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이익 강소기업] (28) 걸그룹 ‘있지’ 렌즈 그 회사 ‘인터로조’…과감한 투자로 초격차

    입력 : 2021.06.09 17:08:53

  • 콘택트렌즈가 시력 교정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눈동자 색깔을 달리하고 싶은 요구에 발맞춰 나온 컬러렌즈가 점차 세력을 넓히는 중이다. 2030 여성은 물론 외모에 관심 많은 남성까지 저변이 확대됐다. 그 덕에 ‘클라렌’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인터로조 실적도 호조세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로는 좀 줄었지만 뜻밖에 ‘백신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외출이 많아지고 컬러렌즈 착용률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 882억원, 영업이익 151억원대였던 인터로조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24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525.47% 뛰었다. 회사가 재도약 기조로 돌아선 데다 특히 20%대에 달하는 이익률이 눈길을 끈다.

    사진설명
    ▶인터로조 어떤 회사 ▷콘택트렌즈 제조판매 국내 1위

    콘택트렌즈 국내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약 2800억원 규모(2018년 공급가 기준)에 달한다. 일반 렌즈 부문에서는 인터로조가 국내 5위, 국산 브랜드 중에서는 1위를 달린다. 컬러렌즈 시장에서는 아큐브 다음 클라렌이 전체 2위, 국산 브랜드로는 역시 1위다.

    인터로조는 종합무역상사 출신 노시철 대표가 2000년에 설립한 콘택트렌즈 전문제조판매 회사다. ‘상사맨’ 시절 노 대표는 아이디어가 좋고 품질이 뛰어나도 이익률이 높지 않은 아이템이 많다는 사실을 늘 안타까워했다. 이후 독립을 꿈꾸면서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상품이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를 상대로 승부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사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콘택트렌즈가 딱 그 요건에 부합했다. 원가율이 낮고 기술력을 키우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마침 콘택트렌즈 기술진을 소개받게 됐고, 세계적 수준의 국내 기업을 꿈꾸며 창업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사장이 ‘상사맨’ 출신인 것답게 인터로조는 시작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2001년 미국 FDA 품목허가를 받은 후 해외 유명 브랜드에 OEM(주문자 위탁생산), ODM(제조자 개발생산)으로 납품하는 길을 찾아냈다. 2007년에는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독자 기술 개발에도 사활을 걸었다. 덕분에 콘택트렌즈용 신소재 ‘울트라 수(水)’로 NET(New Excellent Technology) 인증을 받는가 하면, 난시 교정용 원데이 뷰티렌즈, 실리콘하이드로겔렌즈 등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줄줄이 내놓을 수 있었다.

    2010년부터는 ‘클라렌’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B2C 사업에도 도전했다. 당시 인기 가수 ‘수지’를 메인 모델로 내세운 과감한 마케팅 전략으로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인기 걸그룹 ‘있지(ITZY)’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스타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인터로즈의 자체 콘택트렌즈 브랜드 ‘클라렌’.
    인터로즈의 자체 콘택트렌즈 브랜드 ‘클라렌’.
    ▶영업이익 높은 비결은 ▷진입장벽 높아 글로벌 업체 주문 급증

    인터로조는 매년 17~25%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영업이익 강소기업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예상 영업이익도 200억원을 훌쩍 넘긴다. 탁월한 기술력과 생산능력 덕이 크다. 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존슨앤존슨 등 4대 메이저 콘택트렌즈 회사 점유율은 80%대에 달한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신 이들 생산을 글로벌 ODM 회사에 주로 맡긴다. 이때 따지는 것이 납품받을 회사의 품질과 생산능력이다.

    인터로조는 자타공인 국내 1위 회사다. 2위권 회사와는 덩치가 3~4배 이상 차이 난다. 아시아에서도 정상권에 올라 있다.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는 1순위로 인터로조를 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관련 산업의 진입장벽이 높다. 콘택트렌즈 제조 회사는 각종 특허를 보유해야 하고 또 눈에 쓰는 제품인 만큼 수율, 즉 일정한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재를 보유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다양한 도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공장 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공장 하나 짓는 데만 수백억원이 소요된다. 후발 주자가 쉬 도전장을 내밀기 힘든 구조다.

    인터로조는 매년 100억원 이상을 설비 재투자,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최근에는 평택에 제3공장을 준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R&D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콘택트렌즈 업계에서 ‘초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특히 컬러렌즈에서의 성과가 눈부시다. 실리콘 원료 특성상 컬러 프린팅 공정이 매우 까다로움에도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실리콘 원데이 컬러렌즈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도 인터로조만큼의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당연히 컬러렌즈에서 독보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재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수출국 정상화, 이연 수요에 따른 물량 확대, 기존 제품 대비 ASP(평균 판매가)가 30% 정도 높은 실리콘하이드로겔 매출 확대 등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점은 없나

    ▷저가 렌즈 유입으로 저평가받을 수도

    콘택트렌즈가 유행을 탄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시국처럼 외출 자제 분위기가 형성되면 곧바로 타격을 받는다. 저가 렌즈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컬러렌즈를 끼면 눈을 손상시키고 쉬 피로하게 만든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변수다. 고품질 제품을 내놓는 인터로조 역시 오히려 ‘도매급’으로 저평가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렌’의 해외 진출도 숙제다. 클라렌은 중국 외 타 국가 진출은 요원하다. 또 신규 화장품 등 브랜드 사업을 하다 보면 마케팅, 지속 관리, 애프터서비스를 수행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영업·마케팅 총괄에 에이블C&C 글로벌영업 부문장을 지낸 최의경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마스카라 등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 안착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 |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 렌즈 끼면 당뇨 체크…‘스마트렌즈’ 선보일 것
    사진설명
    Q. 최근 제3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초격차’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 콘택트렌즈는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다. 제품 특성상 원가는 낮아도 수율이 높아야 해외 업체들이 찾는다. 그래서 손 기술이 좋고 근면한 국내 인재를 쓸 수 있는 한국에 공장을 확충했다. 특히 콘택트렌즈 시장 중심에 있는 원데이렌즈는 대량 생산할수록 이점이 크기 때문에 종전 공장 인근에 추가로 준공,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번 공장 가동으로 자동화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Q. 특히 컬러렌즈 시장에서 발군인데. A 컬러렌즈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아시아나 중동에서 인기가 있다. 특히 우리 브랜드는 본래 시력보정렌즈를 중심으로 렌즈 자체의 품질을 키워왔는데 컬러렌즈도 동일한 품질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흔히 ‘컬러렌즈는 뻑뻑하고 눈에 안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는데 산소 투과율, 눈물이 증발되는 양 감소 등 모든 면에서 종전 콘택트렌즈를 넘어설 정도로 진화시킨 실리콘하이드로겔 소재 컬러렌즈를 선보인 덕에 해외 시장에서도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Q. 본업은 잘하는데 신사업 진출은 미비하다는 평가도 있다. A 지금까지 인터로조는 콘택트렌즈에만 집중해왔는데, 최근에는 전략기획팀을 꾸리고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안과 영업 전문 회사를 설립 준비 중이기도 하다. 스마트렌즈 개발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렌즈를 끼면 안압, 녹내장 체크는 물론 당뇨 수치도 앱에서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포스텍과 기술 개발 중이고 수년 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장지현 인턴기자 vemile4657@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