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삭스·신한은행·국민은행… 대형은행이 NFT로 향하는 이유는?

    입력 : 2021.10.08 16:09:10

  • 지난해부터 미술·게임시장을 필두로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토큰화하며 이슈몰이를 해온 NFT의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NFT는 자산 토큰화의 대표적 사례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하 NTF)을 의미한다. 각 토큰마다 고유의 값을 가지고 있어 다른 토큰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고유의 가치를 가지는 희귀 게임아이템, 한정판 상품, 디지털 아트, 저작권 등의 소유권이 NFT화되어 거래되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소유권 판매이력 등의 정보가 모두 장부에 담기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최근엔 문화재나 예술품부터 게임아이템, 언론기사까지 NFT로 발행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22일 간송미술관은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을 디지털화한 작품에 대한 NTF를 발행했다. 발행 토큰 수는 모두 100개로, 개당 1억원에 판매된다. NFT는 이미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6934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785억원)에 거래된 작가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이 대표 사례다.

    NFT는 문화재나 예술작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 7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는 ‘크래프터스페이스(KrafterSpace)’를 선보여 누구나 NFT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가상자산 지갑 ‘카이카스(Kaikas)’를 설치하고 크래프터스페이스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하면 나오는 ‘NFT 발행하기’ 창을 클릭해 자신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이미지·동영상 파일을 업로드한 다음 작품명과 설명을 적으면 나만의 NFT가 완성된다. 완성된 NFT는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 시(Open Sea)’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NFT로 발행된 배우 하정우의 작품
    NFT로 발행된 배우 하정우의 작품
    ▶삼성전자도 뛰어든 NFT 대중화 조짐 보이며 대기업 가세 NFT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며, 글로벌 기업들의 NFT 투자 및 시장 진출 선언 또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1억87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는 암호화폐 결제 기능 도입과 더불어 자사 플랫폼에서 거래 카드, 이미지, 영상 클립과 같은 NFT 디지털 자산 판매를 공식 허용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 또한 6월부터 플랫폼에서 NFT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NFT 관련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양한 업체들이 NFT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이 6월 업계 최초로 NFT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했다.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 또한 연내 NFT 거래소 출범을 준비하는 등, 거래소 또한 향후 자산 토큰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도 NFT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말 삼성전자 투자 전문회사 삼성넥스트는 미국의 NTF 거래 플랫폼 업체 ‘슈퍼레어(SuperRare)’가 모집한 900만달러(약 10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펀딩에 투자자로 참여한 소식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데이비드리 삼성넥스트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는 암호화폐 개발자와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슈퍼레어에 투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디지털 아트 시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TV와 모바일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더 프레임’ TV는 ‘아트 모드’를 통해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는 미술 작품이나 사진 등을 담아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데, 디지털 아트를 화면에 구현하기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NFT로 발행된 훈민정음 해례본
    NFT로 발행된 훈민정음 해례본
    ▶가상경제 확장시키는 NFT 시중은행 신규 먹거리로 낙점 NFT 시장의 성장으로 금융업에서도 신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국내외 금융사의 연계사업 진출이 확산되고 있다. NFT화된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가상화폐 대출을 지원하는 디파이(DeFi) 기반 유동화 서비스가 대표적이며 NFT 자산관리 플랫폼 등 새로운 금융인프라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대형사 중에서는 골드만삭스가 NFT 등 블록체인 기술 및 DeFi 관련 기업에 대한 ETF를 준비하는 등 가상화폐 이외 디지털 자산의 상품화도 추진 중이다.

