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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원클릭으로 투자하는 ‘1000원 재테크’ 해외주식·금·미술품·음악 앱 통해 소액투자
입력 : 2021.11.02 16: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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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분식집 라면도 3000~4000원 하는 시대에 무슨 소리냐고? 1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미국 주식과 국채, 미술품, 음악 저작권, 강남 빌딩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00원 재테크’를 표방한 투자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대면 계좌를 만들어 원하는 자산에 돈을 넣기까지, 안방에서 클릭 몇 번이면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목돈을 투자하기에 적합한 상품들은 아니다. 당연히 원금 보장도 안 된다. 미국 주식 앱은 직접 매매에 비해 수수료가 비싼 편이고 환율 우대에서도 불리하다. 미술품과 음악 저작권, 강남 빌딩 소유권 같은 자산은 아직까지 이용자가 많지 않아 원하는 때에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앱들은 많게는 10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 모으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미국 ETF로 치킨값 벌었다’ 미니스탁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얼마 전부터 용돈 5만원을 줄여 미국 ETF에 투자한다. 그가 선택한 종목은 인베스코 QQQ, 뱅가드 S&P 500, 아크 이노베이션 액티브, SPDR 금, 미국 반도체 관련 SOXX 등이다. 1만원씩 미국 ETF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한국투자증권이 만든 미니스탁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공부삼아 한 종목당 월 1만원씩 넣고 있다. 미국 주식은 전혀 몰랐는데 아무래도 내 돈이 들어가 있으니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게 되더라”라며 “미국 장이 이미 많이 오른 것 같지만, 부담 없는 소액으로 꾸준히 적립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테사
남양주 덕소에 거주하는 주부 신모 씨도 ‘매달 생활비 잔돈을 모아 미국 주식 1주 만들기’를 목표로 세웠다. 소수점 여섯 번째 자리까지 나눠서 매수할 수 있고 1주 미만으로 가지고 있어도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씨는 “1주 미만으로 가지고 있어도 배당금이 나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아이들을 위해 배당금이 많은 주식 위주로 적립하고 있다”고 했다.
주식투자 5년 차라는 직장인 박모 씨는 “미니스탁으로 ‘단타병’을 고쳤다. 시세를 들여다볼 필요 없이 소액 자동적립으로 설정해놓았더니 직접 사고팔 때보다 오히려 수익이 더 나더라”라며 웃었다. 미니스탁은 출시 1년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자동투자 기능도 있다. 1000원부터 매일, 매주(요일 선택), 매달(날짜 선택) 원하는 날에 자동으로 투자되게 설정할 수 있다. 수수료가 비싼 편인데도 목돈을 적립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주식만 거래 가능하지만 향후 다른 해외 주식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미니스탁
김 씨가 구매한 플랫폼은 ‘테사(TESSA)’다. 앱에서 1000원부터 미술품 소유권 거래를 할 수 있다. 최근 아트테크가 각광받으면서 이와 같은 플랫폼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구매한 소유권은 다른 회원과 거래하거나 선물할 수 있고, 작품이 매각되면 차익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다. 김 씨가 구매한 샤갈 작품의 공모가격은 27억5000만원, 5300여 명이 참여하면서 판매율이 70%를 넘겼다.
테사는 공모작을 오픈하면서 선착순으로 투자자에게 아트굿즈를 주는데 이 상품들은 ‘테템(테사 아이템)’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작품을 활용한 열쇠고리나 피규어, 에디션 카드 등인데 한정판이다보니 테템을 받기 위한 접속경쟁이 치열하다.
