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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눈독 MS 헬스케어 뛰어든 아마존… 빅테크의 변신, 혁신 기회냐 독과점이냐
입력 : 2022.10.13 17: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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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돌파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계 넘나들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성장 한계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통해 퀀텀 점프를 준비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IT 기술과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의 외연 넓히기는 신선한 도전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가장 쉽고 안전한 사업 확장 방식은 비슷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의 인수합병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이용자 수 1위 SNS 페이스북을 보유한 메타는 사진 기반 SNS 인스타그램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을 인수해 SNS 분야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3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에, 최근 폭발적인 인기로 주요한 SNS로 자리 잡은 인스타그램까지 보유하며 SNS에서는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다만 이러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미국의 반독점 규제기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칼끝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탓에 메타는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반독점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SNS 산업과 다소 거리가 있는 기업 오큘러스의 인수는 조금 다르게 평가받고 있다. 메타는 2014년 가상현실(VR) 제작사인 오큘러스를 20억달러를 주고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기존 사명이던 페이스북을 메타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이는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넘어 사실상 회사의 정체성까지 바꾸려는 시도로 업계에서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메타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VR 기기 개발과 관련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매진했고 이러한 기업의 체질 개선은 현재진행형이다.
VR(가상현실) 경쟁에서 콘텐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결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실제 메타버스 산업의 부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 받고 있는 애플의 VR 기기 출시가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메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페이스북 등 SNS 광고모델로 수익을 창출하던 메타 역시 비용 지출 하마로 불리는 VR 기술 개발팀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리얼리티랩이라 불리는 관련 팀의 경우 최근 예산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조차 대거 축소되며 메타의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한 희생양이 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력 감축 및 정리해고 붐이 이어지면서 메타 역시 이러한 혁신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다만 이미 사명을 바꿔서까지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메타 입장에서, 향후 다가올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존은 최근 원메디컬, 아이로봇 등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글로벌 게임 공룡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X박스 등 게임 산업을 전개해온 마이크로소프트가 본격적으로 게임 산업에서의 맹주로 자리 잡기 위한 큰 포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특히 이번 인수는 단순히 게임 산업 영역으로의 확장뿐 아니라 메타가 집중하고 있는 메타버스 분야로의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도 평가받는다. 메타버스 산업이 활성화될 대표적 분야인 게임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향후 메타버스 산업 내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PC 시대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구글을 필두로 한 모바일 생태계 구축 경쟁에서 한발 뒤처지며 모바일 OS 개발 실패와 스마트폰 산업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이 쓰라린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는 절대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중장기 계획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보관해야 하는 전자상거래의 특성에서 기인한, 이러한 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투자는 결국 아마존의 가장 주요한 수익원이 됐고 앞으로도 아마존의 사업 확장에 크나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 성공은 대형 IT 기업들의 클라우드 산업 참전으로 이어졌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2, 3위 클라우드 기업으로 아마존의 뒤를 쫓고 있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 발굴에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는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게임 산업에 대한 크나큰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인 아마존 루나를 2020년 출시해 더 이상 콘솔게임기 없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산업에서 선도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는 현재 아마존을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주요한 게임 유통사들의 신규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며 향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월 터진 아마존의 EA 인수설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액티비전블리자드 이상으로 큰 가치를 가진 게임개발 및 유통사 EA를 아마존이 인수 검토에 나섰다는 뉴스가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군 것이다. USA투데이는 지난 8월 말 아마존이 EA를 인수한다는 발표를 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EA는 주가가 14% 이상 급등하는 등 호재에 급등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으며 대중의 흥미를 끌고 있다.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를 소유하고 있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다양한 스포츠게임을 보유한 EA의 지적 재산권이 무척이나 탐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금액과 프리미엄을 놓고 여전히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면서 일단 이 소식은 설로 그치고 있는 분위기다.
메타는 2018년 VR 헤드셋 제조사인 오큘러스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10월 차세대 하이엔드 VR 헤드셋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이어 올해 7월에는 미국의 의료업체 원메디컬을 39억달러, 한화 5조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공개됐다. 아마존은 지분을 주당 18달러로 전액 현금 인수했다. 원메디컬은 미국 내 25개 지역에 188개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 서비스 업체다. 회원 수만 76만 명에 달하며 멤버십 기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8년 인수한 약국 서비스 필팩으로 온라인 약국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은 이번 인수를 통해 원격의료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네일 린지 아마존헬스서비스 선임부사장은 “헬스케어는 재창조가 필요한 분야이자 미래 유망적인 산업”이라며 “이용자들에게 가치 있는 시간을 돌려주고 경험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고 보는 만큼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인 ‘아마존 루나’.
반대로 이러한 독과점이 새로운 산업의 성장이나 신규 스타트업의 도전 기회를 박탈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기업의 독과점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시키고 서비스 제공자의 의도대로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한계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러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대해 유럽 등 여러 국가들은 이에 대한 반독점 문제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에게도 큰 변화가 다가오는 시점이다”라며 “결국 혁신과 발전이 가져올 편리함과 시장 경쟁의 저해, 그 가운데 균형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동훈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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