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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혁신 페르소나’를 깨는 혁신과정 관리
입력 : 2011.12.29 14: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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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LG전자만의 문제일까? T-Plus의 경험 사례에 따르면 이는 LG전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LG전자는 양호한 축에 속한다고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2011년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 치고 혁신을 부르짖지 않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구호나 보고서 상에만 존재할 뿐 실제로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혁신은 그리 많지 않다. 새로운 경영진이 오면 혁신 프로그램이 하나 더 생기고 출범식을 하며 구호가 새로이 바뀐다. 사내 이곳저곳에 혁신과 관련된 포스터가 붙고, 회식자리의 건배사도 새로 만든 혁신 구호가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실제로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고 성과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혁신 프로그램은 흐지부지된다. 위의 과정을 반복하며 조직에는 혁신하는 척하는 능력만 향상되는 ‘혁신 페르소나’가 확산된다.
혁신을 가로막는 다섯 가지 장벽 혁신 페르소나는 혁신의 계속된 실패와 좌절에서 비롯되는 패배주의의 일종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어느 장벽에 막혀 계속 좌절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은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1. 말한다고 듣는 것이 아님
2. 듣는다고 이해하는 것이 아님
3. 이해한다고 동의하는 것이 아님
4. 동의한다고 실행하는 것이 아님
5. 실행한다고 지속하는 것이 아님
첫 번째 장벽인 ‘말한다고 듣는 것이 아님’은 가장 드문 경우지만 가장 치명적인 장벽이라고 볼 수 있다. 구성원들이 혁신의 필요성 자체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본 장벽의 발생은 대체로 커뮤니케이션의 빈도와 강도의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누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두 번째 장벽인 ‘듣는다고 이해하는 것이 아님’은 혁신의 방법론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혁신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 혁신과 관련된 방법론은 수없이 많고, 기업들은 최고로 성과가 좋아 보이는 방법론을 도입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을 체화해서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수박 겉핥기식, 일방통행식 교육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에 얼핏 이해할 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세 번째 장벽인 ‘이해한다고 동의하는 것이 아님’은 가장 간과되며 그렇기에 가장 많이 부딪치는 장벽이다. 방향과 방법이 맞는지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 구성원이 좋은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상당수 경영진들은 ‘직원이 동의하고 있다’, 또는 ‘동의할 것이다’라고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부모 자식 간에 서로 잘 안다고 느끼는 착각만큼이나 큰 착각이다.
네 번째 장벽인 ‘동의한다고 실행하는 것이 아님’은 지나치게 많은 혁신 활동이 전개됨에 따라 발생한다. 인간의 시간과 관심에는 한계가 존재하며,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에 취약하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실행시키려다 보면 결국 제대로 실행되는 혁신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마지막 장벽인 ‘실행한다고 지속하는 것이 아님’은 결과에 대한 섣부른 자기만족에서 기인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직에 혁신이 확실히 뿌리를 내리려면 적어도 5~10년은 걸린다. 그럼에도 혁신 실행 초기에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실제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혁신에 의한 결과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포장해 보고되는 경우 역시 상당하다. 경영진이 방심하고 관심을 내려놓는 순간 조직은 예전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다.
혁신장벽 돌파의 핵심 포인트 다섯 가지Dell은 CIO를 임명해 조직원과의 혁신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한다.
1. 동료의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말하게 하라 첫 번째 장벽인 ‘말한다고 듣는 것이 아님’을 돌파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구호와 공지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입으로는 따라하고 눈으로는 읽을지언정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를 유도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자기 업무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벅찬 구성원들에게 전사 차원의 이야기는 너무 멀고 와 닿지도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마음의 귀를 막게 된다.
