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Plus Knowledge] 변화를 즐기며 살아남는 자가 자본주의 4.0시대 진정한 승자
입력 : 2012.03.26 17:27:37
-
자본주의는 기회의 평등 아래 누구나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이념을 근간으로 중세시대 이후 지속적으로 인류 발전을 주도하여 왔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 또한 사실이다. 두 번의 산업혁명, 미국의 독립 등을 거쳐 발전을 거듭하던 자유방임형 자본주의는 1929년 뉴욕 증시 폭락과 함께 발생한 세계 대공황으로 인하여 첫 번째 위기를 맞이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주의는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로 변화하게 되었다. 수정자본주의도 50년이 채 지나지 않아 2차례 석유파동으로 인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자본주의는 다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로 선회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2008년 다시 한 번 금융위기라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의 ‘자본주의 4.0’ 은 이러한 논의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의 변화는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석유파동 이후 지금까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Globaliz ation)의 가속화로 인하여 기업들은 유례 없는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되었다. 기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마이클 포터 교수의 경쟁전략, 로버트 카플란과 데이비드 노턴 교수가 고안한 기업관리 기법인 BSC(Balanced Score Card), 피터 드러커의 다양한 혁신 방법들은 기업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녹여낸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기업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자본주의 변화에 대한 고민은 무한 경쟁을 통한 승자 독식의 기존 자본주의 논리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에는 건강한 시장 생태계 구축이 논의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향후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T-Plus 는 자본주의 시장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바람직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고려해야 할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정의하였으며,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진정성 있는 고객 이해 고객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신자유주의 시대부터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이해관계자였음에 틀림없다.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 우월한 제품력 등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고객의 구매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고객들이 모바일을 통하여 인터넷과 SNS에 24시간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고객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 제품, 서비스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또 평가하고 있다. 경영자의 부도덕성에 대하여 SNS를 통해 토론하며 불매운동을 실천하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종업원의 불친절함을 이야기하며,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그곳을 이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현재의 고객이다. 더 이상 ‘싼 값의 질 좋은 물건’ 의 제공만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는 힘들어진 것이다.
이제 고객들은 제품, 서비스의 질과 가격을 넘어서 사회적 공헌에 대한 만족, 기업이 표방하는 이미지 등 고차원적인 기준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다. 한 켤레의 신발을 판매하면 한 켤레를 기부하는 탐스슈즈(Toms Shoes)를 신는 고객은 한 켤레의 신발을 구매하면서 스스로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음을 느끼며 만족하고, 애플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아이폰, 아이패드의 성능과 디자인 외에도 애플이 가지고 있는 혁신의 이미지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객의 가치 지향적 구매성향과 더불어 밸류체인(Value Chain)과 비즈니스모델의 다양화는 기업의 고객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인하, 질 향상이 아닌 고객이 추구하는 더욱 고차원적인 가치 (기업의 이미지, 사회적 공헌 등 기업의 공익적 역할) 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위의 진단 결과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과 구성원 모두 더 높은 목표를 함께 지향하기 위해서 기업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자율적 권한의 강화’ 이다. 권한의 자율적 강화는 구성원의 의욕을 고취하고, 급변하는 현장에서의 고객 대응력을 제고할 수 있다. 세계적인 섬유기업인 고어(Gore)는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100% 실행할 수 있도록 일주일의 반나절을 아이디어의 기획 및 실행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Gore는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의 30% 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자율권 보장을 통한 구성원의 의욕 고취가 기업의 성장과 직결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실패의 장려’ 다. 무조건적으로 실패를 비판하는 기업문화에서 구성원은 주어진 일에만 안주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다. 내부로부터의 혁신이 요원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의미 있는 실패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팀이 5%의 성공적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95%의 실패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실패목표율을 설정한 HTC 사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저지른 직원을 매달 1명씩 선발하여 리더가 선물을 전달하는 제도를 만든 BMW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세 번째는 ‘지식근로자화’ 이다. 가정용 수납 기구를 판매하는 미국의 The Container Store 는 “Great Person Equals 3 Good Person” 이라는 모토와 함께, 구성원에 대한 교육시간을 업계 평균보다 30배 이상 투자하고 있다. 또 IBM 은 ‘Beehive SNS’ 라는 사내 채널을 구축하여 구성원 간의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하고, 이러한 소통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업무성과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구성원이 일상적 업무 수행을 넘어, 기업의 지식과 자본을 살찌울 수 있는 ‘지식근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구성원의 성장=기업의 발전’ 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다.
