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렘 쿨하스의 CCTV 본사

    입력 : 2011.09.15 16:50:59

  • 도시의 극한 건축의 현실화
    Photo by poel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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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방침은 건축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중국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세계에 중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북경올림픽을 맞아 개최 이전 완공을 목표로 북경 CCTV를 건립하게 됐다.
    Photo by ruden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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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 CCTV는 북경의 중심상업업무지구(CBD) 중앙에 위치하며 약 10ha의 부지에 54층 230m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북경 케리센터, 중국 세계무역센터 등과 함께 위치한다. 또 중화사상을 건축물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중국의 자부심을 잘 표현한 기념비적인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CCTV는 국제적인 대도시의 상징이 될 뿐만 아니라 도시의 개방과 경제력의 상징을 표방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계 지향적인 중국 정부의 방침을 나타낸 CCTV를 둘러싸고 중국 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단순한 하나의 건물이나 건축이라는 장르가 아닌 예술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감으로써 중국인의 이목을 집중하는 데 성공했다.

    Photo by acaaron / Photo by arki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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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4월8일 CCTV의 새 부지에 대한 건축 및 개발 프로그램 국제 입찰이 베이징 미디어 센터에서 개최됐다. 입찰 참여사는 10개 업체였으나 최종엔 3개 팀으로 압축됐다. 결국 네덜란드의 메트로폴리탄 건축 사무소 렘 쿨하스의 건축 디자인이 채택됐다. 영향력 있는 전국 방송 네트워크로서의 CCTV는 중국 텔레비전 산업의 선도적인 이미지를 대표해야 한다는 요청에서 진행됐다. CCTV의 건설은 중국 텔레비전 산업의 발전과 성공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자 중요한 이정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21세기 건축 기술뿐만 아니라 영상산업, IT 기술 등에서도 세계 최고의 능력이 요구됐다.

    혁신적이며 환경적인 고층건물의 재발명
    Photo by mifl
    Photo by mifl
    CCTV는 오토바이 공장이었던 지대를 개발해 주위의 환경을 생태 친화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졌다. 건축 디자인은 혁신적이며 시대의 정신과 높은 문화적 수준을 반영해 중국 내부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인정받는 건물로 완성됐다. 2006년 세계 10대 현대건축물로도 선정된 북경 CCTV 빌딩은 비스듬히 기울어진 형태로 건설된 두 개의 탑이 최상단에서 서로 연결되는 구조로 완성됐다. 높이는 약 254m로 네덜란드의 하버드 교수인 렘 쿨하스(Rem Koolhass)와 올레 스히렌(Ole Scheeren)이 공동으로 설계했다.

    북경 CCTV는 지금까지의 통상적인 건축 스타일과는 다른 언어로 해석하고 있다. 우아하고 강한 느낌의 조각상 형태의 대(大)건축물로서 베이징의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건축적인 언어와 TV 산업문화의 특성과 중요성을 표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아럽(Arup)에서 구현한 CCTV의 구조설계는 놀라우면서도 참신하고 합리적이다. 비스듬히 뒤틀린 두 개의 탑이 최상부에서 연결된다. 중앙 부분이 빈 정육면체가 적층된 형식의 구조로 기하학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외장은 대각선과 격자가 합쳐진 개념의 다이아그리드(Diagrid) 구조를 적용했는데 반복적 가새 형태를 사용했다. 기울어진 수직부재와 보는 삼각형 형태를 이루며 수직 하중을 적절히 분산 배분해 하부 기초까지 전달한다. 또한 수직 하중뿐 아니라 수평으로 오는 외력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Photo by ruden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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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은 디자인의 구현은 중국의 구조시스템 혁신과 함께 고층 건물에 대한 이론을 새롭게 정립했다. CCTV의 상징적 이미지를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썼다. 구조적으로 너무나 독특해 초기 공사 시에 건물이 기울어졌다는 민원도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러한 완공에 대한 의구심을 뒤로 하고 결국에는 훌륭한 건축물로 완성됐다. 렘 쿨하스는 건물 내에 다양한 기능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 건물은 1만여 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매일 수천 명의 외부인이 방문하는 북경의 명소다. 이에 따라 다양한 기능의 공간이 요구돼 내부 공간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행정 구역, 포괄적인 비즈니스 구역, 뉴스 및 방송 프로그램 제작 구역으로 나눠지며 그밖에도 서비스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공공 미디어 박물관이 위치한 162m 높이에는 수평으로 75m 내밀어진 캔틸레버 공간이 있다. 하늘에 떠있는 이 특별한 공간의 바닥에 4.5m 직경의 원형유리를 설치해 도시를 수직으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CCTV 부지 내에는 또한 300개의 객실, 레스토랑, 스파, 녹음 스튜디오와 1500석의 극장을 갖춘 특급호텔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건물 내부에는 디지털 영사실, 다용도 대연회장, 20개의 시청각실, 전시회장 및 보도실이 있다. 렘 쿨하스는 이러한 다채로운 공간을 담고 있는 CCTV를 텔레비전 문화센터 또는 재미있는 궁전으로 묘사한다.

