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Kinsey Report] M&A 성공기업, 그들 전략은 남달랐다

    입력 : 2012.02.29 11:05:22

  • 동원산업 참치잡이 원양어선
    동원산업 참치잡이 원양어선
    M&A를 통해 창출되는 가치를 과학처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딜 발표 전후의 주가를 비교분석하여 단기 투자자 반응을 근거로 가치창출 예상치를 가늠하게 된다. 이 접근법의 장점은 후속 M&A 딜이나 경영진 교체 등 기타 변수들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영향을 배제한 가치창출의 척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장반응을 근거로 한 가치창출 측정에는 몇 가지 단점도 존재한다. 대규모 딜을 중심으로 결과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딜의 규모가 클수록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며, 그 결과 실제 성사되는 M&A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딜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만다. 이뿐만 아니라 보다 장기에 걸쳐 실질적 가치가 구현되는 멀티딜 전략의 경우 가치창출의 잠재력이 과소평가되기 쉽다. 또한 연구자들은 무수한 데이터 속에서 단 하나의 평균치를 도출하는 경향을 보이는 바, 이러한 일반화의 과정에서 산업 및 M&A 전략 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차이들이 희미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맥킨지는 지난 10년 간 총 1만5000개 이상의 딜을 체결한 전 세계 1000대 비금융 기업들을 대상으로 초과 주주수익률을 분석하였다. 해당 부문 인덱스와 해당 기업의 주주총수익률(TRS) 간 격차를 추적하여 초과 TRS를 측정했다. 이 분석에서는 2000년대 초 IT거품 붕괴의 일부 영향을 배제하려고 11년 초과 TRS를 사용했다. 그 결과 해당 기간의 외부적 요인들이 초과수익에 분명히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딜 추진 유형 간에도 명백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M&A 범위를 기준으로 기업들을 세분화한 결과, 딜 유형이나 산업에 따라 장기적 수익에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딜의 경우 업종과 상관없이 최적의 역량만 확보되었다면 성공적 M&A가 가능하나, 대형 딜의 경우 산업구조가 기업의 역량이나 리더십만큼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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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구에서는 10년의 총 기간을 대상으로 초과 수익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장기적 전략과 주주수익률 및 기업의 생존율 간의 상관관계를 더욱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즉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성장방안으로 M&A를 활용하는 정도 역시 더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더욱 구체적으로는 500대 기업의 75%(100대 기업의 91% 포함)가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대다수 기업은 대형 딜은 전혀 추진하지 않은 채 다수의 소규모 딜로만 M&A를 추진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대형 딜의 경우 성패가 매우 분명히 엇갈릴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충분히 수긍이 가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대형 딜은 성사된 해를 기준으로 인수기업 시가총액의 최소 3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수된 피인수기업으로 정의했다. 또 도출된 각 M&A 유형과 장기적 초과수익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대형 딜을 실행한 기업들은 모두 평균 마이너스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딜 실행 직후의 경우 플러스 초과수익을 달성할 확률이 다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분석대상 기업의 약 절반이 2~5년 내에 플러스 초과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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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그 외의 M&A 접근법을 채택한 기업들은 글로벌 산업지표 대비 플러스 초과 TRS를 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보다 프로그램 유형의 M&A를 추진한 기업들은 유기적 성장방안만을 구사한 기업들보다 더 높은 실적을 달성하였다. 이들은 플러스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도 더 높았다. (여기선 인수대상 시가총액 총합의 중간값 혹은 19%를 기준으로 상당수준의 M&A 프로그램<프로그램 인수업체> 추진 기업과 보다 소형 딜을 기회주의적으로 구사하는<전술적 인수업체> 업체를 구별하였다.) 또 소형 M&A 딜을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M&A를 아예 배제하는 성장전략보다 더 안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유기적 성장전략을 추진한 기업들의 경우 최상위업체들과 하위 25% 업체들 간의 초과 TRS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 반면, 프로그램 및 전술적 M&A 전략을 구사한 기업들의 경우 그 격차가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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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종별 특성의 중요성 이러한 글로벌 평균치는 매우 큰 설득력을 갖는 것이 사실이나 한 산업에 속한 개별 기업이 특정 기간 동안 M&A를 추진해야 할지 여부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 평균치들의 이면에는 산업구조나 특정 자산과 명확히 수립된 전략 간의 정합성, 가치구현을 위한 필수적 실행 능력 등을 비롯한 가장 유의미한 미시적 정보들이 종종 숨겨져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M&A 접근법 별로 수익성을 고찰할 경우 광범위한 분포도로 인해 개별적 성과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업종 별로 같은 데이터를 보면 매우 큰 편차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대형 딜 :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성숙산업의 경우, 인수업체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M&A를 추진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업계 특성 상 초과 생산능력 축소 및 실적 제고를 통해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장기간에 걸친 통합으로 인해 운영상 차질이 초래될 가능성이 보다 적기 때문이다. 반면 연평균 성장률 7%를 상회하는 고성장 부문에선 대형 M&A 딜 추진은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딜 실행 직후 5년이 지난 시점의 초과 TRS는 -12%로 비슷한 기간 저성장 업종의 기업들이 달성한 4% 대비 현격히 낮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고성장 부문 기업들이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형 딜에 수반되는 장기간의 통합 작업에서 지나치게 내부에 초점을 둔 나머지 결정적인 상품 혹은 업그레이드 주기를 간과한 데에서 그 주요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혹은 상호보완적 영역으로 사업 확대를 시도하였으나 막상 피인수기업의 상품 및 기술과 중첩된 영역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조사 결과 이러한 기업들은 시장가치가 대체적으로 매우 높은 지점에서 대형 딜을 추진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이테크 기업들의 경우 이 세 가지 덫에 모두 걸려든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물론 대형 딜의 성공 여부는 기업의 경쟁력 및 1년 이상 소요되는 통합작업을 이끌어갈 리더십의 역량과 해당 딜의 특수성에서 수반되는 기타 요인들도 좌우하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그램 딜 : 업종을 불문하고 프로그램 접근법을 구사하는 기업들은 좋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된 대부분의 부문에서 이는 가장 효과적인 상위 2개 전략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해당 10년간 초과 수익률 기준). 이 전략을 채택한 기업들은 다수의 M&A를 추진하며 이를 위해 시가총액 대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감행한다. 해당 기간에 33건의 딜을 통해 인수한 시가총액 대비 비율의 중간값은 36%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규모의 효과도 작용하여, 더 많은 딜을 추진할수록 초과 수익을 달성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분석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는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이다. 딜 전략이 평균을 상회하는 성과 달성에 기여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의 기업들은 성공적 M&A 후 더 많은 딜을 실행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분석 결과 대규모 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특정 역량이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나 그것이 반드시 특정 산업구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M&A를 추진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선도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1~2개 시장 혹은 제품영역에 우선순위를 책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IBM은 일련의 소규모 S/W업체 인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실행하였다. 피인수 사업체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던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공적 M&A 프로그램을 통해 IBM은 인수 후 피인수기업의 성장률이나 수익률 개선이라는 두 성공지표에서 모두 긍정적 실적을 발표할 수 있었으며, 향후 인수를 통한 추가적 수익 달성 목표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대형 제약회사들 역시 글로벌 영업망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과 일련의 소규모 M&A 딜 및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한다. 물론 대기업들이 신성장 기회 모색 차원에서 이를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 1990년대 말 독일의 산업기기 재벌 BASF는 특수화학 사업으로 선회하면 더욱 신속하게 수익성 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해 기존 기술 역량이나 고객 니즈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가치 실현 기회를 모색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범용 화학제품 사업을 정리하고 특수화학 기업과 비즈니스를 인수하여 이를 기존 조직과 신속히 통합하였다.