소투(SOTWO)도 비슷한 아트테크 플랫폼이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블루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테사보다 작품이 다양하고 한정판 스니커즈와 굿즈도 거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기작품은 10분도 안 되어 완판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선취 수수료가 5.5%라는 점은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
테사와 소투 모두 아트상품이라는 특성상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대수익률에 따라 다르지만 현금화하기까지 길게는 2~3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여윳돈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뮤직카우
뮤직카우에서 사고팔 수 있는 음원 수는 920곡이 넘는다. 거래금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지난 9월 이 플랫폼의 음악저작권 거래액은 708억3064만원이었다. 10월 12일 기준 연간 누적 거래액은 2500억원을 넘어섰다. 9월 기준 회원 수는 71만 명에 달한다. 멜로망스의 ‘선물’과 이무진의 ‘담아갈게’ 저작권에 투자했다는 직장인 신모 씨는 “평소 좋아하는 이무진 씨가 광고를 하기에 찾아봤다. 음악 저작권 투자는 처음이어서 인기곡 중에서 두 곡을 골랐다. ‘롤린’처럼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좋아하는 뮤지션을 응원하는 느낌으로 소액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약 8.7%다. 평균 수익률은 높지만 소위 ‘대박’과 ‘쪽박’의 차이는 크다. 특히 음악 저작권은 가격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팔고 싶어도 그 곡에 대한 관심이 적어 살 사람이 없다면 원할 때 현금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세 가치보다는 ‘월 저작권료’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주가상승보다 배당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과 같다. 월 저작권료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나온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
현재 카사에서 살 수 있는 건물은 강남·역삼역 인근 빌딩 세 곳이다. 카사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역삼 런던빌을 1호로 공모해 당시 101억8000만원을 모았고, 총 203만6000댑스를 발행하면서 거래를 시작했다. 이어서 지난 7월 서초 지웰타워와 지난 9월 한국기술센터를 공모했다. 역삼역으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손모 씨는 “7월부터 금연을 결심하고 담뱃값 정도를 카사에 투자하고 있다. 비록 티끌 수준이지만 출퇴근길에 매일 보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상업용 대형 건물의 지분 일부를 소유하는 방식인 만큼 장기 소액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음악 저작권 투자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소액 배당을 받는 데 목적을 두는 게 좋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은 소유주가 많을수록 거래가 어려운 자산이라는 것은 상식”이라며 “흥미로운 플랫폼이긴 하지만 부동산 투자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사
한국금거래소는 작년 10월 디지털 금 거래 플랫폼 ‘센골드’를 출시했다. 실물 금이나 은과 교환할 수 있는 ‘모바일교환권’을 사고파는 개념이다.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100원 단위부터 거래할 수 있고 오케이캐시백 등 제휴사 포인트를 전환해서 구매할 수도 있다. 금 투자의 대표적인 단점인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세,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실물’로 인출할 때에는 부가가치세가 발생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센골드는 지난 9월 30일부터 수협은행과 협력해 실명인증 가상계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로와나골드모어는 한글과컴퓨터그룹이 만든 디지털 금 거래 플랫폼이다. 실물 금을 아로와나금거래소에서 발행한 디지털 금 바우처 형태로 전환해 모바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현금뿐 아니라 신용카드로도 금을 구매할 수 있고, 돌반지를 파는 것처럼 거래소에 방문해 실물 금을 디지털 금 바우처로 교환할 수도 있다.
두 앱을 모두 사용해봤다는 주부 김모 씨는 “아로와나는 금도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고, 은에도 투자하고 싶어 센골드도 이용하고 있다. 푼돈으로 금과 은을 사 모은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면서 “앞으로 수수료가 더 저렴해지면 투자금액을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직 초기지만 소액투자 플랫폼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핀트, 파운트, 쿼터백, 에임, 불릴레오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고객 유치에 뛰어들었다.
간단한 투자 성향 테스트를 받고 원하는 투자 시장과 산업을 선택하면 AI가 알아서 사고팔면서 수익을 추구한다. 물론 AI라고 해서 사람보다 높은 수익을 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사회초년생이나 투자경험이 없는 이들이 간접경험해 보기에는 적합하다는 평가다.
역시 간편하게 소액(10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돈을 적립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먼저 사용해본 투자자들은 적어도 1년 이상 예치해야 기대하는 효과가 나온다고 조언한다. 이용자들이 분산투자 수단으로 선호하는 미국 시장에 투자할 경우 수수료와 환율 변동까지 감안하면 기대수익률이 생각보다 저조할 수도 있다.
[신찬옥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4호 (202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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