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장기화로 달라지는 보험문화, 가입부터 청구까지 비대면… 마일리지 환급 봇물

    입력 : 2021.05.03 13:39:56

  •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허창욱 씨(40)는 최근 라이나생명에서 출시한 ‘아나필락시스쇼크진단보험’에 가입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급성 알레르기 면역질환의 하나다. 특정 음식을 먹거나 항생제나 백신 접종을 받았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쇼크가 발생하면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거나 혈압저하와 호흡곤란이 일어난다. 드물지만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허 씨가 이 보험에 가입한 것은 앞으로 예정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쇼크 등이 나타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허 씨는 “1년에 내는 보험료가 1560원에 불과한데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을 받으면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모바일로 가입하기 때문에 절차도 간편해서 커피 한 잔 안 마신다는 생각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조만간 끝이 보일 것으로 생각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백신 접종도 늦어지면서 올해도 과거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 사태는 전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패턴의 변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2021 광고 온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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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콕’으로 마일리지 특약 환급 늘어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최성현 씨(51)는 올해 자동차 운행거리가 5000㎞가 채 되지 않는다. 최 씨의 고향은 전주이고 이곳에 부모님과 친척들이 살고 있어서 코로나 이전에는 한두 달에 1번 이상 전주를 찾았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행도 잦아서 1년에 차량 운행거리가 최소 1만5000㎞는 됐다. 이 때문에 최 씨는 자동차보험 갱신 시 항상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했지만, 이를 통해 보험료를 환급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최 씨는 얼마 전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면서 8만원가량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누렸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언택트 문화가 일상화되고 지역 간 이동도 자제하는 등 우리 생활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자동차보험 이용과 관련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지난해 마일리지 할인 특약 조건을 충족해 보험료를 환급받은 계약 건이 2019년에 비해 30.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100만8082건이던 마일리지 특약 환급 건이 지난해 131만5095건으로 급증한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장거리 국내 여행이 줄면서 차량의 연간 주행거리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화재의 경우 연간 주행거리가 3000~1만2000㎞ 이하로 운행할 경우 4~32%의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3000㎞ 이하 운행 시 32%, 1만~1만2000㎞ 이하는 4%의 할인혜택을 받는다. 운행거리가 짧을수록 차량 사고 확률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이다.

    라이나생명 ‘아나필락시스쇼크진단보험’ 출시
    라이나생명 ‘아나필락시스쇼크진단보험’ 출시
    지난해의 경우 특히 40대 이상 가입자들의 마일리지 특약 환급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코로나에 대한 감염 우려가 높아 자동차 운행을 더욱 자제한 것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자동차보험의 비대면 가입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보험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다이렉트 채널을 이용했다. 2019년 53.1%에서 지난해 55.5%로 2.2%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71.1%와 72.1%로 다이렉트 가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는 20~30대 고객 10명 중 7명은 다이렉트 채널을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9년 대비 2020년의 20~30대 다이렉트 가입 증가율은 1%포인트 안팎이었지만 40대는 3.5%포인트, 50대는 4%포인트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존에 대면 채널을 통해 주로 가입했던 중장년층 고객들이 코로나로 대면이 어려워지고 디지털 활용에 대한 거부감도 줄면서 다이렉트 가입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60%는 모바일을 통해서 가입했다. 지난해 모든 연령대에서 모바일 가입 비중은 골고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특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모바일을 통한 가입 비중이 적었던 40~50대 가입자들의 모바일 가입 비중이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교보생명 ‘보험계약대출 스마트출금 서비스’
    교보생명 ‘보험계약대출 스마트출금 서비스’
    ▶확산되는 비대면 보험 관련 서비스 직장인 성현철 씨(38)는 교보생명 보험계약자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성 씨가 보험계약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면 가까운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는 PC나 모바일 등을 이용해 보험계약대출을 신청하고 원하는 은행계좌로 돈을 송금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가까운 편의점이나 지하철 ATM에서 보험계약대출을 현금으로 출금할 수도 있게 됐다.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을 신청하고 은행을 찾을 필요 없이, 집 근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 씨가 이용한 ‘보험계약대출 스마트출금 서비스’는 교보생명이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편의점이나 지하철 ATM에서 보험계약대출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교보생명 모바일창구’ 앱이나 ARS에서 스마트출금을 신청한 후 OTP(일회용 비밀번호)를 발급받으면 된다. 이후 가까운 편의점이나 지하철 ATM을 찾아 ‘포인트출금’과 ‘COATM’을 선택하고 생년월일과 OTP를 입력하면 현금을 수령할 수 있다.

    스마트출금 서비스는 전국 3만400여 개 편의점·지하철 ATM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 1회 최대 30만원 한도에서 출금이 가능하다. 출금을 신청한 후 5분 이내에 인출하지 않으면 자동 취소된다. 대출 시 발생한 이자와 수수료는 대출원금에 포함된다.

    삼성화재 ‘애니핏 2.0’ 출시
    삼성화재 ‘애니핏 2.0’ 출시
    과거 보험은 ‘인지산업(人紙産業)’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과 종이가 필수적이었다. 보험 영업을 위해서도 사람을 만나야 하고, 보험금 청구 때에도 사람과의 만남이 필수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서류를 작성해야 했으니 종이도 빠질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등장이 인지산업이던 보험업을 바꿔놓고 있다.

    생명보험 빅3(삼성·한화·교보) 회사의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8%가량 증가했다.

