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로드 드라이빙·차박의 즐거움 다 갖춘 픽업트럭… 포드·GM 미국산 아성에 쌍용차 스포츠&칸 도전장

    입력 : 2021.05.04 11:13:35

  •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픽업트럭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캠핑 카라반을 뒤에 연결하고 주행하는 픽업트럭을 목격하는 경우도 더는 생경하지 않게 됐다. 사실 그동안 픽업트럭은 레저용이라는 인식보다는 상업용으로 짐을 나르는 데 필요한 화물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취미로 오프로드 주행을 하거나 가족 간의 레저 활동을 위해 픽업트럭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은 한 가정에서 보유하는 여러 대의 차종 중에 꼭 소유하고 싶어 하는 차종으로 꼽힌다. 넓은 주차공간이 있고 미국 생활환경의 특성상 높은 활용도를 따져보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일반 가정에서 픽업트럭을 보유하는 것이 활성화되기에는 제약 조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차박 열풍과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 픽업트럭은 점차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2만3000여 대 수준이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소득 수준 향상과 레저 열풍에 힘입어 2020년 3만8000여 대를 기록하며 4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쉐보레 콜로라도를 시작으로 다양한 픽업트럭이 국내에 선보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은 픽업트럭 시장의 절대 강자인 쌍용차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쉐보레 콜로라도
    쉐보레 콜로라도
    쉐보레의 콜로라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프는 지난해 9월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선보였으며 포드코리아는 4월부터 ‘레인저 와일드트랙(Ranger Wildtrak)’과 ‘레인저 랩터(Ranger Raptor)’를 판매하고 있다. 쌍용차도 이를 의식한 듯 신형 스포츠&칸을 지난달 선보이며 시장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4월 12일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레인저 랩터 등 2가지 모델의 판매를 시작했다. 레인저는 전 세계 약 130개국에서 혹독한 기후와 지형 테스트를 거친 모델로 포드코리아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픽업트럭이다. 공식 출시에 앞서 포드는 3월 30일 인천 중구 을왕동에 레인저의 주행 성능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취재진을 초청했다.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코리아 대표는 이날 두 모델을 소개하며 “한 차원 높은 포드의 픽업트럭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승을 위해 신차인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레인저 랩터 두 모델이 준비됐다. 외관상으로는 두 모델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실제 랩터는 전장×전고×전폭이 5560×1870×2030㎜, 와일드트랙은 5490×1850×1870㎜로 두 차종의 크기는 눈으로 구분하기 힘들만큼의 차이였다. 레인저 렙터는 험난한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차량이어서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으며 와일드트랙도 오프로드에서 무난한 성능을 뽐냈다. 랩터는 퍼포먼스 서스펜션, 폭스 쇼크업소버, 고강도 배시 플레이트, 올터레인 타이어 등 오프로드에 적합한 기술과 기능을 탑재했다. 렙터는 최고출력 213마력과 51.0㎏.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랩터는 성인 남성 허벅지 굵기만 한 바위가 깔린 바위와 돌들이 깔린 경사구간을 액셀을 밟자 힘 있게 치고 올라갔다. 구간을 지날 때 덜컹거리는 느낌이 강하게 왔고 ‘시승차인데 차량 밑부분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동승한 테스트 드라이버가 “이 정도 밑에서 돌이 튀는 정도로는 차량에 거의 손상이 발생하지 않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해줬다.

    비포장도로인 곳에서 시속 80㎞까지 속도를 순간적으로 끌어 올려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내리막길에 이르자 HDC(경사로 주행 제어 장치)를 활성화하고 액셀과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라는 설명을 들었다. 액셀을 살짝 밟고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스스로 브레이크를 제어하며 속도를 유지한 채 내려올 수 있었다. 원심력을 이용해 달려야 하는 사면 코스에서는 자동차의 능력이 더 돋보였다. 랩터는 무게 중심을 차 하부에 실어 통과할 수 있었다. 수심 85㎝ 구간에서는 천천히 진입해서 일정 속력을 유지해서 달리라는 조언대로 진행하자 차체가 반쯤 물에 잠긴 상황에서도 민첩하게 해당 구간을 빠져 나갔다.

