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umn] 리스크 클 땐 CFO가 성장전략 주도를

    입력 : 2012.02.27 13: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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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0년 6월 영국 런던 템즈강의 밀레니엄브리지가 구조적 결함으로 준공식 당일 폐쇄됐다. 이 사건은 위험이 어떻게 시스템 내에서 증폭되는지를 보여 주는 전형적 사례이다. 이와 유사한 위험관리 실패가 2008년 금융시장에서 재현돼 국제금융 위기를 가져왔고 이후 유럽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며 주요국의 정치적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러 나라의 대선이 연이어 있는 올해는 정치적 격변까지 예상돼 새로운 블랙스완 출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CFO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CFO의 역할은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과 해당 기업의 성장단계, 기업규모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기업경영 환경 변화의 큰 흐름에서 보면 매 시기마다 CFO가 해야할 여러 역할 중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고 집중해야 하는 과제는 항상 있었다.

    97년 IMF 외환위기 이전 고도 성장기에 기업은 만성적으로 자금이 부족하였다. 이때문에 당시 CFO에겐 어떻게 하면 국내외에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회계부문에선 투명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콩알이나 세는 경리책임자(Bean Counter)로서의 역할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CF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로 바뀌었으며, 한편으로는 재무회계와 관리회계를 통합하는 경영정보시스템 구축도 맡아야 했다.

    2001년 엔론 회계부정 사건의 여파로 회계투명성을 위한 샤베인옥슬리법이 제정되면서 CFO에겐 자기가 작성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에 거짓이 없다는 서명을 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를 위한 내부통제 및 내부관리 회계제도를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이 주요한 임무가 되었다.

    2004년부터 재벌 총수에 집중되어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기업의 수직적 결합구조를 수평적 지배구조로 전환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대전환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책임은 CFO에게 돌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회계투명성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각국의 회계기준을 통일하자는 세계적 흐름까지 나타나자 한국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모든 상장기업의 CFO는 2007년부터 IFRS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를 위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 와중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촉발한 금융위기가 발생해 롱테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했다.

    최근엔 PIIGS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로 세계경제 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자거점을 확보해야 하는 성장 챔피언으로서의 CFO 역할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경제여건에서 올해 CFO는 무엇을 화두로 삼아 직무에 임해야 할 것인가? 최근 세계 주요 연구기관의 조사를 종합해 보면, 올해는 CFO가 경영전략가나 전략적 리스크 관리자라는 마인드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한 경영전략 구상뿐만 아니라 거기에 맞춘 위험관리 및 재무관리 계획도 세워야 한다. 또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과 공급망 전략 수립이나 실물옵션을 이용한 전략적 신축성 검토 및 지주회사 역할에 대한 재검토 등 기업의 성장단계와 규모에 맞는 전략을 찾고 그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올해 CFO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물론 성공할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활동이나 요소는 완전히 실패할 가능성 역시 최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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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우돈 / 한국CFO협회 사무총장, 건국대 경영대 겸임교수wdlim@cfokorea.org]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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