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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대 중국 수소차 시장 잡아라… 세계 1위 현대차 ‘넥쏘’,中선 도요타에 밀려
입력 : 2022.10.28 17: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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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연내 수소차 ‘넥쏘’의 투입 계획을 밝힌 현대자동차에 만만치 않은 적수가 나타났다. 전 세계 수소 승용차 부문에서 현대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다. 도요타는 올해 말 중국 시장에 수소차를 출시하고 시장 상황에 맞게 판매량 확대는 물론 현지 생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차로 중국의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현대차 입장에서는 상당히 깐깐한 상대를 마주한 셈이다.
중국 외신 등에 따르면 도요타는 올해 말 중국에 수소 승용차 미라이 2세대를 투입한다. 일단 일본에서 생산한 미라이를 수출 형태로 중국 시장에 출시한 뒤 렌터카를 비롯한 시승차 형태로 운영한다. 연말까지 100여 대를 투입하는데 업계는 도요타가 그동안 중국의 수소 산업에 관심이 높았던 만큼 현지 생산까지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출시된 미라이 2세대는 유럽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850㎞에 달하는 긴 주행거리를 앞세워 미국 유럽 등에서 판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도요타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
▶中의 수소 의지… 2060년 탄소중립 핵심 에너지원 현대차에 이어 도요타가 중국에 수소차를 내놓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수소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부터 수소 산업 육성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수소에너지 기술개발은 물론 인프라 조성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2020년 4월에는 위험 화학품으로 분류됐던 수소를 ‘중국 에너지법’에서 주요 에너지원으로 편입시켰으며 2021년 3월에는 수소 산업 계획 수립과 함께 관련 연구개발(R&D) 강화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국무원이 나서 ‘2030년 이전 탄소피크 달성 행동 방안’을 발표하면서 2060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꼽았다. ‘한다면 한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에 수소가 추가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중국 광둥성에 HTWO 광저우 기공식을 열었다.
올해 들어 중국의 수소 투자는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KPMG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 수소에너지 업계의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건수는 총 2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나 늘어났다. 자금조달 규모는 15억9000만위안, 우리 돈으로 약 3170억원으로 137%나 급증했다. 지역별로 수소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상하이와 저장, 쓰촨, 베이징 등 4개 지역이 자금조달 금액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상하이는 중국 내 연료전지 개발과 수소차 응용 시범 사업을 최초로 추진하는 도시이며 저장, 쓰촨, 베이징 등도 수소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HTWO 광저우는 중국 광동성 광저우개발구에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건립되고 있다. 20만7000㎡(6.3만평) 규모의 부지에 연료전지시스템공장과 혁신센터 등이 들어선다. 연간 생산목표는 총 6500기로 현대차그룹은 향후 중국 시장 상황과 중앙 정부 정책을 고려해 공급물량을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사실 현대차보다 앞서 중국의 수소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 중국 디이자동차그룹(FAW)과 둥펑자동차그룹, 광저우자동차그룹 등과 함께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내놨지만 자국 시장이 협소한 상황에서 일본은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2017년 중국 장쑤성에 수소충전소를 설립하고 2018년에는 중국 정부의 고위층을 일본으로 초청해 수소연료전지 생산공장을 방문하게 하기도 했다. 올해 2월 개최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는 수소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현지 생산시설 설립은 2023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중국의 수소 산업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일찍 투자에 나섰지만 미라이를 일찍 투입하지 않았고 생산시설도 이르면 2023년에나 건설될 것”이라며 “보수적인 기업 문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수소차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사진은 현대차 수소차 넥쏘 생산 공장.
도요타는 올해 2561대의 수소차를 판매했는데 점유율은 지난해 39.3%에서 올해 20.6%로 줄었다.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지만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라이 2세대의 중국 진출이 달갑지만은 않다. 해외 시장 판매량이 뒤처지고 있어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넥쏘는 전 세계에서 9300여 대가 판매됐는데 이 중 8500여 대가 국내서 판매됐다. 반면 미라이는 전 세계 판매량 5900여 대 중 해외 판매량이 3500여 대에 달한다. 자국 시장에서 많이 판매되는 현대차와 비교했을 때 미라이는 해외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도 현대차가 뛰어넘어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도요타의 중국 판매량은 194만 대로 현대차의 5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줄었는데, 아직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를 기반으로 절치부심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도요타와 비교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2012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줄었지만 이후 현지화 전략을 적극 펼치면서 이미지와 상품성, 가성비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완성차 기업들도 정부의 투자에 발맞춰 올해 말부터 승용 수소차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픽업트럭 제조사인 창청자동차는 올해 수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트럭을 출시할 예정이며 상하이차도 향후 5년 내에 10종의 승용 수소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리자동차와 둥펑자동차 등도 수소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자동차도 2025년까지 10종의 수소 승용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
[원호섭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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