    와일드 트랙은 랩터와 마찬가지로 같은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모두 동일하다. 랩터보다는 일반 도로주행과 레저용으로 활용성이 높아 보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차로 유지 보조 등 차 내 첨단 기술이 장착돼 있다. 랩터로 주행했던 구간보다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코스를 주행했지만 오프로드 주행에서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성능을 보였다. 일부러 험한 오프로드 주행 코스를 즐기는 것이라면 실제 운행을 하면서 접하게 될 오프로드 조건 정도에서는 만족스러운 주행이 가능할 것 같았다.

    더 뉴 렉스턴 스포츠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캠핑족 급증하며 적재능력 큰 차 인기몰이 몇 년 새 국내 캠핑족 등 레저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간 활용성과 적재능력, 견인력 등이 우수한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기존의 SUV를 넘어 다목적 차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두 모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국내 판매 가격은 4990만원, 레인저 랩터는 6390만원이다.

    국내에서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는 면제되며, 취득세도 일반 승용차(7%)보다 낮은 5%다.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에 불과하다. 승용차가 아니기에 유지비가 낮은 장점도 구입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에 공식 출시된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도 픽업트럭의 성장과 함께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인도 가능한 300대 물량이 모두 소진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 이후 347대가 신규 등록됐으며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198대가 새롭게 등록됐다. 지프 관계자는 “출고되지 않은 차량을 포함해 누적 계약 차량이 800여 대에 달한다”며 “앞으로 월 100대 이상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래디에이터의 판매 시작가격은 7070만원으로 다른 픽업트럭과 견주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꾸준히 판매가 이뤄지는 것은 지프 브랜드의 마니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투사’라는 뜻의 글래디에이터는 2018 미국 LA오토쇼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1947년부터 1992년까지 반세기 동안 지프가 트럭을 생산하며 쌓아온 견고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2020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트럭’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전장·전폭·전고는 5600×1935×1850㎜로 픽업트럭 전문 브랜드 램의 ‘1500’과 섀시를 공유한다. 외관 디자인은 지프 랭글러와 흡사하다. 특유의 ‘7슬롯 그릴’을 유지했고 네모난 차체, 튀어나온 범퍼, 동그란 헤드램프와 범퍼, 깍두기처럼 네모난 차체 디자인을 갖췄다. 짐 후면에는 사각형 LED 테일램프가 지프 차종만의 멋을 뽐내며 측면에는 강철 록 레일(Rock Rail)이 장착돼 오프로드 주행 시 차체 손상을 막는다.

    짐을 싣는 트럭 베드는 1530×1450×450㎜다. 적재중량은 300㎏이어서 다른 픽업트럭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편이다. 불트럭 베드에는 롤업 소프트 토너 커버가 장착됐다. 베드 안쪽 좌우에는 LED 조명이 있고 각 모서리에는 고정용 고리가 설치됐다. 물론 230V AUX 파워 아웃렛도 있어서 캠핑 등 아웃도어 시 활용도를 높였다.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 오프로드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 오프로드
    글래디에이터의 오프로드 성능도 뛰어난 편이다. 경사가 급한 언덕을 오르내리거나 성인 무릎 위까지 오는 물도 거뜬히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40.7도의 진입각, 18.4도의 램프각(측면 기울기), 25.0도의 탈출각을 갖췄고 최저지상고는 250㎜, 최대 도하 깊이는 760㎜나 된다. 견인고리 장착을 위한 히치도 탑재돼 있다. 최대 견인력은 2721㎏으로 캠핑 카라반을 연결해 충분히 끌 수 있다. 장거리 여행에 도움을 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 탑재돼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운전이 가능하다. 다만 차선이탈 경보만 할 뿐 차로 유지는 되지 않는다.

