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촌 공동기획 Business Law & Case] ⑧ 박 부장이 이사로 승진하고 신이 났는데…

    입력 : 2012.06.01 17: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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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5일부터 발효된 상법개정안(이하 ‘개정상법’)은 이사의 책임과 의무에 관해 매우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이사의 자기거래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가 회사의 기회유용에 관한 것이다. ‘이사의 자기거래’란 이사가 자기의 이익을 목적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는 것을 말하며, ‘회사의 기회유용’이란 이사가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이용해 편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사의 자기거래에 관한 조항은 이전 상법에도 있었지만 이번에 자기거래에 해당하는 범위가 매우 확장됐고, 회사의 기회유용 금지는 개정상법에 처음 도입됐다. 회사를 경영하거나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는 사람들은 개정상법상의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 주제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자.

    이사의 자기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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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상법상의 이사의 자기거래란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이사 본인이 소유한 빌딩을 자기가 이사인 회사에 매각할 경우, 이는 이사의 이익을 위해 (법적 용어로는 ‘자기의 계산으로’) 회사와 하는 거래이므로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돼 이사회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다. 회사가 이사 소유의 빌딩을 시세보다 비싸게 구입하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를 감시하기 위한 장치로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다.

    직접 회사 경영을 담당하지 않는 주주는 회사 경영상의 정보에 어두울 가능성이 높은데, 이사가 자신과 주주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해 주주의 이익이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사회 승인을 얻도록 했다.

    그런데 이전 상법은 자기거래의 규제 대상을 이사 본인에 한정하고 있어 이사가 출자한 회사, 이사의 배우자나 자녀 등 사실상 이사와 동일시 될 수 있는 회사나 기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해선 이사의 자기거래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 상법은 이사가 직접 거래를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친인척이나 그들이 설립한 개인회사 등을 이용해 회사와 거래하는 경우,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규제대상이 되는 자기거래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에 따라 이전 상법상의 (1) 이사 개인은 물론이고 (2) 이사의 배우자, 직계존비속(부모와 자녀를 말함),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3) 이사와 (2)항에 열거된 자가 단독으로 또는 공동으로 50% 이상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가진 회사 및 그 자회사, (4) 이사와 (2)항에 열거된 자가 (3)항상의 회사와 합해 50% 이상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가진 회사까지도 모두 자기거래의 대상이 된다.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데 어쨌든 이전 상법에 비하면 아주 넓게 자기거래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러다 보니 개정상법 하에선 이사와 관련된 웬만한 거래는 모두 자기거래가 될 수 밖에 없어졌다. 물론 개정상법 하에서도 이사의 형제는 직계존비속이 아니므로 이사의 형제와 회사 간에 거래를 할 경우에는 자기거래에 해당되지 않는다. 4촌과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사의 형제나 4촌이 사실상 이름만 빌려 준 것이고, 이득은 이사 본인이 취하는 경우라면 이사회 승인 대상이 된다.

    또한 이사가 하는 거래라 하더라도 회사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거래는 이사회 승인대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이사가 회사에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하거나 무이자로 금전을 대여하는 행위 등 이사 자신에게는 손해가 될지언정 회사로선 전혀 손해 볼 가능성이 없는 거래라면 이사회 승인대상이 아니다.

    사실 이전 법하에서도 자기거래와 유사한 거래들이 금지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으로 대기업들은 계열기업들 간의 대규모 거래에 대해 이사회의 의결과 공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상장법인의 경우 특수관계인과의 대규모 거래에 대해서 이사회 승인과 주주총회 보고를 요구하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상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기업이 아닌 회사, 비상장 회사들까지 적용범위를 넓혔다. 개정상법은 이사의 자기거래의 경우 이사회 승인은 제적이사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며, 반드시 사전에 승인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 상법에선 사전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개정상법에는 사전에 받도록 명백히 규정되어 있다.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는 이사의 자기거래는 무효이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후 추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해야 하므로, 거래 내용이나 절차가 불공정하다면 이사회 승인에도 불구하고 무효의 거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공정성에 관한 요건은 아마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다수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사회 승인 자체만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회사 기회유용의 금지 개정상법은 이전 상법과 달리 이사가 이사회 승인 없이 장래 또는 현재에 회사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지배주주나 대표이사들이 회사가 하면 좋을 사업기회를 회사가 아닌, 2세나 친인척에게 그 사업기회를 활용하게 함으로써 편법적인 재산증식이나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사회적 비난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개정상법에 반영된 조항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회사의 기회유용에 해당하는 것일까? 개정상법은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으로 (1) 이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회사의 정보를 이용한 사업기회 또는 (2) 회사가 수행 중이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라고만 말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그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가 자기가 생산한 제품의 물류와 관련해 자기가 직접 생산하고 물류도 담당하는 것 보다 별도의 물류전담법인을 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물류 아웃소싱을 계열사에 맡겼다면, 이것이 회사의 기회유용에 해당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생산과 물류를 다 하는 것보다 생산에 집중하는 것이 충분히 회사에 더 유익하다고 객관적으로 판단한 경우라면 설령 물류부문을 다른 계열사에 맡겼다 하더라도 회사의 기회유용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만일 아웃소싱이 너무 잘되어 물류계열사가 많은 이익을 낸다면 틀림없이 계열사에게 회사의 기회를 유용하게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다 보니 향후 아웃소싱이 설령 회사에 이득이 된다고 해도 소극적으로 이사들이 대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대상이 되는 사업기회는 회사가 이미 수행하고 있는 사업뿐만 아니라 장래에 영위할 사업도 포함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장래 사업이라는 개념은 참으로 모호하다.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사업기회라고 본다면, 사실상 모든 업종이 다 여기에 해당할 터인데 그렇게 무한대로 확장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좁게 해석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향후 상당한 논란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개정상법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이사와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한 이사는 연대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의 책임 경감 개정상법은 정관에서 정하는 경우에 이사는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 사외이사는 3배까지만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이전 상법에서도 총주주의 동의가 있으면 이사의 책임을 면제할 수 있었지만 개정상법은 한발 더 나아가 정관을 개정해 이와 같은 책임제한 규정을 둘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경우 최근 이사의 책임제한에 대한 정관개정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데, 주주인 국민연금 등의 반발로 정관개정에 난항을 겪는 경우도 보인다. 그런데 이런 이사의 책임 경감도 앞서 본 이사의 자기거래나 회사의 기회유용 금지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윤희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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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법대와 동대학 법학대학원을 졸업해 현재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로 롯데제과를 대리해 세계적인 초콜릿 회사 ‘길리언’을 인수하는 자문업무를 수행했고 현대자동차를 대리해 신흥증권 인수, 롯데의 대한화재보험 인수, 현대중공업의 CJ증권 인수 등 굵직한 M&A도 성사시킨 바 있다. [윤희웅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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