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엄 즉석밥 2.0 시대 ‘첨가물 제로·밥 냄새 솔솔’ 골라 먹는 재미

    입력 : 2022.07.11 16:35:10

  • 밥이 없어 급하게 찾아 먹던 ‘비상식’ 즉석밥들이 화려하게 변신하며 소비자들의 취향과 입맛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첨가물 없이 100% 쌀, 잡곡과 물로만 지은 프리미엄 즉석밥들이 최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갓 지은 밥처럼 그윽한 향이 나거나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건강에 좋은 메밀, 귀리 등 다양한 잡곡을 넣은 게 특징.

    하림 ‘The미식’ 즉석밥
    하림 ‘The미식’ 즉석밥
    우리나라 즉석밥 시장은 1996년 CJ제일제당이 국내 첫 무균포장방식으로 ‘햇반’을 출시하면서 상온에서 수개월 보관 가능한 즉석밥 시대가 본격화됐다. 즉석밥 시장 점유율 6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 ‘햇반’ 매출은 2001년 96억원에서 2015년 2223억원으로 늘었고 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늘어 2020년 5600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6860억원이었다. 기존 즉석밥 제품은 소량(0.1%)이지만 첨가물이 들어있다. 기준치 이하로 사용해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집밥에서는 나지 않는 냄새가 난다며 즉석밥을 먹지 않고 꺼리기도 했다.

    지난 5월 16일 종합식품기업 하림이 ‘The미식(더미식)’ 즉석밥 11종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허준 하림산업 식품부문 대표는 “더미식 밥은 보존료나 산도조절제같은 첨가물 없이 100% 쌀과 물로만 천천히 뜸 들여 밥 본연의 풍미와 밥알 한 알 한 알이 살아있어 갓 지은 밥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서 기존 즉석밥들과 다른 ‘즉석밥 2.0’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허준 대표는 “즉석밥을 즐겨 먹지 않는 소비자의 60%가 즉석밥을 꺼리는 이유로 이취를 지목했다”면서 “이들 중 47%가 즉석밥에 이취가 없다면 먹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햇반솥반
    CJ제일제당 햇반솥반
    CJ제일제당도 지난 5월 24일 즉석 영양 솥밥 ‘햇반솥반’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찰밥 등으로 솥반 진공가압기술을 활용해 고기와 해산물을 즉석밥 재료로 담아냈다. 흑미밤찰밥(210g) 4480원, 전복내장영양밥(200g)과 소고기우엉영양밥(200g)이 각각 5480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즉석밥들이다. 이 중 ‘통곡물밥’과 햇반 제품 중 ‘유기농쌀밥’(210g)도 첨가물 없이 100% 쌀, 잡곡과 물로만 만든 즉석밥이다. 햇반 유기농쌀밥의 권장소비자가격은 2800원, 하림의 더미식 백미밥(210g)은 2300원이다.

    수분함량과 열처리 최적화 기술로 재료의 식감과 밥의 찰기를 동시에 살린 것이 특징이라는 게 CJ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즉석밥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오뚜기도 ‘맛있는오뚜기밥’ 시리즈 외에 곤약쌀을 넣은 ‘오뮤’ 브랜드를 지난해 새롭게 론칭하고 칼로리가 낮은 ‘곤라이스’ 3종 즉석밥을 각각 2780원에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취향과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더미식’ 잡곡류 즉석밥 인기몰이 즉석밥 시장에서 그동안 백미밥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건강과 영양,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잡곡류 즉석밥 제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더미식 밥 11종 중 백미밥, 고시히카리, 안남미 등 3종을 빼면 나머지 8종이 잡곡류다. 현미밥, 현미쌀밥, 찰현미쌀밥 등 현미 3종과 함께 메밀쌀밥, 귀리쌀밥, 흑미밥, 오곡밥, 잡곡밥 등이 나와있다. 특히 더미식 메밀쌀밥의 경우에는 쌀과 메밀 모두 국내산을 쓰는 유일한 즉석밥이다. 너무 비싸서 평양냉면집에서도 중국산을 수입해 쓴다는 메밀까지 국내산을 쓴 것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로 높게 나와 6개월간 메밀쌀밥을 꾸준히 먹었는데 180으로 떨어져 효과를 본 다음 메밀쌀밥을 더미식 밥 라인업에 넣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다채로운 즉석밥 제품들을 선보이고 고급화하는 추세와 관련해 ‘밥이 답이다’ 칼럼을 5년간 연재 중인 박성환 밥 소믈리에는 “빵이나 생수, 수제 버거의 경우 가성비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들까지 다양하게 나와있지만,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밥은 아직도 프리미엄 제품 개념 자체가 없는 편”이라면서 “품질 좋고 다채로운 즉석밥 제품들을 최근 선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뚜기 오뮤 곤라이스귀리잡곡
    오뚜기 오뮤 곤라이스귀리잡곡
    식품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즉석밥 1.0 시대에는 업체 간 즉석밥 가격 낮추기 경쟁을 벌였다면, 앞으로 즉석밥 2.0 시대에는 더 맛있고 밥 본연의 풍미를 얼마나 잘 살렸는가와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다양한 잡곡류 등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와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누가 더 빨리 내놓느냐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즉석밥 시장 규모는 2011년 1290억원에서 지난해 45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오는 2025년에는 즉석밥 시장이 5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등급과 가격대가 다양한 한우 제품처럼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즉석밥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네이버쇼핑라이브 등 론칭 할인행사도 잇따르고 있어 올 한 해는 즉석밥의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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