    안타깝게도 2009년 2월9일 CCTV의 부속 건물인 159m의 최첨단 빌딩이 새해 폭죽행사 때 일어난 화재로 소실되고 말았다. 중국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면 대규모 불꽃놀이를 하는데 허가 없이 호텔 주변에서 쏘아 올린 폭죽 불꽃이 건물 상부에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소된 부속 건물인 원화둥팡(文華東方)호텔은 44층 건물로 세계적 호텔 체인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입점할 건물이었다.

    ■ 새로운 건축의 자유를 추구하는 건축가 렘 쿨하스
    사진설명
    1944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난 렘 쿨하스는 유년기를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다. 저널리스트와 시나리오 작가로 암스테르담에서 일을 했으며 이후 런던 AA건축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뉴욕에서 3년간 저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와 1975년 엘리아, 조 젱겔리스(Elia, Zoe Zenghelis)와 마델론 브리에센도르프(Madelon Vriesendorp)와 함께 OMA(the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를 설립해 설계와 이론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다. 최근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시애틀 공공도서관 리노베이션 및 프라다 기업 아이덴티티 프로젝트가 있다. 그는 OMA와 AMO 두 회사에서 작업을 이끌고 있다. AMO는 OMA의 연구 부서로 미디어, 정치, 재생에너지, 패션 같은 건축 영역 외의 범위를 관리한다. 쿨하스는 2000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고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평생 공로 금사자상을 수여받았다.

    그가 추구하는 건축미는 형식에 반하는, 틀에 박힌 체계와 정형화된 것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각각의 건축물이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면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적 미를 구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건축언어를 중복해 사용한다. 도시적인 전체 시각에서 건축을 해석하는 폭넓은 사고의 건축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기존의 건축적 질서를 변형시켜 공간을 차별화하고 비대칭적, 유기적, 비기하학적 형태를 사용함으로써 디자인에서 비어 있는 공간을 만든다. 그의 건축은 또한 도시적 개념에 근거한 거대함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복잡한 상황을 거대함이라는 건축적 개념으로 풀이한다. 스스로 존재하며 도시와 공존하는 거대함을 말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질서와 사상, 그에 따른 속박으로부터 정형화된 것으로부터의 자유가 쿨하스의 건축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렘 쿨하스에 대해 컬럼비아 대학 교수인 케네스 프램프톤은 “건축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건축을 그저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하는 건축가”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도시에 대한 희망적 존재인 동시에 건축계에서 가장 폭넓은 사고를 하는 건축가”라고 프랭크 게리는 말하고 있다.

    까사 다 뮤직 (CASA DA MUSICA, PORTUGAL, PORTO, 2005)
    사진설명
    까사 다 뮤직은 색다른 방식으로 전통적인 콘서트홀의 소생을 시도했다. 음향적인 우수성을 살리기 위해 전통적으로 채택돼 왔던 박스형 콘서트홀의 형태를 탈피하기 위해 쿨하스는 다른 방식으로 전통적인 콘서트홀의 소생을 시도했다. 까사 다 뮤직은 포르투 국립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역사적 원형홀 안의 광장에 위치하고 있다. 백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독특한 각면 양식의 건물로서 내부에는 박스모양의 1300석의 대강당을 갖추고 있으며 350석 규모의 소규모 강당도 갖추고 있다.

