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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11번가·오아시스마켓 IPO 추진, 유통가 ‘쩐의 전쟁’… 옥석 가려보자
입력 : 2022.10.13 17: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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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가의 IPO(기업공개) 추진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 SSG닷컴(쓱닷컴) 등 새벽배송 이커머스 3인방과 함께 11번가 등이 주인공이다. 이 업체들은 하반기 악화된 증시 상황에서도 연내 상장을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거나, 일찌감치 내년 상장으로 방향을 튼 곳들도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쩐의 전쟁’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IPO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들 기업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와 밀접한 곳들이 대부분이라 상장 여부와 함께 상장 이후 투자할 만한 곳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있다.
컬리는 지난 8월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5개월 만에 심사에 통과했다. 이로서 연내 상장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목표에는 한걸음 다가섰다. 상장 예심을 통과하게 되면 6개월 내 상장을 해야 하고, 공모가 산정 등 굵직한 주요 일정이 남았다. 통상 특례 상장한 기업들의 심사 소요 기간이 3개월 정도인 데 비해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 흐른 것은 컬리의 누적 적자 심화 등 재무구조와 창업주의 낮은 지분율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14년 설립된 이커머스 기업 컬리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인 ‘샛별배송’을 처음으로 꺼내들고 유통가에 나타났다. 처음엔 신선식품 배송에만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판매품목을 화장품, 가전, 여행 상품까지 확대했다. 특화된 전문몰에서 생존을 위한 종합몰로 나아간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서비스하던 배송 지역을 충청과 대구에 이어 부산, 울산 지역까지 확대했다. 오픈마켓형 종합몰로 방향을 잡았지만, 여전히 주력 사업모델은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새벽배송하는 것이다. 마진율이 낮은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새벽배송을 해내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IT와 물류에 대한 비용이 압도적으로 크다.
마켓컬리의 친환경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
컬리의 재무구조는 이같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컬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614억원, 영업적자는 2177억원이다. 2020년은 9530억원의 매출과 1163억원 영업적자였다. 매출은 60%가 넘고, 거래액도 2조원을 달성하는 등 규모의 경제는 만들어냈지만, 적자는 한 해에만 1000억원이 늘어 누적 적자는 5000억원에 이른다.
컬리는 그동안 수많은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왔다. 이 때문에 창업주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낮다. 지분율이 5.75%에 그치다 보니 상장 직후 해외 대주주들의 엑시트로 인한 주가 급락 우려가 나왔고, 상장 예비심사 기간도 길어졌다. 컬리는 재무적투자자(FI) 지분 의무 보유 확약서 제출로 활로를 찾았다. 주요 주주들의 보유 지분을 6개월~2년가량 보호 예수로 묶어둔 데 이어 지분 1% 이상을 가진 소액주주들에게도 최대 6개월의 의무 보유 확약을 요구하며 예심을 통과할 수 있었다.
쏘카는 컬리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의 전형인 ‘적자 성장주’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쏘카는 지난해만 매출이 31%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이 210억원이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었던 쏘카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했고, ‘기업가치 1조원’까지 포기하며 상장을 강행한 바 있다. 한편, 컬리의 상장 여부에 따라 회사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물류센터 건립 등 물류 시설 효율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경남 창원과 경기 평택 등 비수도권 지역에 물류센터를 추가로 열고,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오아시스마켓, 쓱닷컴도 상장 채비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마켓도 연내 상장을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섰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 9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2020년 NH투자증권과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IPO를 준비해왔다. 지난 6월에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달성하며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 출신인 김영준 대표가 설립한 오아시스마켓은 탄탄한 실적을 뒷받침하며 상장을 위한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8년 새벽배송을 시작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3570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냈다. 2018년 3억원, 2019년 10억원, 2020년 97억원에 이은 연속 흑자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2024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71% 늘어난 72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신세계 그룹의 이커머스 업체 쓱닷컴은 지난해 9월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하지만 아직 상장예비심사 등 단계를 진행하지 않았다. 증시 침체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자 시점을 조율하는 것이다. 쓱닷컴 측은 내부적으로 상장 준비는 돼있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내년으로 상장을 미룰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이르면 올해 4월에는 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관측했었다. 이커머스 기업 성장성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인 거래액이 지난해 급격하게 성장하며 상장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쓱닷컴 거래액은 2019년 2조8732억원이었으나, 지난해 5조7174억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뛰었다. 당초 회사가 목표 거래액으로 잡았던 4조8000억원보다도 더 큰 수치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대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세우고 이를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어 상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도 대책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SSG닷컴의 모회사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2018년 10월 SSG닷컴을 설립한다고 공시했고, 이듬해 2월 SSG닷컴이 공식 출범했다.
오아시스마켓의 의왕 스마트 풀필먼트센터 전경.
▶11번가, 내년 상장 목표로 주관사 선정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PEF 운용사 H&Q코리아에서 투자금 5000억원을 유치하면서 ‘2023년 상장’을 투자 조건에 내건 바 있다. 당초 분사 당시에는 2조7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상장을 하면 4조원의 기업가치가 예상됐다. 하지만 여타 이커머스 기업과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은 녹록잖다.
부진한 실적과 함께 성장세가 높지 않은 점도 고민거리다. 11번가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억원보다 3배 늘었다. 매출은 14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매출은 소폭 늘었음에도, 영업손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11번가는 이같은 실적에 대해 “직매입 중심의 슈팅 배송 서비스 확대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상품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매출액 성장세를 유지했다”면서 “다만 이커머스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인한 금융상품 평가 손실 반영 등으로 손실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포시 고촌읍 SSG닷컴 네오003 물류센터. <사진 연합뉴스>
11번가의 오픈마켓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매달 11일 진행되는 ‘월간 십일절’은 지난 7월까지 총 42번 열렸고, 누적 거래액이 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모바일 앱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지난 2분기 월평균 약 940만 명(닐슨코리안클릭 기준)을 기록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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