    유사한 또 다른 사례로는 월트 디즈니사의 예를 들 수 있다. 월트 디즈니사는 베이비 아인스타인(Baby Einstein)이나 머핏(Muppets) 등의 브랜드를 전격 인수하여 디즈니의 글로벌 입지를 기반으로 신규 브랜드 시장 및 사업영역 확대를 추진하였다. 클럽 펭귄(Club Penguin)이나 마벨 엔터테인먼트(Marvel Entertainment) 인수 역시 유사한 사례에 해당한다. 클럽 펭귄 인수를 통해 디즈니는 새로운 제품과 유통 채널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마벨 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서는 공략이 매우 어려운 인구계층에 해당하는 10대 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Foxconn
    Foxconn
    전술적 딜 : 전술적 차원의 M&A를 추진하는 기업들 역시 수많은 소규모 딜을 추진한다. 단 딜 금액의 총합이 인수업체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략에서 역시 M&A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전술적 딜 기법은 특히 하이테크 기업들이 추진할 때 훨씬 더 성공적이다. 혁신 및 역량구축 전략, 옵션 매입 및 기능 추가의 일환으로 M&A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M&A를 통해 핵심 제품의 기능을 끊임없이 추가 확대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욕구를 불러일으켜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많은 소규모 제품들의 기술은 추후 출시되는 엑셀의 다음 버전에 반영되었으며, 이는 업그레이드 사이클을 통한 지속적 매출 창출로 이어졌다. 제조업체 팍스콘 전기( Foxconn Electronics)는 20개 이상의 소규모 전략적 및 지분 아웃소싱 딜을 10년간 추진한 바 있다. 그 중 일부는 기존의 PC 조립에서 디지털 카메라, 이동단말기 및 네트워크 장비 등으로 역량을 확대하는 데 그 취지가 있었다. 다른 딜들의 경우 부품 영역으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데 일조하였으며, 그 목적은 최종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피인수 사업체를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이 부문에 속한 산업재 기업들은 전술적 M&A를 통해 제품이나 채널 상의 간극 해소를 시도하곤 한다. 이는 프로그램 M&A와 매우 유사한 접근법이나, 그 중요성은 결코 같지 않다. 예를 들어 캐터필러사의 경우 디젤 엔진, 철도 및 광산 장비, 특수 수리장비 제조업체들을 매입함으로써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산업재 부문의 경우 M&A 매물의 수 자체에 한계가 존재한다.

    선별적 딜 : 많은 기업들은 이따금 M&A를 추진하고 있지만 걸맞은 역량이나 선제적 전략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M&A에 지출하는 금액은 연간 시가총액의 2% 미만에 불과하며, 총 주주수익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역시 M&A 전략보다는 유기적 성장 전략에 해당한다. 이 부류에 속한 나머지 기업들의 M&A 사례는 일종의 예외적 사례들로 간주할 수 있으며 그나마 다수는 2001년 IT거품 붕괴와 함께 불행히도 단발성 딜로 끝나고 말았다. 따라서 이 그룹의 성과가 명확한 M&A 전략에 기초한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핵심사업의 성장을 위해 실용적 차원의 딜을 추진한 견실한 기업들로 보는 편이 더욱 온당할 것이다. M&A의 성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는 딜 활동의 유형을 보다 미시적으로 조망할 때 가능해진다. 대규모 딜의 경우 업종 자체가 성패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소형 딜의 경우 인수 추진 업체의 역량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Werner Rehm 맥킨지 뉴욕사무소 선임연구원, Robert Uhlaner 맥킨지 샌프란시스코사무소 파트너, Andy West 맥킨지 보스턴사무소 파트너]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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