    설계 초기에는 까사 다 뮤직의 위치를 정하는 것이 건축가의 설계 전개의 열쇠였다. 원형 홀에 한정된 옛 건물의 고리 안에 새로운 콘서트홀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건축적 개념을 가지고 상징성, 가시성, 접근의 문제를 해결했다. 건물의 형태는 양단을 도려낸 단순 덩어리로 착안됐다. 내부 공간의 경우 공연을 위한 공간에 고정적인 의자를 없애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 했다. 그 외 교육을 위한 공간, 연습실, 녹음실, 식당과 바, 사무실 등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또 대규모 중앙 로비가 따로 없는 대신에 연속적인 공공 통로가 계단과 플랫폼 및 에스컬레이터에 의해 대강당 주위의 공간과 연결된다. 까사 다 뮤직은 2007년에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수여하는 유럽건축가상을 수상했다. 포스터의 환경친화적 건축 개념을 엿볼 수 있다.

    시애틀 중앙도서관 (SEATTLE CENTRAL LIBRARY, USA, SEATTLE, 2004)
    사진설명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시애틀의 대표적인 건물의 하나로서 특이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전체 11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부터 10층까지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는 형광색의 독특한 색감으로 만들어져 있다. 1층은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제공된다. 10층의 휴게 공간으로 전체가 창으로 이루어져 외부로부터 자연스럽게 채광을 할 수 있다. 또한 외부 및 1층 열람실을 조망할 수도 있게 계획됐다. 1층과 10층 사이에는 서고와 컴퓨터 공간 등이 설치돼 있다. 공공 영역으로서의 도서관이 줄어들고 정보가 디지털로 변화하는 시대에 쿨하스는 시애틀 중앙도서관을 모든 매체에서 물적으로 성장하는 도서관으로 창조했다. 또한 혁신적인 조직 체계를 통해 지식 순환을 할 수 있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건물의 독특한 측면 모양과 함께 다섯 개의 플랫폼과 그 사이의 공간에 걸쳐서 배치됐다. 이렇게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우아함과 논리 양면에서 고무적인 건물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디자인의 목적은 도서관이 더 이상 도서만의 독점적 기관이 아닌 미디어의 모든 강력한 형태의 정보 저장소로 동등하고 명료하게 제공되도록 재정의 하는 것이다. 결국 정보를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매체의 동시성과 정보 내용의 관리가 도서관 디자인의 핵심이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OF ART SOUTH KOREA, SEOUL, 2005)
    사진설명
    서울대 미술관은 대학 입구에 근접한 조그마한 언덕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지상 3층, 지하 3층으로 구성된 건물의 형태는 언덕의 경사에 의해 대각선으로 잘려진 듯한 기본 사각 상자 모양을 하고 있다. 건물은 중앙의 작은 코어 위에 놓여 있으며 코어만이 지면과 유일하게 연결된 부분이다. 따라서 건물은 거의가 캔틸레버다. 정확하게 지형에 따라 언덕 위아래로 확장되어 있으며 대지 위에 떠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형상은 아래 바닥 공간을 넓게 확보함으로써 대학 캠퍼스와 외부 지역 사회 사이에 매력적인 연결 공간이 되고 있다. 디자인의 키는 내 외부 모두 자유롭게 흐르는 순환이었다. 중앙 코어는 가운데가 상하로 뚫려있는 나선형 계단과 중앙 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시, 교육, 도서관 및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과 연결돼 있다. 도서관은 건물의 구조 중심 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전시 공간은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최상층 전체를 사용한다. 또한 경사진 순환통로를 통해 아래의 교육 공간과 연결돼 있다. 이렇게 서울대 미술관은 전체적으로 단순한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절제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신동기 / 한미글로벌 ENG팀 부장 dkshin@hmgloba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호(2011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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