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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반토막 난 메타·위기의 아마존, 美 빅테크 기업 찬 겨울 버틸 수 있을까
입력 : 2022.12.14 14: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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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겨울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는 가운데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이런 위기의 중심에 위치했다. 최근 뉴욕 증시의 몸집 불리기를 주도했던 빅테크 기업들의 위기가 미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먼저 휘청였다. 지난 10월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메타에 따르면 분기 매출은 27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예상치인 273억달러를 상회한 결과다. 반면 메타의 주당순이익(EPS)은 1.64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1.89달러를 하회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기업 순이익은 악화되며 시장기대치에 우려를 키운 셈이다. 시장의 우려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메타 주식은 시간외거래에서 12% 넘게 폭락하며 불안을 공포로 받아들였다.
페이스북의 3분기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19억8000만 명으로 예상에 부합했다. 즉 이용자 수 감소라는 충격파는 피한 셈이다. 문제는 역시 리얼리티랩스 사업부에 있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메타버스 사업이 회사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지며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메타는 팬데믹 덕분에 확장된 재택근무의 수혜를 입고 고속 성장과 함께 직원 채용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메타의 핵심 캐시카우인 광고 수익이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흔들렸고 고물가와 금리 인상에 의한 지출 비용 증가는 큰 문제로 변질했다.
아마존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3분기 매출액이 205억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211억달러에 못 미쳐 시장의 실망이 컸다. <사진 연합뉴스> 메타 전체 직원 13% 정리해고특히 올해에만 94억달러에 달하는 리얼리티랩스 사업부의 부진은 직격탄이 됐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메타버스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는 계속되는 지출 확대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며 메타의 전략 수정을 불가피하게 했다. 그 결과 메타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고, 올해 주가 하락률은 70%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가상세계 메타버스를 향한 마크 저커버그 CEO의 거대하고 실험적인 베팅에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갈수록 메타버스의 비전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실망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CNBC 역시 “엄청난 투자로 인해 앞으로도 회사의 손실이 매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명까지 바꿔가며 모든 것을 건 마크 저커버그 CEO 입장에서는 쉽게 물러설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그는 회사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소셜 커넥션과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의 미래를 정의하는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며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효율적으로 일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탄력적으로 이 불황을 헤쳐나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어느 때보다 큰 위기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직원들이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현재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메타버스의 선구자로서 이러한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과 달리 메타의 정리해고자 수는 트위터 해고자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알려진 숫자 중 감원 규모가 가장 큰 것 역시 메타다. 메타는 지난 11월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 역사상 가장 어려운 변경 사항 중 일부를 공유하려 한다”며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 이상 정리해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규 채용 중단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갈 예정이며 사무 공간 등 보유 부동산과 인프라 지출 축소 등의 긴급 조치도 취했다. 기술기업의 감원 현황을 집계하는 레이오프(Layoffs)에 따르면 올해 766개 기업에서 11만 명이 넘는 직원이 정리해고됐다. 이러한 실업 공포의 최전선에 메타가 서있는 것이다.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역시 어닝쇼크를 내놓았다. 지난 10월 28일 아마존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은 28센트를 기록했다. 월가의 예상치인 21센트보단 높았지만 전년 동기보다 31센트나 줄었다. 분기 매출액은 1271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늘었다. 이 수치는 앞서 아마존이 제시한 매출액 예상치인 1250억~1300억달러에 딱 들어맞았다.
문제는 아마존의 캐시카우라 불리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부진에서 시작됐다. AWS는 아마존의 다양한 사업 확장의 근원이 되는 핵심 사업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AWS의 매출 성장률이 발목을 잡았다. 매출 성장률은 월가 전망치인 32%에 훨씬 못 미친 27%에 그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 사업부와 유사한 추이다. 클라우딩 서비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코로나19 대유행 시국을 맞이해 큰 성장을 이뤄냈다. 재택근무의 확대와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많은 서비스와 업무 툴이 클라우드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여간의 큰 성장이 지난 뒤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의 정체가 시작됐다.
