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kinsey Quarterly] 중앙집중화의 딜레마

    입력 : 2011.09.28 16:56:42

  • 사진설명
    권력투쟁은 어려운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CEO들은 3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한층 사려 깊은 논쟁을 도출할 수 있다. 한 유럽 장비 제조업체의 CEO는 최근 어려운 중앙집중화 의사결정에 직면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동일한 브랜드를 공유하던 회사의 절삭 사업부와 용접 사업부의 제품 관리를 통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기술 책임자들은 제품 관리를 통합할 경우 양 제품을 모두 구매하는 기업에게 더 매력적인 상품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고객사들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회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미만이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절삭 과정이 용접 과정보다 먼저이므로 용접을 염두에 두고 절삭을 하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용접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 사업부의 관리자들은 격렬히 저항했다. 그들은 사업에서 제품관리가 핵심이므로 그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집중화가 그로 인해 야기되는 고통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를 둘러싼 CEO의 딜레마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일련의 사내 회람을 통해 분권화라는 GM의 영향력 있는 철학을 내놓은 Alfred Sloan을 필두로 비즈니스 리더들은 잘못된 중앙집중화 의사결정은 제품과 서비스를 지역 차원에 맞춤화할 수 있는 역량을 제한하고 고비용과 저질의 서비스로 사업부에 부담을 준다는 점을 인식했다.

    불충분한 중앙집중화는 사업부가 글로벌 고객을 획득하거나 경쟁사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규모의 경제 또는 공조 전략을 채택하는 일을 어렵게 한다.

    분권화와 중앙집중화 간의 줄다리기는 오늘날도 대부분의 기업에 여전한 딜레마로 남아 있다. 이 점은 맥킨지가 최근 글로벌 업체 30개 이상의 그룹 업무 책임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약 50건의 인터뷰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재무적·전략적 분석으로는, 이 책임자들 대부분이 그룹 전반의 성과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인지에 관한 의견 불일치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들 책임자 가운데 중앙집중화 의사결정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접근방식을 자발적으로 채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접근방식이 없으니 이들 책임자는 벤치마크, 정치, 유행(중앙집중화가 유행을 탈 때도 있고 분권화가 유행을 탈 때도 있음), 감에 의존해야 했다. 예컨대 어떤 IT 책임자는 자신의 경험상 비용이 적게 드는 해결책이 분권화라고 설명했으나 다른 책임자는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고위 책임자들이 무엇을 중앙집중화하고 무엇을 분권화할 것인지에 관해 더 나은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맥킨지는 기업 부문의 조사 및 경험에 근거해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개선해 왔다. 맥킨지는 이 프레임워크를 내재화해 새로운 제안을 활성화하고 떠오르는 제안을 실용화하고 정치적 투쟁을 생산적인 대화로 변모시킬 수 있는 세 가지 질문을 도출했다.

    세 가지 질문
    사진설명
    각 질문은 중앙집중화의 제안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을 정의한다. 이 질문들은 중앙집중화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을 세워 놓았지만 형식화된 답변을 요하는 질문이 아니라 상당한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중앙집중화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토론을 벌여 CEO와 고위 임원진이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회사에 이득이 된다. 질문의 순서는 변경해도 상관없지만 여기 나열한 순서가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1. 중앙집중화는 법규상 반드시 필요한가? 첫 번째 단계는 회사에 선택권이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적으로 회사는 연차보고서와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 CEO가 서명해야 하므로 이 과제를 사업부서에 위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중앙집중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건 및 안전 관련 법규 준수에 있어서는 중앙집중화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각 부서가 법규 준수를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룹의 보건 및 안전 책임자를 지명하려는 제안을 내놓을 경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며 질문 2번과 3번으로부터 ‘네’라는 답을 얻어야 한다.

