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kinsey Report] 우량기업인데 왜 주가수익비율이 낮지?

    입력 : 2012.07.06 16: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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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주가수익비율을 달성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주가수익비율(PER) 특히 P/E 비율은 특정 기업의 가치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방식을 함축한 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언론매체들은 기업 간 신속한 비교분석을 위한 간편한 도구로 이를 빈번히 사용하고 있으며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논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 결과 더욱 정교한 수준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모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 가지 중대한 부작용, 즉 주가수익비율에 대한 경영진의 과도한 집착을 초래한다. 시장의 현 평가수준보다 더 높은 멀티플(Multiple)을 달성해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야심찬 성장계획’ 혹은 ‘동종업체 최상위 기업의 입지에서 기인한 막대한 수익비율 상승여력’을 역설하는 경영진들의 모습은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니다. 물론 이들의 논리가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니다. 재무이론상 예상 성장률 및 자본수익률이 높아지면 멀티플 역시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 전반의 다양한 업체들로 구성된 대규모 표본 분석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성숙기의 산업 내부에 초점을 둬 보다 상세히 고찰해볼 때 그 결과는 사뭇 다르다. 실적과 상관없이 진정한 의미의 동급업체들 간 멀티플상의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들은 때때로 경쟁사 대비 높은 실적을 달성하기도 하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업계 전반의 성장률 및 수익률은 놀라울 정도로 수렴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향후 실적 상승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간파해 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면에서 멀티플이란 거의 통제가 불가능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주가수익비율보다는 통제 및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성장률 및 자본수익률에 주력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동종업체 대비 더 높은 멀티플을 달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주가상승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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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경영진들은 자사의 주가수익비율이 지나치게 저조하다는 우려를 하곤 하지만 그 중에는 애초에 비교대상을 잘못 선정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성장률이 훨씬 높은 타 산업부문의 업체들과 자사의 주가수익비율을 비교한 한 기업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 회사의 경우 해당 산업부문으로의 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했으나 분석 당시 해당 산업부문 내 사업활동은 총매출의 10% 미만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은 미래에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기반으로 회사를 평가하기에 주가수익비율 분석은 필연적으로 평가의 왜곡을 수반하게 된다. 주가수익비율이란 결국 동등한 거시경제적 요인 및 동일 시장 내에서 유사한 성장률 및 자본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는 경쟁업체들을 비교할 때에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지표인 것이다. 다만 멀티플 중에는 상대적으로 보다 정확한 실적 비교가 가능한 지표들도 존재한다. P/E 비율의 경우 지극히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자본구조 및 타 비영업 항목상의 차이로 인해 전통적 형태로 적용 시에는 왜곡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자금조달 시 부분적으로 차입을 활용한 기업과 주식발행에만 의존한 기업을 비교할 경우 수익 대비 기업가치 비율(enterprise value to earnings)이나 나머지 모든 요인들이 동일하다 할지라도 부채가 있는 기업의 P/E 비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고도의 투자가 및 투자은행들은 동급 경쟁업체 대비 기업가치 멀티플 즉 EV/EBITA 혹은 EV/EBITDA를 통해 기업 실적을 비교하고 있다. 이러한 멀티플들이 선호되는 이유는 수익비율에 잠재적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들의 영향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가치 멀티플을 기반으로 한 비교 시 동급 경쟁업체들의 멀티플은 매우 근소한 차이만을 나타낸다. 미국 소비재산업에 대한 상세한 사례분석을 통해 이를 살펴보기로 하자. 1965년에서 2010년까지 미 소비재산업 내 상위 25% 기업들과 하위 25% 업체들 간의 EV/EBITA 멀티플 격차는 업종 내 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가정용 세제에서 소프트드링크 업체까지 총망라) 대부분 4 포인트 미만인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대 후반 대기업의 가치가 상승하는 호황기 동안 최대 소비재기업들의 멀티플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보다 면밀히 고찰할 경우 그 차이는 더 적은 범위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식품회사들로 구성된 표본집단의 EV/EBITA 멀티플은 10.6에서 11.4 사이를 기록했다. 의료장비회사의 경우 그 범위가 8.4에서 9.7 사이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근소한 범위 내에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진정한 의미의 동급 기업들을 비교할 경우 그 차이는 대체적으로 매우 적다. 그 결과 기업의 순위는 주가 등락만이 좌우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동종업체 멀티플 사이에 근소한 차이만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한 가지 설명은 동등한 수준의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성장률을 시현하리라고 가정하는 투자자들의 경향에서 찾을 수 있다.