아마존의 4분기 매출 성장 예상치도 실망스러웠다. 아마존은 4분기 매출이 1400억~148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 밝혔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1550억달러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사업의 부진은 향후 빅테크 기업의 미래먹거리 사업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캐시카우 사업이 흔들릴 경우 회사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월가는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JP모건은 아마존 목표주가를 175달러에서 145달러로 하향조정했고, 크레디트 스위스는 159달러에서 142달러로 내렸다. 오펜하이머는 아마존 목표주가를 165달러에서 130달러로 낮췄고, 모니스 크레스피 하트는 172달러에서 136달러로 크게 조정했다. 실적 부진 우려는 주가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과 전망치를 내놓자 아마존의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메타가 전체 직원의 13%를 해고하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해고된 임직원에게 미안하다면서 감원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 책임을 지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알파벳,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전 세계 인터넷 공룡 알파벳 역시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 아마존과 메타가 흔들린 적은 있었으나 알파벳마저 무너지면 뉴욕 증시에 혹한기가 올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다.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한 691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198억달러, 주당 EPS 역시 24.3% 줄어든 1.06달러를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감소는 시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적 부진의 제1원인은 당연하게도 광고 매출 부진 탓이다. 구글의 전체 광고 매출 성장률은 코로나19 쇼크가 덮쳤던 2020년 2분기를 제외하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 불황 확률이 높아지면서 광고주들의 광고 집행 둔화가 직격탄이 됐다. 게다가 틱톡과 같은 숏폼 형식의 광고 플랫폼이 나타나며 광고 수익을 앗아갔다. 틱톡과 직접경쟁하는 유튜브 광고의 경우 처음으로 작년 대비 1.9% 역성장하며 장기 불황에 대한 공포도 키우고 있다.
결국 대외적인 환경이 광고 매출 성수기인 4분기에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사실상 4분기에도 긴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커졌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도 알파벳의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조정받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요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씨티크룹의 경우 알파벳 실적을 바탕으로 목표주가를 140달러에서 120달러로 크게 낮췄다. 매출 성장세 둔화와 영업이익 압박 등이 문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알파벳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광고 수익이 감소해 매출이 시장 예상치인 705억달러를 하회하는 690억달러로 집계됐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인도 정부가 구글에 부과한 2억7500만달러에 달하는 과징금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인도 반독점 조사 기관 인도경쟁위원회는 구글플레이스토어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독점 지위 남용을 이유로 불공정 거래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앱마켓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결제 서비스를 선택하게 제도를 개선하라고 명령까지 내렸다. 문제는 이번 선례로 인해 전 세계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과점 이슈가 전 세계적인 화두인 가운데 이러한 여파가 다른 나라에까지 미친다면 구글의 사업 확장에 큰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도이치방크 또한 알파벳의 올해 4분기와 회계연도 2023년의 매출 전망을 1~2% 정도 하향한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과 어려운 경제 여건 속 알파벳 또한 비용 감축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의 채용이 내년에 급속한 속도로 둔화할 것”이라며 “알파벳의 채용은 내년에 9000명가량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알파벳은 올해 3만4000명의 임직원을 고용한 바, 사실상 4분의 3이 줄어드는 셈이다. 바클리스 또한 구글의 사업부가 향후 오랜 기간 계속 둔화한 흐름을 보인 이후에야 회복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바클리스는 알파벳에 대한 ‘매수’ 의견은 유지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적 부진 장기화 가능성도현재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지점은 이러한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는 것이다. 당장 단기조정에 그친다면 투자자들 역시 조금 더 인내하며 버티는 시간을 가지겠지만 이러한 부진이 이어진다면 결국엔 빅테크 기업이라도 두 손 두 발을 드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잦아들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도 가능해지면서 조금은 하방압력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당장 급하게 금리 인상 기조가 뒤바뀌지는 못할 것인 만큼 좀 더 긴 호흡으로 투자 타이밍을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반응이다. 아예 해당 기업들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투자처가 없는 만큼 저점을 살펴보고 적당한 시기에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구글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며 “알파벳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분야의 선두주자인 만큼 신산업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궤를 같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클리스의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길게 바라본다면 디지털 광고 업계에서 가장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당장 순간의 위기는 올 수 있지만 결국엔 강한 모멘텀을 바탕으로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추동훈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