BMW 독일 본사
중국의 팍스콘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주 생산업체로, 언제나 극비리에 진행되는 애플의 신제품 론칭에 관한 정보가 흘러나오는 소스로 뉴스에 회자되곤 한다. 지난 1월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애플과 팍스콘의 관계와 관련된 강도 높은 비판 기사를 내보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촉박한 납기와 물량단위 계약으로 팍스콘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이렇게 일하면서도 계속되는 단가인하 압력에 팍스콘의 마진은 0%에 근접하고 있다는 기사에 수많은 네티즌들의 성토가 뒤따랐다. T-Plus는 협력사와의 관계를 강도에 따라 크게 4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첫 번째 ‘갑을관계’는 기업과 기업의 단순한 1대1대응으로, 양측의 제한적 협조만이 이루어지는 관계이다. 원가절감만을 위한 경쟁입찰방식에 의해 맺어지는 관계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제한적 협력관계’ 다. 이슈 중심으로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해당 이슈 외에는 정보교류나 협력체계 구축을 등한시한다. 세 번째 ‘긴밀한 협력관계’ 는 협력사 양측의 전략적 목표를 상호 인정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단계로 다음 ‘상생단계’ 를 위한 초석이 된다. 네 번째 ‘상생관계’ 는 상호간 전략적 방향성을 공유하고, 궁극적으로 지속성장을 위한 Co-Creation 의 관계를 형성한다. 이 단계에서는 R&D, 경영관리, 생산, 물류, 이사회 등 전사적 관점에서의 상호 협력이 이루어지게 된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눈앞의 원가절감만을 중시하는 ‘갑을관계’ 의 구축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생관계’ 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 유니레버는 IR 활동 시 재무성과와 제품 및 시장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협력과 사회적, 환경적 책임활동에 대한 투자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하면서 투자자가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사회의 안정은 고객의 구매력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고객의 구매력은 기업의 존속과 직결된다. 로이터의 인도시장 사업 확장 사례는 창조적 발상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의 좋은 사례이다. 인도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던 로이터는 인도의 저소득층 농민에게 날씨 및 농산물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였다. 3개월 당 5달러에 제공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인도의 저소득층 농가의 평균수익을 60%나 증대시켰고, 로이터의 인도지역 매출의 20%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사회적 가치창출을 기업의 목적으로 삼아 기업이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2006년 여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Blake Mycoskie) 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는 것을 보았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블레이크는 ‘고객이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한 켤레를 아이들에게 전달합니다(One for One)’ 라는 구호 아래 탐스슈즈를 설립하였고, 현재 탐스슈즈는 세계 20여 개국에 진출하여 100만 켤레 이상의 신발을 판매하였다. 그리고 구호대로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중국 등 23개국에 100만 켤레 이상의 신발을 기부하였다. 탐스슈즈는 이러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현지 전문가를 통하여 경제, 건강, 교육적 측면에서 신발이 가장 필요한 지역을 선별하고, 해당 지역의 지형, 문화를 고려하여 디자인과 색상을 맞춤 생산하며, 나아가 지역의 신발 산업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
팀스 슈즈
Alcoa 는 알루미늄 재활용 공장을 신축하여 저렴한 중고 알루미늄 자재를 이용하여 연 30만t의 알루미늄을 확보하면서 약 335만t의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에 성공하였고, Walmart 는 친환경 포장용기 혁신을 통하여 쓰레기 운반차량 운행비용을 절감하고, 쓰레기 소각을 위한 석탄 32만t, 6000만 갤런의 디젤연료를 절감하는 데 성공하였다.
Industry 의 특성에 따라 환경의 중요도는 상이할 수 있겠지만, 이제 기업 입장에서 환경은 언제나 명심하여야 할 기업생태계의 이해관계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는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시점에 직면해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한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고, 바로 지금이 선제적 대응을 시작할 시점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