    경영진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정의 합리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현재 동급 경쟁업체 대비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기업들이 향후 5년 간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제부문을 막론하고 기업의 매출 성장세는 일정 시점에 도달할 경우 대체적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성장 가속화 전망을 아무리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모든 기업들이 시장평균 성장률을 능가하는 실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주식 애널리스트들 역시 기업별로 서로 다른 성장률 전망을 제시하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이란 언제나 과도하게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또한 투자자들은 잘 알고 있다.

    재무이론들은 동급업체 대비 수익률이 높을 경우 멀티플 역시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매출실적이 지속되리라고 투자자들이 확신을 갖는다 해도 해당 기업들의 실제 멀티플은 기대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 매출 성장세에서와 마찬가지로 업계 전반의 자본수익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한 지점으로 수렴하거나 경쟁으로 인해 자본비용 수준으로 낮아지리라는 투자자들의 가정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는 증거들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 소비재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지난 15년간 브랜드파워는 소비재기업들의 자본 영업이익 신장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영업이익에는 재무제표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 하나가 빠져있다.

    인수 시 장부가보다 더 지불한 프리미엄 혹은 영업권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 소비재 기업들 중에는 높은 투하자본 수익률을 통해 창출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보다 낮은 자본수익률의 기업인수를 추진한 기업들도 일부 존재하기에 영업권을 포함한 모든 투하자본 대비 수익률의 산업 중간값은 여전히 매우 근소한 범위인 15~19%로 도출됐다.

    이는 기업인수가 자본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잠식시키리라는 투자자들의 가정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시각은 결국 소비재 부문의 모든 기업들에게까지 확산되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들이 아무리 동급 경쟁업체 대비 높은 재정건전성을 역설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수긍하지 않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보유한 기업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월마트는 독보적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타 유통업체들의 수준을 대폭 웃도는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일관되게 기록하며 프리미엄 멀티플을 달성했다.

    그러나 현재의 월마트는 과도히 큰 규모로 성장한 나머지 경제전반 수준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으며 멀티플 역시 동종업체 수준으로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 이상의 고속 확장기간 동안 프리미엄 멀티플을 구가했으나 신규매장 개점 및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이 회사의 멀티플 역시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치 중심의 시각을 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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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동종업체 수준을 웃도는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모든 투자자들이 다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과거 실적추이, 경쟁입지, 전략, 경영능력 및 신뢰도 등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기업의 내재적 가치에 주력하는 고도의 투자자들은 특정 기업들이 업계 전반의 수준을 능가하는 실적을 달성하게 될 것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들은 해당기업 주식을 저점에 매수함으로써 부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해당 기업의 멀티플을 동종업체 대비 지속가능한 프리미엄 수준으로 끌어올릴 만큼의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들의 예견은 정확하게 실현되기도 한다. 단 매우 근소한 범위의 프리미엄 수준으로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이들은 매수세를 중단한다.

    결국 최고 수준의 멀티플에만 천착하는 경영진들은 매우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수한 총주주수익률(TRS)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들은 멀티플보다는 성장, 마진 및 자본 생산성을 통한 가치창출에 더욱 주력해야 함을 이미 잘 인식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노력이 높은 수익비율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가정용 제품 제조업체 Church & Dwight의 총주주수익률(TRS)과 소비재 부문 전반의 비교분석의 예를 들어보자. 15년의 기간 동안 Church & Dwight는 유기적 성장 및 비유기적 기업인수를 통해 경영혁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했다. EBITA 마진 성장률은 13.9%로 동기간 산업 중간값인 2.5%를 대폭 웃돌았으며 총주주수익률(TRS) 역시 해당부문 및 S&P 500 수준을 가볍게 능가했다. 그러나 유독 주가수익비율의 경우 16에서 10까지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매우 높은 수준의 멀티플에서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수익률이 업계 중간값 수준으로 수렴될 것으로 가정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진들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동종업체 대비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여지에 대해 현실적 수준의 기대를 가져야만 할 것이다. 회사의 제품 파이프라인 혹은 지리적 확대의 가치를 투자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당연한 첫 수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승 폭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투자자들은 상승세란 결국 수렴과정을 수반하리라는 시각을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이 불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략대상 투자자들을 정확히 선별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회사의 실적 및 전략을 바르게 이해하게 될 때 최소한 동종업체 수준의 주가는 유지될 수 있다.

    [수잔 놀렌 푸쉬 선임 연구원 팀 콜러 파트너 아난드 메타 컨설턴트(매킨지 뉴욕사무소)]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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