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pany] 포스코의 자신감 “올해 7조 확보하겠다”

    입력 : 2012.02.29 11: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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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재무구조 부담 우려를 날려버리며, 세계 최대 철강사의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아왔다. 매출액이 늘었지만 제자리를 걷고 있는 영업이익에, 늘어난 차입금 때문에 재무구조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국내 금융업체들 역시 포스코의 차입 규모가 과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국내외 금융권의 불안감을 해소시켰다. 이날 기업설명회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책을 발표하며 총 7조2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채권 발행을 통한 외부자금 유입을 거치지 않고,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와 유휴자산 매각만으로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세계 최고의 철강사에 걸맞은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 2월 정준양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여의도에 총 출동했다.

    영업이익 감소와 차입금 증가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그룹 본사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그룹 본사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놓게 된 데에는 금융권의 움직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우려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S&P는 지난해 11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고, 피치 역시 지난해 12월 ‘A-’를 유지한 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예상한 대로 포스코의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은 대우인터내셔널 합병효과 등으로 전년대비 43.9% 증가한 68조989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0.3% 줄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를 지키면서 큰 이익을 내지 못한 셈이다.

    또 지난 2009년 6조원 수준이던 차입금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을 웃돌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해외 철광석 광산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과 투자가 진행된 점을 감안해도 차입금이 2배로 늘어난 점은 금융권에서 부담스럽게 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유럽의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중국과 인도는 물론, 국내의 경쟁업체들까지 고로 증설 및 생산량 증강에 나서면서 포스코의 실적 상승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점도 금융권 관계자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침체 가능성이 겹치면서 포스코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며 “국내 경쟁사들의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포스코의 이익 창출력 역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IPO 통한 재무구조 개선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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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의 시각을 의식한 때문인지 포스코는 올해 초부터 곧바로 재무구조 개선책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 지난 3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다. 발빠른 대처에 금융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환영하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일단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채권 발행 없이 유휴자산을 팔아 7조원을 확보키로 했다. 최종태 사장은 이를 위해 연내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비상장 계열사 중 2곳을 선정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보유 주식 등 유휴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며 “단 포스코건설은 올해 IPO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포스코그룹의 비상장계열사는 총 19곳으로 △포스코건설 △포스코특수강 △포스코파워 △포스틸 △포스코플랜텍 △포스코AST △에스엔엔씨(SNNC) △피엔알(PNR) △포스하이메탈 △포스화인 △엔투비 △포스에이씨 △포스코터미널 △포스메이트 △승광 △포스텍기술투자 △포드위드 △포스코경영연구소 △대우엔지니어링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 공개에 나설 포스코그룹의 비상장계열사로 국내 최대 민간 발전업체인 포스코파워와 봉강 및 강관 제조업체인 포스코특수강을 지목하고 있다.

    두 회사는 포스코가 각각 85.7%(포스코파워), 100%(포스특수강)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될 경우 수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투자 목적으로 취득했던 SK텔레콤 5.6%와 KB금융지주 4% 등의 타 법인 주식들에 대한 매각설도 나왔지만, 포스코그룹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제는 거두어들일 때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2월8일 내한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만나 IT 기술의 활용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2월8일 내한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만나 IT 기술의 활용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놓은 포스코는 올해에는 일단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준양 회장 역시 “올해 경영계획의 화두는 철강사업에서의 안정적인 경쟁력 유지와 이미 투자된 미래 성장 사업의 성과 창출”이라며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에 더욱 박차를 가해 경쟁사와의 수익성 격차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올해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더욱 끌어올리는 한편, 월별 경영계획 롤링 등 시나리오 경영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룹 내 계열사들의 시너지 창출에도 집중한다.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가공 및 판매를 맡고 있는 포스코AST와 대명TMS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는 2009년 대한전선으로부터 인수한 회사로, 그룹 운영체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두 회사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이의 지분 430만주 전량을 발전 및 에너지 부문 자회사인 포스코파워에 매각했다. 포스코이앤이는 하수슬러지와 폐기물 등 폐자원을 활용한 발전사로, 부생가스 발전 및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는 포스코파워와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포스코의 이번 개선책을 “세계 1위 철강사로 성장한 포스코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체 중 유일하게 신용등급 A를 유지하고 있는 철강사”라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외부 차입 없이도 7조원대의 현금을 확보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정준양 회장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국내 최대 철강사를 넘어 세계 최고의 철강그룹 반열에 오른 포스코. 일각의 우려에도 강철처럼 굳건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포스코의 ‘스틸로드’가 기대된다.

    한편 포스코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연결 기준 70조6000억~74조3000억원, 단독 기준 37조7000억~41조2000억원으로 세우고, 투자에는 연결기준 8조3000억~9조5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종열 기자 snikers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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