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 대한민국 양궁신화 37년간 혁신기술로 지원한 현대차그룹

    입력 : 2021.08.31 10:29:53

  • 지난 7월 30일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첫 3관왕에 오른 양궁 여자대표팀 안산 선수는 시상식 직후 응원단으로 달려가 한 중년 남성에게 금메달을 건넸다. 세계 정상에 오른 기쁨을 함께 나눈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대한양궁협회장과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정 회장은 이번 도쿄올림픽 양궁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선수단을 응원했다. 모든 결승전이 끝난 후 한국 양궁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했다. 이 중 여자 단체전은 9연패, 남자 단체전은 2연패에 성공하며 다시금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지난 8월 1일 선수단에 앞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정 회장은 “좋은 화살을 골라 쓸 수 있는 고정밀 슈팅머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양궁인들 모두가 같이 이뤄낸 성과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1980년대부터 한국 양궁에 500억원 이상 지원 국내 양궁 관계자들은 “한국 양궁의 든든한 버팀목은 현대차그룹의 지원”이라고 말하곤 한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현대차그룹의 양궁 지원은 금전적으로 약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인 지원이 아니라 실제 전략 수립부터 함께한다는 게 협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정 회장이 직접 감독 등 관계자들을 소집해 4년 뒤 올림픽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처럼 주요 국제대회마다 현지 일정을 함께하며 응원하는 감성적인 지원도 이어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경기장과 숙소가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다는 보고를 받고선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경기장 인근 호텔을 별도로 빌렸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양궁 전 종목 석권이란 대기록이 나오자 선수단과 가족, 역대 메달리스트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기도 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엔 개최국의 현대차 현지법인 관계자들이 직접 국가대표 양궁 선수단의 이동 경로와 현지 물품조달 상황을 먼저 챙겼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앞서 2019년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과 실제 경기가 치러질 양궁장을 둘러보곤 진천 선수촌에 똑같은 시설을 건설한 건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됐다.

    지난해 1월에는 대표선수들이 도쿄올림픽과 비슷한 기후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미얀마 양곤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전지훈련도 실시했다. 당시 양곤의 기후가 7월의 도쿄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 국제 대회가 열리지 않고 이전처럼 야구장에서의 소음 훈련도 불가능해지자 정 회장은 양궁 대표팀이 경기장 환경과 방송 중계 상황에 최대한 적응할 수 있도록 실제와 똑같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게 지원했다. 이를 통해 올림픽 개막 전인 올 5월과 6월에 네 차례에 걸쳐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해 미디어 실전 훈련이 진행됐다. 선수들이 인터뷰에 대한 부담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문 강사를 초빙해 미디어 트레이닝도 실시했다. 대회 당시엔 경기 대기시간에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선수별 릴렉스 체어와 마스크, 미니소독제, 세척제 등으로 구성된 방역 키트가 제공되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양궁선수단을 격려하는 정몽구 명예회장.
    베이징올림픽 당시 양궁선수단을 격려하는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의 양궁 사랑은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정 회장이 지시한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 연구를 통해 3기에 걸친 중장기 양궁 발전 계획이 실행됐고, 이를 통해 학연과 지연 등 불합리한 관행이 사라졌다.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선수 육성 체계도 구축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게 더 어렵다”라는 말이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 무대에서 다시 세계 최강에 오르자 대를 이은 현대차그룹의 37년간 동행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현대차그룹은 남녀 양궁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을 잇달아 창설했다. 또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개최해 대중화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술력을 활용해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기록 장치 등 이름도 생소한 기기들을 지원하며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과학적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점수 자동기록 장치·심박수 측정 장비 등 첨단기술 동원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도쿄올림픽 석권을 위한 기술지원은 정의선 회장 주도로 진행됐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직후 양궁협회와 다양한 기술지원을 논의했고, 그 결과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기록 장치, 심박수 측정 장비,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 등 5개 분야에 기술을 지원했다.

    우선 우수한 품질의 화살을 골라낼 수 있도록 기존 장비보다 정밀도와 정확도를 키운 슈팅머신을 새롭게 개발했다. 선수들이 70m 거리에서 슈팅머신으로 화살을 쏘면 힘, 방향, 속도 등 동일한 조건에서 불량 화살을 솎아내는 식이다.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이용해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저장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에도 현대차 기술이 적용됐다. 무선 통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점수를 모니터 화면에 표시해 확인하고 화살 탄착 위치까지 저장해 빅데이터로 활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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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심박수 측정 장비도 지원했다. 경기나 훈련 중 접촉식 생체신호 측정이 어려워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을 활용했다.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방송용 원거리 고배율 카메라도 적용했다. 현대차그룹이 직접 국내 명상 애플리케이션 개발 전문 업체와 협력해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한 ‘명상 앱’을 별도로 제작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 전문조직 에어스 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을 활용해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자동 편집해주는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도 훈련 상황에 빛을 발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부터 3D 스캐너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알루미늄과 폴리아미드를 혼합한 알루마이드, 방수성 등으로 자동차 부품 소재로도 활용되는 PA12 등 신소재를 활용해 그립 재질을 다양화했다고 한다.

    [안재형 기자 사진 현대차그룹·매경DB]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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