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신도시’ 둔촌주공 주변 단지 리모델링 바람, 분당·평촌·산본… 1기 신도시로 열기 확산

    입력 : 2021.05.31 10:24:22

  • 서울 강동구 둔촌1동 170-1 일원에서 진행 중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린다.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둔촌주공을 둘러싼 욕망은 상당하다. 욕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받으려는 조합원의 욕망과, 한 푼이라도 싸게 받으려는 예비청약자들의 욕망이다.

    여기에 복잡한 부동산 규제, 조합원 간 내분까지 더해져 둔촌주공은 이주가 끝난 지 한참 되었음에도 아직 제대로 된 분양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둔촌주공은 HUG 측에서 분양가를 3.3㎡당 2978만원으로 제시하면서 분양 일정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에 분노한 조합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조합장이 사퇴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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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올해 들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일반분양가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3.3㎡당 약 5668만원으로 결정되자 조합원들은 환호를 쏟아냈다. 분양가상한제에 들어가더라도 HUG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분양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분양가심사위원회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가를 3.3㎡당 5668만6349원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HUG 심사를 통해 산정한 일반 분양가(3.3㎡당 4891만원)보다 무려 15.9% 높은 수치였다. 단연 역대 최고가였다.

    이는 HUG는 인근 아파트 분양가를 기반으로 가격을 정하지만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더한 금액을 기초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차이 때문이다. 가파르게 오른 택지비가 분양가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HUG 분양가 대비 훨씬 높은 가격으로 분양가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둔촌주공 입장에서는 바라봐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있다. 특별공급 물량의 존재 여부다. 부동산 시세가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어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그런데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특별공급 물량은 나오지 않는다.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것은 이견이 없다. 예비청약자들도 이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과거 평형 기준 25평,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지 여부다. 쉽게 생각해 3.3㎡당 분양가가 3600만원을 넘으면 전용 59㎡ 분양가가 9억원을 넘게 된다. 전용 59㎡ 일반분양 물량만 2000가구를 넘기 때문에, 여기서 특공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면 예비청약자 사이 원성이 거세질 게 분명하다.

    1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리모델링 승인을 받은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1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리모델링 승인을 받은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지난해 둔촌주공의 공시지가는 3.3㎡당 약 2910만원이었다. 올해 강동구 공시지가 상승률 9.85%를 적용하면 약 3200만원으로 훌쩍 뛴다. 여기에 기부채납률, 건축비, 가산비 등을 계산하면 3.3㎡당 적정 분양가는 37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이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둔촌주공은 엄연히 조합원들의 사유재산이지만 정부 입장에서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부동산 정책에 실패해 코너에 몰린 정부다. 조합원의 숫자는 적지만 둔촌주공만 바라보는 예비청약자 숫자는 훨씬 많다. 예비청약자 마음을 돌려야 표가 된다.

    가뜩이나 내년에는 대선이 걸린 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여당에 등 돌린 민심을 조금이라도 가져와야 할 판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둔촌주공 분양가가 3.3㎡당 3600만원 이하로 정해질 것이라 예측한다. ‘둔촌주공 워너비’들의 성난 민심을 거역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둔촌주공이 완공된 이후 예상시세가 송파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헬리오시티’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헬리오시티와 둔촌주공은 여러모로 닮았다. 둔촌주공이 완공되기 직전 최대 가구 수 단지 1위 자리는 헬리오시티가 차지하고 있다. 저층 가락시영을 헐고 지은 자리에 9510가구 아파트가 들어섰다.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호가는 최근 21억원을 전후로 형성돼 있다. 둔촌주공 완공 후 시세도 이에 필적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둔촌주공은 행정구역상 강동구지만 길 하나를 건너면 바로 송파구로 넘어가는 입지”라며 “전반적으로 헬리오시티에 비해 빠지는 게 없어 둘 시세는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둔촌주공 완공 후 전용 84㎡ 호가는 현 부동산 경기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바로 20억원부터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전용 84㎡ 일반분양가는 12억원 전후로 정해질 공산이 크다. 당첨되면 앉은 자리에서 8억원가량을 버는 로또 분양이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로또청약 당첨을 꿈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둔촌주공 일반분양 물량이 워낙 많아 예상보다 당첨 가점이 낮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것도 60점대 후반~70점대에서 커트라인이 결정되지 않을 거란 얘기지 당첨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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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촌현대,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뿐 둔촌주공에 쏠리는 관심이 워낙 크다보니 인근 단지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당연히 나온다. 둔촌주공 분양 시계가 빨라질수록 ‘꿩 대신 닭’을 노리는 시장의 움직임도 기민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둔촌주공 인접 단지를 눈여겨보는 사람들도 많다. 때마침 적잖은 단지가 둔촌주공 코앞에서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둔촌주공 완공이 가까울수록 주변 단지에 쏠리는 관심도 덩달아 커질 수 있다.

    지난 4월 말 둔촌동 둔촌현대3차(160가구)는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C등급으로 최종 통과했다. 이 단지는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과 달리 C등급 이상을 받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다. 둔촌현대3차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60가구에서 172가구 규모 단지로 재편된다. 2022년 말 이주가 목표다. 시공사는 효성중공업이다. 리모델링 이후 ▲71㎡ 7가구 ▲84㎡ 81가구 ▲94㎡ 12가구 ▲97㎡ 72가구가 들어선다. 9호선 급행역인 중앙보훈병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둔촌주공 단지까지 걸어서 3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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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 둔촌현대1차(498가구)와 둔촌현대2차(196가구)도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둔촌현대1차는 이주·철거가 진행 중이다. 6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공은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기존 498가구가 리모델링을 통해 572가구로 늘어난다.