    2. 중앙집중화는 10% 정도의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가? 중앙집중화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때만 채택해야 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예로 든 제품 관리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그룹 내의 상이한 비즈니스 활동을 통합하기 위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주요 부가가치 창출원을 기업전략이 명확히 정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점은 특히 중요하다. 맥킨지가 찾은 해결책은 진입장벽을 충분히 높여 중앙집중화의 장점이 분권화의 단점을 압도하도록 함으로써 리스크를 부담할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특히 맥킨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안한다. “제시된 추진과제가 회사의 시가총액 또는 이익을 10% 늘릴 수 있는가?” 이렇게 높은 진입장벽은 중앙집중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시험 삼아’ 분석해보기를 어렵게 만들어 최고 경영진이 현실성 낮은 기회를 논의 대상에서 신속하게 제거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한다. 일단 해당 활동이 그 자체로 10% 장벽을 넘을 수 있는지 고려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실제로 특정 추진과제만으로는 10% 장벽을 넘을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장벽을 넘지 못한다면 다음으로는 10% 장벽을 충족할 수 있는 더 큰 추진과제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부를 구성하는지를 평가해보자. 이 10%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매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는 않다. 단지 그 자체로서 또는 더 큰 규모의 추진과제의 일부로서 활동의 중요성에 관한 판단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3. 리스크는 낮은가? 대부분의 중앙집중화 제안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진입장벽 중 하나를 넘지 못한다. 법규 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거나 중요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비용 또는 품질의 개선이 소폭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비즈니스의 경직성, 동기부여 감소, 관료주의, 관심 분산 등 중앙집중화에 수반되는 리스크가 창출되는 부가가치보다 더 큰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인 부작용의 리스크가 낮을 경우에만 제안을 추진해야 한다.

    급여 업무를 중앙집중화하려는 구상은 이 장벽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확실히 절감할 수 있으며 부정적인 부작용의 리스크도 낮다. 급여 업무는 개별 사업부의 상업적 유연성에 중요하지도 않으며 급여의 통제권을 상실한다고 해서 해당 사업부의 책임자의 동기부여가 감소되지도 않는다. 나아가 관련 전문가가 이끄는 급여 담당 부서에서 공통 서비스의 책임자에게 보고해 회계 또는 HR 책임자의 시간을 빼앗지만 않는다면 관료주의적 비효율성과 관심 분산의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중앙집중화 제안이 앞에서 거론한 세 가지 질문 중 최소한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폐기하거나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맥킨지의 접근방식이 실제에서도 통용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이 접근방식을 적용한 두 업체의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알아볼 업체는 절삭 및 용접 자동화 장비 제조업체로 European Automation으로 부르기로 한다.

    실제 사례 연구: European Automation의 제품 관리 문제
    사진설명
    이 업체의 경우 중앙집중화된 제품관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으므로 첫 번째 질문에서는 탈락했다. 다음으로 ‘CEO는 부정적인 부작용의 리스크가 낮은가?’라는 세 번째 질문으로 건너뛰고 리스크가 낮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앙집중화로 인해 상업적 유연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리자들이 중요하다고 간주하는 활동에 대해 통제권을 상실하게 돼 있었으므로 해당 비즈니스의 관리자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감소됐다. 그리고 제품관리의 중앙집중화를 적절히 시행하지 못할 경우 납기 지연, 추가 비용 발생, 제품 경쟁력 저하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제안의 성공 또는 실패는 두 번째 질문, 즉 10% 진입장벽에 달려 있었다. CEO는 기술부서, 절삭부서, 용접부서의 책임자와 한 자리에 앉아 제품관리의 중앙집중화가 매출 확대, 가격 상승 또는 그 둘의 결합을 통해 10%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누가 봐도 큰 폭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통합 제품군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고객으로부터 발생할 예상 이익률 및 추가 매출에 기반해 상당한 논의를 거친 후 그룹은 제품관리의 중앙화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회사의 성과가 10% 늘어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10% 장벽을 넘고도 남을 만큼 큰 기회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업부서 책임자들은 여전히 반발했다. 그들은 일이 잘못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제안이 10% 장벽을 통과한 데 힘을 얻은 CEO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계획을 세웁시다.”

