대한 올려 받겠다는 각오다. 하반기 M&A 업계의 최대어가 될 KAI가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을지 한발 앞서 내다봤다.
인수 예상가만 최소 1조5000억원반디 OPV
그러나 재계에서는 KAI의 매각 예상가에 대해 벌써부터 ‘고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KAI의 실제 가치는 5000억~6000억원대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1조원을 넘지 않는다는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최근 글로벌 방산업체들 간의 빅딜에서 나타난 기업가치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KAI의 가격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M&A 전문업체인 아르보우 어소시에이츠(Arbaugh Associates)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진행된 2억달러(약 2200억원) 이상의 방산업체 M&A에서 적용된 전사적 기업가치(EV/EBIDA)의 평균 배율은 12.48이었다.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 KAI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DA)인 1450억원에 배율인 12.48을 곱하면 KAI의 기업가치(EV)는 1조8000억원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인 3900억원을 제외하면 기업가치(EV)는 약 1조4000억원이 된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KAI의 매각가가 적정해 보이지만 1조4000억원이 KAI의 지분 100%를 모두 인수하는 기업가치 총액이란 점을 감안하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정책금융공사는 KAI의 지분 40% 정도를 매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유력 인수후보들 무관심으로 일관KA-1-ADEX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로 부채를 줄여야 하는 대한항공의 재무상황상 KAI를 인수할 경우 새로운 차입이나 자산매각에 나서야 하지만 채권단들이 대한항공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가격조정이란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은 KAI의 높은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현대로템을 통해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반면 KAI의 주요 주주이면서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던 삼성그룹은 아예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IB 전문가들은 KAI의 주요 주주인 삼성테크윈이 방위산업체라는 점 때문에 삼성그룹 역시 KAI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삼성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력 후보군으로 손꼽히는 한화그룹은 보험사 인수합병에 집중하고 있어 KAI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아직 매각 예상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력 인수후보들이 KAI의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매각 주체인 정책금융공사가 매각가격을 시장예상가로 비슷하거나 더 높게 잡을 경우 KAI 매각은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수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 많아 KAI 매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가격’ 만이 아니다. M&A를 통해 KAI의 새 주인이 되는 기업은 당장 노조와의 정면대결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AI 노조는 “공적자금과 구조조정 등을 거쳐 흑자로 돌아선 공기업을 정부가 민간 재벌기업에 넘겨주려 하고 있다”며 정책금융공사의 지분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KAI가 방위산업체라는 점 역시 매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IB 업체 관계자는 “방산업체를 갖고 있지 않은 국내 기업이 KAI를 인수하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고 외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10% 이상 지분 취득 시에도 허가가 필요하다”며 “인수 후보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점 때문에 KAI의 매각이 자칫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높은 가격에 노조의 반발, 정부의 허가까지 필요한 만큼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각 주체인 정책금융공사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이미 대기업 3~4곳이 KAI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늦어도 7월 초에 매각공고를 낸 뒤 9~10월에 입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당시 항공 3사를 통합해 설립된 후 13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알짜 기업으로 환골탈태한 KAI. 연간 총매출만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업체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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