    둔촌현대2차는 작년 10월 리모델링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리모델링 추진이 확정됐다. 전용면적 ▲72㎡ 40가구 ▲84㎡ 72가구 ▲97㎡ 84가구 ▲105㎡ 24가구 등 220가구가 들어선다.

    관건은 리모델링 이후에 둔촌주공과 비교해 시세가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 여부다. 둔촌현대3차의 경우 전용 69㎡ 평형이 낮게는 10억원 높게는 1억2000만원 선에 호가로 나와 있다. 이걸 전용 84㎡로 바꾸는 데 2억~3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아파트 전용 84㎡를 약 13억원에 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인접한 둔촌주공 동일평형 시세는 20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순 계산으로 같은 신축인데 옆 단지보다 7억원가량 더 싸게 주고 아파트를 사는 셈이다.

    하지만 대단지 둔촌주공과 리모델링 미니 단지 사이에 가격 격차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두 단지 모두 완공 이후 갭 차이가 얼마나 날지는 시장이 평가하는 것이라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헬리오시티 옆 단지에서 힌트는 얻을 수 있다.

    헬리오시티 바로 옆에는 206가구 규모의 송파동부센트레빌이 있다. 5월 기준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15억9000만~16억5000만원 선이다. 헬리오시티와 약 4억~5억원 차이가 있다. 송파동부센트레빌은 2004년 말 완공된 단지여서 리모델링으로 옷을 갈아입는 둔촌동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헬리오시티와 가격이 차이나는 이유 중 하나가 아파트 연식의 차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공 이후 둔촌주공과 둔촌리모델링 단지는 동일 면적 기준으로 4억원을 밑도는 선에서 시세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생각보다 리모델링을 통해 꽤 먹을 게 있다는 뜻이 된다.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은 서울 알짜단지, 1기 신도시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5월 15일에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1차아파트의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쌍용건설 컨소시엄(쌍용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은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공사를 따냈다. 컨소시엄은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전자투표 방식을 통해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1330명(전체 1631명) 중 96.7%(1286명)의 찬성표를 받아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1997년 준공한 이 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24층, 14개 동, 2064가구 규모다. 이 단지는 3개 층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지하 5층∼지상 27층, 14개 동으로 변신한다. 가구 수는 2373가구로 점프한다. 리모델링으로 증가한 309가구는 모두 일반분양 시장에 나온다. 기존 가구별 전용면적은 59㎡가 74㎡로, 84㎡ 가 104㎡로 늘어난다.

    리모델링에 따른 오랜 편견도 많이 희석되고 있다. 참신한 디자인이 나오면서 재건축 못지않은 쾌적함을 인정받고 있다. 가락쌍용1차의 경우 1층은 필로티 구조로 설계돼 다양한 조경 공간이 조성된다. 지하 5층까지 주차장이 들어선다. 주차 대수가 2022대에서 3590대로 늘어난다. 최상층에는 입주민을 위한 스카이 커뮤니티 3곳과 스카이 루프톱 가든 1곳이 들어선다. 컨소시엄은 쌍용건설이 지분 26%로 주간사다. 포스코건설 26%, 현대엔지니어링 25%, 대우건설 23% 등으로 구성됐다. 쌍용건설은 “공사비만 8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리모델링 사업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건설현장.
    둔촌주공 재건축 건설현장.
    ▶‘꿩 대신 닭’ 노리는 수요 늘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1기 신도시에서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성남시는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2월에는 1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가 리모델링 승인을 받은 바 있다. 1995년 준공된 ‘무지개마을4단지’는 기존 563가구에서 84가구 늘어난 747가구 규모로 옷을 갈아입는다.

    산본신도시에서는 우륵주공7단지가 5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맞이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지하 1층~지상 25층, 15개 동, 1312가구인 이 단지가 향후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3층~지상 25층, 17개 동, 총 1508가구로 탈바꿈한다. 단지명은 ‘e편한세상 산본 센터마크’로 정해졌다. 안양시 평촌 ‘목련2·3단지’도 지난해 리모델링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율곡주공3단지도 조합을 설립했다. 산본동 개나리13단지는 조합설립 동의율을 확보한 상황이다.

    평촌신도시에서는 호계동 목련2단지와 3단지가 효성중공업과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동신도시에선 한라마을3단지, 금강마을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상황이다. 일산신도시에선 주엽동 문촌16단지가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됐는데, 선정된 단지는 리모델링 방안, 사업성 분석, 세대별 분담금 산정 등의 컨설팅 용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대화동 장성마을2단지는 추진위를 설립했다.

    야탑동 매화마을2단지는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이미 받았다.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121가구가 늘어날 예정이다. 정자동 느티마을3·4단지,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 등도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좀 더 완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최근 들어 잇달아 재건축 안전진단 규정을 강화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해 재건축으로 인해 거두는 예상수익 상당수를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다. 다만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원하는 만큼의 분양가 산정도 어렵다.

    리모델링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재건축에 비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건물 뼈대를 남기고 짓기 때문에 추진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리모델링 사업 절차는 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 순이다. 재건축은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어야 추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15년 이상이면 된다. 또한 재건축은 주민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66.7%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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