    거의 2년 뒤 European Automation의 제품관리 중앙집중화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시장 점유율은 상승했고 절삭 및 용접 사업부의 상품 제안에는 상호 일관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집중적인 노력 및 그와 관련된 실질적 리스크 역시 보여준다. 회사는 절삭과 용접 제품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갖지 못한 원래의 제품 관리자들을 일부 교체해야 했다. 또한 제품 관리자들이 사업부가 아니라 기술부서에 보고하게 되자 일부 신제품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날지 몰라도 시장의 개별적인 니즈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떨어졌으며 일부 제품은 출시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경영위원회는 제품개발계획을 보다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진척상황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사례 연구: Extreme Logistics의 성과 관리 이슈 때로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관리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유용한 방향으로 의미 있는 대화가 촉발되기도 한다. 오지에서 시추, 탐사 및 기타 사업자에게 식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업체가 그런 경험을 겪었다. 이 회사를 Extreme Logistics라고 부르기로 하자. 경쟁 심화로 인해 성장률 및 이익률이 저하될 것을 예상한 이 회사의 CEO는 HR 책임자에게 5개 지역부서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단일 성과관리체계의 구축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기존에는 5개 지역부서가 고유의 성과관리체계를 보유하고 있었다. CEO는 단일 성과관리체계를 갖출 경우 비용과 관리의 질을 더 면밀히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HR 책임자는 균형 잡힌 지표의 스코어카드를 인센티브에 연계시키는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을 제안했다. CEO가 이 추진과제를 지지하는 것을 아는 부서장들은 회의적이면서도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동의했다. 그러나 HR이 세부 작업에 착수하자 반발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 부서장은 새로운 시스템을 채택해야 한다면 동참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부하직원들이 받을 자격이 있는 보너스를 보장할 때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장은 “직원들을 회계 항목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두에서 지휘하는 자신의 관리 스타일이 이 시스템으로 인해 망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정치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CEO와 HR 책임자는 세 가지 질문을 동원했다. 추진과제는 필요성에 관한 1번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또한 기업센터는 핵심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은 최근 핵심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한 분야를 진취적 추진과제의 증진, 글로벌 고객의 공조, 지방 정부 관리, 공통적인 운영업무의 중앙집중화로 파악했다.

    따라서 제안이 두 번째 질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10% 장벽을 넘어서야 했으나 그 역시 어려워 보였다. CEO와 HR 부서장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는 있었다. 이들은 비용을 5% 절감하고 관리자의 질을 10%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CEO와 HR 책임자는 중앙집중화된 성과관리체계로는 그러한 목표를 자체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CEO는 시나리오와 관련된 논의를 통해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관리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예컨대 그는 비용 절감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기존의 비즈니스 검토 회의를 활용해 요구사항이 더 많은 이익 예산을 수립하고 비용 절감 계획을 모니터할 것을 고려했다. 관리 품질과 관련해서는 HR 부서장이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업부에 목표를 수립함으로써 관리 인력의 하위 20%를 개선 또는 교체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균형 잡힌 스코어카드를 인센티브에 연계한 중앙집중화 성과관리체계는 CEO와 HR 책임자가 고려하던 유형의 비용절감 또는 관리 품질 개선 캠페인에 반드시 필요했을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지만 일부 사업부서장들과 논의한 결과 CEO와 HR 부서장은 성과관리체계를 중앙집중화하지 않고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부분을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이번에는 세 번째 질문을 적용할 단계가 됐다. 중앙집중화 성과관리체계가 부정적인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이 제안은 세 번째 장애물도 넘지 못했다. 일부 사업부서장들은 이 시스템이 휘하 관리자들의 동기부여를 감소시킬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HR 책임자, CEO, CFO 모두 제안된 형태의 시스템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었다. 따라서 이 제안은 조직을 관료주의화 하고 앞에서 파악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4개 분야 및 비용절감과 관리품질 개선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추진과제에서 기업센터의 관심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었다. 현재 회사는 이 4개 분야와 2개 추진과제가 10% 장벽을 넘을 수 있는지 평가 중이다.

    중앙집중화가 반드시 필요한가? 기업에 10%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부정적인 부작용 없이 실행이 가능한가? 중앙집중화를 위한 제안은 이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만 충족시키면 된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지나친 중앙집중화를 피하기 위해 높은 진입장벽을 제공한다. 나아가 이 질문은 고도로 정치적인 분야에서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자극한다.

    중앙집중화를 옹호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논거를 세울 수 있는 공평한 토론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이 질문들은 기업이 오늘날 중앙집중화와 분권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여건이 바뀜에 따라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공헌할 수 있다.

    [앤드류 캠벨 / 애쉬리지 전략경영센터 소장│스벤 쿠니쉬 /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방문 연구원│귄터 뮐러 스테벤스 / 장크스 갈렌대학교 전략 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