    시티그룹은 가상자산 전담 그룹을 신설하여 다양한 블록체인 금융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도 합작 또는 지분투자 등을 통해 ‘디지털 자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 및 블록체인 투자기업 해시드와 KODA(한국디지털에셋)를 합작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KDAC(한국디지털자산수탁)에 전략적 지분투자에 나섰고 우리은행은 올해 7월 블록체인 기술 기업 코인 플러그와 DiCustody(디커스터디)를 합작 설립했다. NH농협은행은 헥슬란트 등 NFT 유관 기업과 NFT 사업화를 발굴·추진하고 있다. 또한 8월 말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종이 추천서 없이도 공무원 대출이 가능하도록 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사업안이 나오지 않은 하나은행도 디지털 수탁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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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9월 10일 골프대회와 NFT를 결합한 디지털 자산을 시범 발행하기도 했다. 골프와 디지털을 결합한 ‘신한동해오픈 NFT’는 3라운드 본선진출 60여 명 선수들의 티샷 영상과 시즌 성적, 평균 타수, 드라이브 거리 등의 데이터를 담았다. 신한동해오픈 NFT는 신한DS의 이더리움 기반 디지털자산플랫폼(SDAP)을 통해 발행한다. SDAP를 통해 NFT는 물론, 포인트성 토큰, 디지털 바우처, 디지털 증권 등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관리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NFT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가상경제(Virtual Economy)의 확장가능성 때문이다. 가상세계의 모든 경제 현상을 포괄하는 가상경제는 NFT의 확산으로 새로운 발전 동력을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가상경제는 메타버스의 한 가지 영역으로, 가상세계에서 생성된 상품 및 자산이 가상화폐를 매개로 유통·거래·소비되는 모든 현상을 포괄한다. 지난 8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가상 삼성전자TV가 단 5분 만에 완판되는 등 전 산업에서 가상경제에 대한 파급력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AR와 VR를 통해 형성된 모든 증강 및 가상세계를 의미하며, 가상경제는 메타버스의 한 분야인 가상세계(Virtual World)에서 나타나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또한 가상경제는 가상화폐를 매개로 현실경제와 연결되는 것이 특징으로, 가상공간에서 창출한 가상재화를 가상화폐로 판매 후, 이를 현금 교환할 수 있다.

    NFT의 도입은 ‘제한적 영역’에 머물렀던 기존 가상경제 영역을 근본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거 가상경제(가상경제 1.0)는 온라인 게임에서의 아이템 등 일부 디지털 상품 거래에 국한되었으며, 가상상품에 대한 지속성과 신뢰성 부족으로 시장 성장은 제한적이었다. 게임 계정과 아이템에 대한 해킹, 일부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 아이템 거래의 음성화 등으로 기존 가상경제는 신뢰성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신석영 하나경제연구소 연구원은 “NFT 도입으로 가상경제는 ‘자산의 파생 가능성’, ‘자산에 대한 신뢰성’, 블록체인 가상화폐 도입에 따른 ‘화폐 신뢰성이 보강’되며 경제 시스템의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며 “NFT와 가상화폐는 가상경제에서의 자산과 화폐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여 현실경제와 유사한 경제 구조를 창출해 준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세계 골프대회 최초로 디지털 자산 NFT를 발행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세계 골프대회 최초로 디지털 자산 NFT를 발행했다.
    NFT 시장의 높은 가능성에 금융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해킹이나 무단복제 등 저작권 이슈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명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은 NFT 경매에 나오려다 저작권 문제로 취소된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말 경매업체 워너비인터내셔널은 이중섭·김환기·박수근 작가의 작품을 NFT로 만든 작품을 경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기 재단이나 박수근 작가의 유족 등 저작권자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경매업체 측은 작품 소장자와 협의를 거쳤으나, 작품의 소유권과 2차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저작권의 개념은 다르기 때문이다. NFT 창작자나 소비자도 NFT를 매매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된 NFT는 영구 삭제되지 않지만 NFT 거래 플랫폼이 사라지면 해당 NFT로 접속하는 링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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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명화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NFT의 여러 긍정적인 면과 시장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NFT 콘텐츠 자산이 블록체인 외부에 저장되기 때문에 원본 파일에 대한 해킹 등에 의한 훼손 위험이 잔재하고 디지털 특성상 무단복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단점은 여전하다”며 “NFT화된 디지털 예술품의 보존 방식은 크게 NFT를 만든 블록체인 내 예술품 자체를 같이 저장하는 온체인(On-chain) 방식과 예술품 자체는 일반서버나 IPFS(Inter Planetary File System) 등 블록체인 밖에 저장하는 방식이 있으며, 저장용량 및 고비용 등의 이유로 후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이라 외부로부터의 원본 훼손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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