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rum] 삼성 - 세상에 없는 것 만들어라, 바스프 - 아까워도 버릴 땐 과감히

    입력 : 2012.03.26 17: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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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 국제경영원 포럼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도록 교육하고 있다.”

    인재 육성 전문가인 김수근 삼성물산 부사장이 소개하는 삼성그룹의 창조적 인재 육성법이다.

    지난 2월 중순 열린 전경련 국제경영원 신춘 포럼에서 김 부사장은 ‘창조적 인재가 기업의 미래다’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던 삼성이 2007년 이후 창조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격적 리더십을 넘어서 창조적 리더십을 갖게 해 집단지성을 발휘케 한다”는 게 그가 밝힌 삼성의 인재 전략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의 성공 원동력을 ‘끊임없는 인재 양성’에서 찾았다. 삼성그룹의 경영철학은 ‘인재 제일’이며 이는 1973년에 정립한 창업이념뿐 아니라 1993년의 경영이념, 2005년의 ‘삼성의 핵심가치’ 등에도 가장 우선순위로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삼성의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 목표는 인재 양성 전략과 일치돼 있다는 말로 개별 기업에서 인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삼성은 ‘미래경영’ ‘글로벌경영’ ‘신뢰경영’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고 있는데 그 근간이 인재 양성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기업의 인재 양성을 위해 두 가지 제언을 했다.

    우선 “인재 양성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삼성은 가장 어려울 때 가장 많은 인재를 뽑아 가장 많이 가르친다”면서 이는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고 문화라고 했다. 또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만큼 인재 양성은 CEO가 나서야 하며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교육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인사 담당자는 믿을 수 없으면 시키지 말고, 믿는다면 철저히 맡기라”고 주문했다.

    이어 인재를 유지하고 적극 활용하려면 조직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성화돼 있는 기존 조직을 알칼리성으로 바꾸라는 것. 서로 질시하고 견제하는 조직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격려하며 칭찬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우성 한국바스프 회장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한 게 바스프가 150여 년 역사를 이어온 비결이라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865년 창업한 바스프는 염료로 급성장했고 1900년대 초 질소비료로 제2의 성장기를 맞았으나 이후 일반화학에서 특수화학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왔다. 신 회장은 “청바지 염료인 ‘인디고 블루’는 아직도 사용되고 있고 암모니아 합성은 바스프에 노벨상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인구 급증을 가능케 한 질소비료시대까지 열었지만 바스프는 염료나 농약 등은 오래전에 포기했고 플라스틱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만 남겼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아까운 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능력이 바스프의 큰 장점이란 얘기다.

    신 회장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는 네버 엔딩 프로세스다”며 수십 개의 전략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위에 속한 부문은 끊임없이 퇴출시키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새로운 화학물질 발견이나 합성은 이미 거의 끝났다”고 했다. 그래서 화학회사인 바스프는 또 다른 성장을 위해 화학과 물리나 기계공학을 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벤츠와 함께 차량을 경량화하고 전기 효율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해 ‘스마트 포비전(Smart forvision)’을 만들어낸 게 단적인 사례라는 것.

    바스프는 이를 위해 연구개발엔 제한을 두지 않는다. 금융위기 때도 연구개발비나 교육비는 통제하지 않았다고. 그렇지만 한 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절대로 고객사와는 경합하지 않는다는 것.’

    지난해 12월 바스프는 새로운 경영 목표를 발표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화학을 창조한다(We create chemistry for a sustainable future).’

    2050년 지구상 인구가 90억명 정도로 증가하는 게 인류의 가장 큰 도전이며 이는 지구가 3개 필요한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식품 영양을 공급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제를 해결하려고 나서고 있다는 것. 화학이 이 도전 과제를 가능케 한다는 게 바스프의 생각이다.

    어떤 사람이 이런 도전에 함께 맞설 수 있을까.