중앙에서의 간접채널을 통한 일괄적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각 부서별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형식적인 전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부서 내 사정을 잘 이해하는 ‘동료’로 하여금 부서 내 구성원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그들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게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선도 기업들은 변화 관리를 위한 부서별 혁신의 전파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중앙의 경영진들이 원하는 것을 전달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이를 Bottom-up으로 경영진에 전달하는 역할까지 수행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높인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IBM의 Get Connected라는 자체 혁신조직을 들 수 있다. IBM은 경쟁사에서 혁신의 움직임이 파악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사내조직 Get Connected를 구성하고 그들을 통해 동료 및 경영진을 설득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시청각 자료를 통해 혁신 전파자들의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보조한다면 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다. GE의 경우 사내 구성원들에게 혁신의 방향성을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Innovation Video Platform이라는 것을 개설해 구성원들에게 공유한다. Innovation Video Platform에는 회사가 추진한 혁신 사례, 외부 기업의 성공 사례, 혁신에 대한 내부 교감이 가능한 영화, 다양한 고객의 피드백, 그리고 사내외 강의들이 시각적으로 동영상화되어 혁신 전파자들의 설득 논리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2. 나의 혁신만 고집하지 말고 남의 혁신도 이용해라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좋다고 소문난 혁신기법을 도입해도 자사에 맞는 적합한 혁신기법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성공 스토리에 매료되어 무비판적으로 혁신기법을 받아들인다면 구성원들은 기법이 왜 유용한지, 어떻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혁신기법을 도입하기 이전에 애초에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혁신기법을 도입하려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모든 회사가 애플이나 구글이 될 필요가 없고 될 수도 없다. 대신 그들처럼 혁신적인 파트너들을 많이 만들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C&D(Connect & Development)이며 대표적인 성공 기업으로는 P&G를 들 수 있다. P&G는 온라인상에 ‘Open to Ideas’를 추구하는 C&D 홈페이지를 구축해 외부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혁신방법론이나 기술, 개선필요 사항들을 제안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1000개 이상의 파트너 협력 사례를 창출했다. 뿐만 아니라 P&G는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의 50% 이상을 외부로부터 도입함으로써 프링글스 프린트(Pringles Print), 스위퍼(Swiffer)와 같은 P&G의 대표 히트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연구 개발의 생산성 제고 및 R&D 비용 절감이라는 성과도 창출할 수 있었다.
3. 혁신을 통해 개인은 무엇이 좋아지는지 느끼게 하라GE는 Innovation Video Platform을 통해 구성원들과 혁신을 이야기한다.
또 이 아이디어를 맡아 실행한 담당자에게는 해당 아이디어를 수용해 이행한 성과에 따라 장기적 관점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아이디어 제안자와 실행담당자 모두의 동기부여를 달성했다. 이러한 금전적 동기부여 효과로 지멘스는 연간 인당 10건 이상의 아이디어를 접수받고 있으며, 그 중 약 75% 가 실행되고 있다.
영국의 버진(Virgin)그룹의 경우 혁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 승무원이 제안한 고품격 결혼 준비 서비스 사업을 위해 버진 브라이드(Virgin Brides)를 설립했고 이후 해당 아이디어를 제시한 승무원을 관리이사 직책을 부여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혁신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가 혁신 제안자라는 등식이 버진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됐다.
4. 분명한 우선순위를 선정해 체계적으로 실행하라ABB는 명확한 우선순위를 제시해 변화를 추진했다.
변화관리 과제를 기업의 비저닝(Visioning)에 우선순위를 두어 개인별 성과평가까지 체계적으로 연계·실행시키는 것도 효율적인 변화관리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영국계 보험사 노리치 유니온(Norwich Union)은 변화관리 실행을 위해 변화의 목표를 가능성(Vision)·과업(Mission)에 우선 부여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치(Value)·Objective(목적)·전략(Strategies)·진취성(Initiatives) 및 개인별 퍼포먼스를 체계적으로 수립함으로써 기업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과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변화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5. 혁신과정을 꾸준히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라P&G는 C&D 시스템을 통해 대표 히트상품인 프링글스 프린트를 개발했다.<br>IBM은 경쟁사의 움직임에 따라 Get Connected라는 혁신조직을 결성한다.
이러한 혁신의 컨트롤 타워 구축 및 Officer의 임명을 통해 기업은 지속적으로 혁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갈 수 있다.
T-Plus는 ‘2011년 지속성장 경쟁력 진단’을 통해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혁신력에 대한 직급별 인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 기업의 임원들이 파악하고 있는 현실과 직원들이 처한 현실에는 큰 괴리가 존재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혁신 페르소나로 인해 임원들의 정확한 상황 판단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 혁신을 원한다면 당신의 기업은 과연 예외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혁신 페르소나를 깨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황유동 / T-Plus 팀장 edhwang@t-p.co.kr│장수정 / T-Plus 선임 컨설턴트 sjjang@t-p.co.kr│조승희 / T-Plus 컨설턴트 shcho@t-p.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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