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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Walking] 산길과 바닷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명소 변산에 반하다… 전북 부안 변산반도국립공원
입력 : 2021.06.01 11: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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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엔 내소사에서 내변산 직소폭포에 이르는 길을 산책하듯 걸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것 참, 내소사 입장료를 내고 돌아서는 순간 일정이 어그러졌다. 이건 순전히 흐린 날씨 탓인데, 표를 받는 분이 “지금 직소폭포에 오르면 아마도 사진이 수월치 않을 거예요. 비도 오락가락하고 흐려서 뿌옇게 나올 확률이 높아요”란 조언에 내소사와 변산반도 국립공원으로 범위를 넓혔다. 그러니까 오롯이 산행뿐이던 일정을 급작스럽게 변산 앞바다로 조정한 건데… 가길 잘했다. 모두 날씨 덕분이다.
도심에서 막히고 고속도로 초입에서 막히고 사고 때문인지 간간이 밀리고 밀려 도착한 곳. 그곳은 그야말로 고즈넉했다. 도로 위에서 격한 감정을 모두 소비한 덕인지 그 느릿한 고요함에 몸을 맡기기가 한결 편안했다.내소사 삼층석탑
사실 내소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주차장에서 내소사까지 약 1㎞ 거리에 조성된 ‘전나무 숲길’ 때문이다. 폭이 5.5m나 되는 이 무장애 탐방로 양쪽엔 30~40m는 족히 돼 보이는 전나무가 도열해 있다. 일주문에서 사천황문까지 휑했던 길 위에 150여 년 전 전나무를 심었다는데, 지금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숲의 풍경에 사람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내소사 내부에 조성된 연못
왼쪽 계곡에선 그야말로 냇물이 졸졸 흐르고 등산로로 이어지는 갈림길(직소폭포로 가는 길이다)은 여기부터 고생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듯 나름 비장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만큼 아기자기한 길 곳곳에 자리한 안내판엔 내소사에 대한 설명도 빼곡하다. 특히 ‘내소사의 4가지 보물’을 서술한 안내판이 인기인데, ‘내소사 고려동종(보물 제277호)’ ‘내소사영산회괘불탱(보물 제1268호)’ ‘법화경절본사본(보물 제278호)’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의 사진이 담겨있다. 전나무 숲길이 끝나는 곳에 다다르면 사천왕이 마주보고선 천왕문이 나타난다. 문을 넘어서면 둘레가 7.5m나 되는 수령 1000년의 느티나무가 객을 반긴다. 어찌나 아름드리인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터질 만큼 나뭇잎이 선명하고 아름답다.내소사 경내에 자리한 수령 약 1000년의 느티나무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적벽강은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즐겨 찾았다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이 길은 바다를 끼고 걷는 해안산책로다. 느릿하게 걸으면 1시간 반에서 두 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걸으면 훌륭한 해넘이를 볼 수 있다. 산책로 막바지에 자리한 수성당은 서해바다를 지키는 수호신(개양할미)을 모시는 당집이다. 그 입구에 봄이면 유채꽃,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가지런히 심어져 객을 반긴다.
적벽강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산책을 마친 후 곰소항 젓갈단지에 들르면 변산 바닷가의 싱싱한 어패류로 담근 수십 가지의 젓갈을 맛볼 수 있다. 곰소천일염으로 담근 곰소젓갈은 뒷맛이 쓰지 않고 짜지 않아 전국 3대 젓갈로 손꼽힌다.
적벽강 몽돌해변
1품 부안쌀, 2품 곰소젓갈, 3품 참뽕오디, 4품 곰소천일염, 5품 부안뽕주, 6품 노을감자, 7품 부안죽염, 8품 뽕잎고등어, 9품 해풍양파
· 먹거리
1미 주꾸미, 2미 봉바지락죽, 3미 꽃게장, 4미 곰소젓갈백반, 5미 바지락 칼국수, 6미 백합죽, 7미 전어, 8미 설숭어회, 9미 갑오징어
성천→적벽강→격포해수욕장→격포항
· 5코스 모항 갯벌 체험길(약 5.4㎞ 약 1시간 20분)
솔섬→모항해수욕장→모항갯벌체험장
· 6코스 쌍계재 아홉구비길(6.5㎞ 약 2시간)
모항갯벌체험장→마동방조제→왕포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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