    “실력이 없어도, 자신감이 없어도, 리더십이 없어도 같이 일한다. 다만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면 같이 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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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충청남·북도만 한 나라에 인구는 710만명에 불과한데 전 세계 벤처캐피털의 31%가 몰린다. 나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을 뺀 나머지의 40%가 이스라엘 기업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KT의 부사장직을 떠나 미국 벨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하다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윤종록 연세대 융합공학부 교수는 유대인의 창조정신이 오늘날 이스라엘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발사한 데 충격을 받아 케네디 대통령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지시했다. 팀을 구성해 예산 무제한에 마음대로 하라니 1969년 7월20일에 아폴로 11호를 달에 올렸다. 그런데 아폴로는 추락하는 방법을 사용해 한 번 다녀오면 버려야 했다. 관리들이 나서서 아폴로의 성공매뉴얼을 표준화해 달을 왕복하는 컬럼비아 프로젝트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왜 실패했을까. 창의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창의력이 필요한가.

    윤 교수는 “네덜란드 사료회사 헨드릭스는 사료를 팔다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축 질병 진단 서비스회사가 되더니 또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백신회사로 변신했다. 미국 다이너마이트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ICI는 폭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세계적 지질탐사회사가 됐다”며 얘기를 이어갔다. 창의력은 가까운 곳, 사소한 것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스라엘이 엄청난 세계적 특허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특허들이 의외로 사소한 데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는 일이 어느 날 한계에 부닥쳤다. 집적도를 높이면 열이 엄청 발생해 더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한계를 극복하는 아이디어를 운전병 출신 엔지니어가 냈다. 자동차를 1단기어로 가면 열이 나지만 2단, 3단 기어로 가면 괜찮다고…. 그게 듀얼코어칩, 센트리노칩, 멀티코어칩이다. 우리 같으면 반도체 전문가들만 머리를 싸매고 붙었을 텐데 운전병 출신 기술자가 함께 해서 일을 냈다.”

    전기자동차의 한계로 지적되는 충전 능력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은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대신 전투기 무장기술을 응용해 충전소를 늘리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다고 했다. 자동차를 몰고 가서 충전하는 게 아니라 이미 충전된 배터리를 바꿔 넣는 것으로 해결했다는 것. 기발한 창의력을 가능케 하려면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스라엘에선 누구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 또 옆 사람이 하는 것을 끊임없이 간섭하고 들여다볼 권리도 인정한다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수를 인정하고 공유한다는 점. 아무리 큰 실수라도 실패의 경험을 제시하면 그 실패를 탕감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오늘날 이스라엘을 세계적 창조국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럽 위기 5년은 더 간다 “지금 사태는 유럽 각국의 구조적 문제와 전 세계적 신용 축소, 세계기구나 각국의 정책 적절성 결여, 여러 나라의 정치적 변화 등이 맞물려 해결이 쉽지 않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현 사태가 10년은 간다고 했는데 나도 5년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허경욱 주OECD 대사의 글로벌 위기 진단이다. 허 대사는 특히 현재 국면이 개선되거나 더 악화되기보다 “일진일퇴를 반복하며 위기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리스 뒤에는 포르투갈 등이 남아 있다”는 말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그랬듯이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민간은행을 지원하는 식으로 사태를 풀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ECB가 각국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면 해당 은행들은 그 돈으로 스페인 국채를 5%대에 인수할 것이다. 그 뒤 이들 은행은 ECB엔 1%만 지불하면 된다. 이런 방법으로 ECB가 은행들에 3~4% 정도 금리를 지원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라는 게 허 대사의 분석이다.

    그는 유로화 출범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통화통합”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나라가 적자가 나면 ECB가 자금을 빌려줘야 하는데 그것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금융위기 이후 5000억 유로를 만들어 빌려주고 있는데 그것으론 안돼 규모를 1조 달러로 늘려서 빌려주려고 하고 있다. 그러려면 독일이 먼저 빌려줘야 하는데, 결국은 모든 나쁜 결정을 해보다가 나중에야 재정 통합 메커니즘을 만들 것으로 본다.” 유동성을 풀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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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도 낮은 기업 어려움 가중될 것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이미 유럽 금융기관들보다 신용도가 훨씬 양호한 데다 유동성도 풍부하다는 것이다.

    어 회장은 “KB금융의 신용등급이 코메르츠방크나 도이치방크의 등급보다 더 높다”면서 재정이 건전할 뿐 아니라 유동성도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외화자산만 2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 달러 유동성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자금이 풍부하지만 글로벌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돈줄을 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 대신 중소기업이라도 신용도가 높다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 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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