    픽업트럭 시장에 수입차 열풍을 불러온 쉐보레의 콜로라도는 2019년 11월부터 판매가 진행돼 그 해 817대가 팔리며 흥행 돌풍에 시동을 걸더니 지난해에는 5215대가 판매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1~3월 판매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1000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콜로라도는 올 들어 석 달 동안 1119대가 신규 등록되며 지난해 1764대보다는 36.5%가 줄어들며 뒷걸음질친 모습이다.

    콜로라도는 특히 작년 9월에는 부분변경 모델인 리얼 뉴 콜로라도를 국내에 선보이며 픽업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익스트림(3830만원), 익스트림 4WD(4160만원), 익스트림-X(4300만원)에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Z71-X 트림(4499만원)을 추가했다. 쉐보레 브랜드의 오프로드 패키지를 표기하는 코드 Z71에서 이름을 따온 콜로라도의 상위 트림이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3.6ℓ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m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3.2t에 이르는 초대형 카라반을 견인할 수 있으며 첨단 트레일러링 시스템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무거운 짐을 적재한 상태에서도 최적화된 변속패턴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을 돕는 토·홀 모드(Tow·Haul Mode)가 기본 탑재되며 스웨이 컨트롤 기능이 포함된 스태빌리트랙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으로 고속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트레일러의 좌우 요동을 막아준다.

    기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강자인 쌍용차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법정관리 수준을 밟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이하 신형 스포츠&칸)을 내놓으며 픽업트럭 시장의 절대 강자의 위치를 고수하고자 하고 있다. 렉스턴스포츠는 지난해 3만3068대가 팔려 2019년보다 20%가량 판매가 줄어들었다. 올 들어 3월까지도 4391대가 팔리는 데 그쳐 작년 1~3월(6993대)보다 37.2% 감소했다.

    포드 레인저 랩터
    포드 레인저 랩터
    ▶쌍용차 스포츠&칸 반전 스토리 쓸 수 있을까? 하지만 지난 4월 5일 출시한 신형 스포츠&칸이 판매 첫날 1300여 대가 계약되며 반전의 스토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형 스포츠&칸은 2018년 스포츠, 2019년 칸 출시 이후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통합해 탄생한 부분변경 모델로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정통 픽업트럭의 터프하고 역동적인 스타일을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는 굵은 수평 대향의 리브를 감싸고 라디에이터그릴과 수직적 구성의 LED 포그램프가 육중한 차체를 안정감 있게 받쳐주는 절제된 형상의 범퍼와 조화를 이루도록 해 정통 픽업의 터프하고 역동적인 스타일을 연출했다. 칸 모델은 라디에이터그릴에 ‘KHAN’ 레터링을 각인하여 차별화를 더했다.

    오프로드 사이드스텝은 스텝폭을 간결하게 해 승하차 편의성을 높였다. 이강 쌍용자동차 디자인센터 상무는 “신형 스포츠&칸은 프로페셔널하게 일하고 여가 시간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즐기는 고객들이 꿈꾸던 라이프스타일에 함께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내면(주행)의 안전함에 눈으로 보이는 강인함과 튼튼함을 더해 디자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외관 컬러는 ▲갤럭시스 그레이 ▲아마조니아 그린 신규 색상을 포함해 ▲그랜드 화이트 ▲실키 화이트 펄 ▲스페이스 블랙 ▲마블 그레이 ▲아틀란틱 블루 ▲인디안 레드 등 총 8가지다. 고급 나파가죽 소재의 시트 등으로 구성된 내장컬러는 블랙과 브라운 인테리어 중 선택 가능하다.

    신형 스포츠&칸은 경쟁 모델과 달리 이용자가 용도와 수요에 따라 데크 스펙을 모델별로 선택할 수 있다. 칸의 데크는 스포츠(1011ℓ, VDA 기준)보다 24.8% 큰 압도적인 용량(1262ℓ, VDA 기준)과 75% 증대된 중량으로 최대 700㎏(파워 리프 서스펜션)까지 적재 가능하다. 다이내믹 5링크 서스펜션 모델은 500㎏까지 가능하다(스포츠 400㎏). 스포츠 모델의 판매 가격은 2439만~3345만원, 칸 모델은 2856만~3649만원이다.

    [서동철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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