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 한기원 KOTRA 인베스트 코리아 커미셔너…투자 ‘why not korea’ 말해보라 하죠

    입력 : 2012.06.01 17:23:21

  • 사진설명
    워싱턴서 열린 제1차 한미 FTA 추진위원회.
    워싱턴서 열린 제1차 한미 FTA 추진위원회.
    “외국인들은 아시아에서 투자할 곳은 한국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들을 만나보니 기존에 한국에 대해 만연했던 국가 리스크나 기업의 투명성 결여, 지배구조 불확실성과 같은 부정적 인식이 한·미 FTA와 한·EU FTA 체결로 자연스레 해소됐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 4월 초 취임하자마자 이튿날 미국으로 날아가 뉴욕과 시카고에서 국가 IR 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한기원 코트라 인베스트 코리아 커미셔너(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 나간 국가 IR 행사가 성공을 거둔 데 고무됐는지 열띤 음성으로 상황을 소개했다.

    “뉴욕 IR은 아주 성황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가 IR 행사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데 이번에는 200명 이상이 왔어요. 제조업은 물론이고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등을 포함한 금융업 쪽에서도 많이 왔어요.”

    한국 대표단은 이번 IR를 통해 7건에 4억8000만달러 상당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진짜 성과는 금액으로 나타난 것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단장은 IR 행사가 끝나고 현지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던 중 미국 사모펀드인 GEM 뉴욕의 프랑코 스칼라맨드레 전무가 투자하고 싶다며 면담을 요청해 와 긴급히 만났던 얘기도 곁들였다. GEM은 중국목재자원 등 아시아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 굴지의 사모펀드다. 투자자들이 한국의 국가 IR 행사에 나온 것은 FTA가 체결됐기 때문이란 게 한 단장의 평가다. 미국 정부나 EU집행부가 나서서 FTA를 체결했으니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한국만큼 믿을 만한 나라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 도움을 주는 계약이라는 얘기다.

    “FTA는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만들어낸 걸작품입니다.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라운드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지요.”

    그는 특히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세계의 허브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지도를 놓고 한국이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있는가 보라고 하지요. 세계 파이프라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고요. 덧붙여 2010년 G20 정상회담과 얼마전 핵정상회담을 열었고, 여수엑스포와 2018년 평창올림픽 등도 열리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처럼 정상회담과 올림픽, 엑스포가 연이어 열리느냐, 한국은 그만큼 능력 있고 가능성이 큰 나라다. 안보 위협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회담이 열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죠.”

    투자자들에게 왜 한국이냐(Why Korea)를 설명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왜 한국이 아닌지(Why not Korea)를 얘기해 보라는 식으로 자신 있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들어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까지도 한국의 FTA 체결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얼마 전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의 주재로 일본 상사원들과 간담회가 열렸어요. 그 자리에 스즈키 지사장도 나왔는데, 스즈키는 인도에서 100% 출자한 현지법인을 통해 연 100만대를 한다고 해요. 그런데 부품공장이 없어서 일본에서 부품을 만들어 가는데 15% 관세를 문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만들면 1% 관세만 내면 되니 오라고 제안했지요. FTA의 위력이란 게 그런 겁니다.”

    그런 장점이 있는 FTA를 모두 지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FTA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소위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그들은 무엇인가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먼 훗날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국가소송을 주장하며 FTA를 하지 말라는 것은 소탐대실을 하는 것입니다.” 이번 국가 IR에서도 그 문제가 거론됐다고 했다.

    “설명회에 나온 많은 투자자들이 FTA를 무효화하겠다는 한국 정치권을 거론하며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바뀌는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한 투자자는 기존에 1억달러 정도를 투자하고 있고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면 지금 투자조건이 바뀌는 게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은 정부수립을 한지 60여 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정당이 60번 정도는 바뀐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약속은 약속이다’고 안심시켰어요. 그러나 기업이 제대로 뛰려면 정치권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영국에서 다이와유럽 투자은행 대표를 맡는 등 20년 이상 외국계 증권사에서 활동한 IB 전문가답게 한 단장은 앞으로 미국과 일본의 대규모 여유자금을 끌어올 구상을 밝혔다.

    “미국에선 150여 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이 2013년까지 430억달러 정도를 아시아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이 가운데 10%를 한국으로 끌어오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23억달러 정도였던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올해 30억달러를 끌어올 생각입니다. 이 정도면 미국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규모죠.”

    일본계 투자은행에서 오래 활동한 경험을 살려 일본 자금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일본 기업들은 55조엔 정도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6조엔 정도를 아시아에 쏟아 부었습니다. 우리는 이 가운데 5%인 2조5000억엔(약 310억달러) 정도를 끌어올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일본 데스크를 설치해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베스트 코리아 파이낸스팀을 통해 국내외 IB나 사모펀드들과 함께 투자를 유치하고 M&A를 주선하는 등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M&A라고 했지만 외환은행을 팔았듯이 상장사를 바이아웃(Buy-out)하는 게 아니라 바이인(Buy-in)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사모펀드들은 비상장 중소기업에 들어오면 대개 7~8년은 투자하죠. 이들은 투자한 중소기업을 키워 상장하려고 합니다.”

    ‘먹튀자금’이 아니라 투자기간이 긴 사모펀드를 국내 중소기업에 연결시키는 방법으로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여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했다.

    “이 일은 IB 업무와 같습니다. 수익구조가 없다는 것만 빼면요. 기존 조직을 세련화해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하듯이 하면 효율적으로 가동될 것 같습니다.”

    IB 시절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적은 월급을 받는 자리지만, 그는 더 늦기 전에 나라를 위해 할 일을 찾다가 맡은 자리인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밝게 웃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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