    손해보험업계도 11~12% 선이던 비대면 보험 가입 비중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14%대까지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PC나 모바일을 통한 보험금 청구 또한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서비스도 속속 등장 중이다.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레몬헬스케어는 비대면 방식의 실손보험금 간편청구와 모바일 제증명 발급 기능을 통합한 ‘청구의신’을 선보였다. 이 애플리케이션(앱)은 관련 증빙자료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복잡한 절차 없이도 국내 37개 생·손보사에 청구 관련 진료데이터를 전송해 비대면으로 실손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다. 또 모바일 제증명 발급 서비스도 탑재해 병원 방문 없이도 실손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모든 진료 증빙자료를 앱으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할 수 있다. 서류 발급을 위한 병원 방문이나 보험설계사 대면 없이도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것이다. 보험청구 이력 또한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레몬헬스케어는 현재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에 청구의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추후 전국 50여 개의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으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앱과 연동된 50여 개 병원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소멸시효인 3년 내에 속하는 모든 진료 내역이 한번에 조회된다. 다양한 병원의 진료 내역에 대해 손쉽게 청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보맵 디지털 완결형 보험관리 솔루션 ‘보장핏팅’
    보맵 디지털 완결형 보험관리 솔루션 ‘보장핏팅’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 ‘쏠(SOL)’에서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 서비스를 도입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다.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은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여러 회사 보험상품을 비교해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다. 철회나 해지 신청도 모바일에서 가능하다. 보험가입이나 설계를 원하는 고객은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최대 1분 만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알아서 맞춤 상품을 찾아 제시한다.

    현재 제공되는 보험상품은 저축보험과 보장성보험, 주택 화재보험, 여행자보험 등이 있다. 비교 대상은 제휴 보험사 15곳의 모바일 보험상품 31개다. 가입하고자 하는 보험 상품 선택 후 성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납입해야 할 보험료와 예상 적립액, 환급액 등에 대해 비교설계 서비스도 지원한다.

    인슈어테크 기업인 보맵은 이용자에게 부족한 보장을 채워주고 최적의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비대면 보험관리 솔루션 ‘보장핏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가 필요한 보험을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보험료 비교에서 보장비교, 보험추천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디지털 완결형 보험관리 솔루션이다.

    보험 본연의 역할인 위험 대비에 초점을 두고 질병·상해 발생 시 필요한 최소 비용, 적정한 보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한다. 보맵은 삼성화재 MG손해보험 DB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과 보장 범위를 중점으로 8개 상품을 선정하고 하나생명과는 이용자가 원하는 담보를 선택할 수 있는 ‘DIY암보험’을 함께 개발했다. 최근에는 DGB생명과 보장핏팅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세상간편정기보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에이스손해보험 ‘처브 라이프밸런스’
    에이스손해보험 ‘처브 라이프밸런스’
    ▶비대면 운동족들을 위한 헬스케어 앱 건강관리도 하고 보험료도 할인 받고 자영업자인 이숙현 씨(55)는 요즘 운동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남편으로부터 선물 받은 애플워치를 손목에 차고 가까운 공원을 매일 뛰어다니는 것이다. 하루에 1만2000보 걷기를 목표로 정했는데, 여기에 미달한 날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더 운동을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이 씨는 근처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감염 위험 때문에 운동을 중단했다. 이후 야외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지만 피트니스센터만큼 재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에 본인이 가입한 삼성화재의 헬스케어 앱 ‘애니핏’을 연동하자 운동 재미가 쏠쏠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과도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니핏은 매월 15일 이상 걸음걸이 1만 보 달성 시 다음달 보장보험료의 15%를 애니포인트로 준다. 8000보를 달성할 경우 10%, 6000보만 달성해도 5%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적립된 포인트는 삼성화재 애니포인트몰에서 각종 물품과 서비스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개인용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과 장기보장성보험의 보험료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어 그만큼 보험료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에이스손해보험도 최근 사용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 앱인 ‘처브 라이프밸런스’를 선보였다. 이 앱은 하루 5000보 걷기와 같은 활동 목표뿐 아니라 간식 끊기, 탄산음료 줄이기와 같은 영양 목표, 명상이나 적정 수면 시간 지키기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목표 등 다양한 건강 목표를 설정하면 코칭을 통해 목표 달성을 돕는다. 걷기뿐 아니라 요가·수영·복싱·명상 등 115가지 이상의 다양한 활동을 추적·기록할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건강 챌린지에 참여하거나 서로의 활동을 공유할 수도 있다. 핏빗과 스트라바, 가민 등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 앱과도 연동이 가능하다. 특히 에이스손해보험 고객은 건강 노력과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지급된 포인트는 커피·주유·마트 등의 모바일 상품권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한화생명 ‘LIFEPLUS 운동하는 건강보험’ 출시
    한화생명 ‘LIFEPLUS 운동하는 건강보험’ 출시
    한화생명은 헬스케어 앱과 연동한 건강증진 보험 상품도 출시했다. 최근 출시된 ‘LIFEPLUS 운동하는 건강보험’은 걷기를 포함해 러닝·수영·등산·사이클 등 총 5가지 종목을 애플워치 또는 갤럭시워치로 측정하고,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량을 반영해 건강관리활동 기준을 달성하면 다음달 보험료를 최대 25%까지 60개월까지 할인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걸음 수로는 하루 평균 7500보 이상을 한 달간 걸으면 된다.

    특히 걷기 이외에 러닝·수영·등산·사이클 항목은 운동거리를 기반으로 걸음 수로 환산해 반영한다. 따라서 고객들은 단순 걷기뿐 아니라 원하는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건강관리를 하고 보험료도 할인 받을 수 있다. 보험료 할인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애플워치 또는 갤럭시워치로 측정된 운동량을 한화생명 ‘HELLO’ 앱에 인증하면 된다. 이후 한 달 동안 건강관리기준을 달성하면 보험료 할인 메뉴가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메뉴를 간단히 클릭하면 보험료 할인 신청이 완료된다. 이 상품은 최대 110만원까지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이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으로 할인 받을 수 있는 업계 평균인 1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승훈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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