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땅 8만원에 샀어요” 가상현실서 땅 투자까지… Z세대 온라인 놀이터 ‘메타버스’ 300조 시장 된다

    입력 : 2021.04.05 15:05:00

  • 중학교 1학년 김지윤 양은 요새 집 밖으로 나가서 놀지 않은 지 꽤 됐다. 대신 가상공간 ‘제페토’에서 논다. 김 양은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에게 직접 사인을 받았다. 블랙핑크가 찍은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세트장에서 직접 셀카도 찍었다. 모두 제페토에서 이뤄진 일이다. 김 양은 “요새 학교에서 제페토 안 하는 친구는 없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친구들과 모두 제페토에서 만났다”며 “블랙핑크 언니들 사인회도 갔는데, 방탄소년단 오빠들도 사인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Z세대(1997년 이후 출생한 세대)의 온라인 놀이터가 되고 있다. Z세대의 놀이터로 시작한 가상세계 열풍은 가상세계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가상 수집카드 외 가상지구 등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상징물들이 줄줄이 나오는 모습이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AR 기반 3D 아바타 앱 ‘제페토’가 대표적인 놀이터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전 세계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가상공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제페토는 메타버스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2018년 출시 이후 올해 2월 기준 제페토 가입자 수만 2억명을 돌파했다. 특히 지역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제페토 전체 서비스 이용자의 90%가 해외 이용자이고, 연령대 기준으로 보면 전체 이용자의 80%가 10대다.

    사진설명
    제페토는 2018년 첫 출시 때 아바타를 생성하고 옷을 입히는 인형 놀이 수준이었다. 이후 2019년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소셜 미디어 성격으로 바뀌었다. 업그레이드 버전에서는 아바타끼리 친구를 맺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더욱이 제페토는 네이버의 AR 기술을 활용해 자기 사진으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꼽히는데, 1000개가 넘는 표정까지 지원한다.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아바타가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10대들이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공략했다.

    이후 제페토는 현실에서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를 가상공간에 직접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용자가 제페토의 가상 월드인 ‘제페토 월드’ 안에서 스타와 사진을 찍거나 스타의 방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페토는 지난해 9월 블랙핑크가 신곡 ‘아이스크림’을 선보이자, 캐릭터가 방문하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무대를 3D 맵으로 구축하기도 했다.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가상 팬사인회에는 무려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다녀갔다.

    또 제페토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자사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와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구찌가 먼저 공개한 버추얼 컬렉션은 조회 수만 300만을 넘었다. 제페토 관계자는 “제페토에서는 다양한 IP들을 활용해서 협업해왔고, 구찌와의 협업 같은 컬래버는 지속될 예정이다. 마케팅을 위한 기업들의 공간 사용, 공공기관의 홍보목적 공간 창출 등 이슈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제페토를 제외한 대표적인 메타버스 사례로는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개발해 서비스 중인 ‘포트나이트(Fortnite)’의 3D 소셜 공간 ‘파티로얄’을 꼽을 수 있다. 파티로얄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는 공간이 아니다. 아바타로 다른 이용자와 함께 콘서트, 영화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에픽게임즈는 2020년 이 공간에서 트래비스 스콧, DJ 마시멜로 등 유명 래퍼의 콘서트를 진행했다. 트래비스 스콧 공연에는 1230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가상 공연의 매출만 2000만달러(약 226억원)에 달했는데, 가상 공연은 이후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매출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세계에서의 음원 이용률도 25%나 상승했다.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도 파티로얄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과 동시에 흥행에 성공한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도 메타버스 산업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직후 기준가 대비 54%가 오르면서,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를 확인했다.

    SM의 새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자신의 아바타인 아이카리나.
    SM의 새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자신의 아바타인 아이카리나.
    2014년 설립된 로블록스도 제페토와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직접 아바타가 돼서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게임 플랫폼이다. 코로나19로 등교를 못 하게 된 미국 초등학생들 사이서 유행을 끌기 시작했다. 전 세계 1억5000만 명이 즐기는 이 게임은 미국의 16세 이하 청소년의 3분의 1이 이용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10대들이 매일 156분에 로블록스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54분 유튜브와 35분 인스타그램을 크게 밀어내는 수준이다.

    로블록스는 일종의 ‘게임계의 유튜브’라고 불리는데, 로블록스에 접속한 사람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어 올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게임을 즐기면서 아이템을 구매하면 게임 안의 가상화폐가 쌓인다. 쌓인 화폐는 실제 현금으로 인출가능하다. 현재 어드벤처, 역할놀이, 액션슈팅 등 4000만 개 이상의 게임을 로블록스에서 즐길 수 있다.

    자신의 얼굴 사진을 기반으로 아바타를 생성하는 제페토와 달리 로블록스의 아바타는 레고 모양이다. 이와 비슷한 레고와 같은 아바타를 보유한 게임은 바로 한국의 ‘마인크래프트’인데, 지난해 5월에는 청와대서 어린이날을 기념해 ‘어린이날 청와대 랜선 특별 초청’ 행사를 마인크래프트로 구현됐다. 청와대와 대통령, 영부인이 직접 마인크래프트로 구현돼 10대 아이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낮췄다.

    엔터업계도 신선한 메타버스 실험을 시작하면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는 멤버 네 명과 이들의 아바타로 구성돼 있다. 멤버 네 명은 현실세계에서 활동하지만, 멤버들의 모습을 본 떠 만든 아바타는 가상세계에서 활동한다. 에스파는 현실과 가상을 오가면서 활동한다. 데뷔 곡 ‘블랙맘바’는 공개 51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를 기록했다.

    SM이 기획한 에스파 멤버 4명의 아바타는 이 걸그룹만의 웅장한 세계관을 구축하며 자신들만의 IP를 만들어간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는 지난해 말 제1회 세계문화포럼에서 “에스파는 셀러브리티와 아바타가 중심이 되는 미래 세상을 투영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의 그룹”이라며 “그룹 안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그러나 각각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등 다채롭고 파격적인 방식의 활동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서 메타버스 세계로의 접속권을 부여하는 VR·AR 혼합현실 관련 도구의 대중화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으로 이 같은 혼합현실(XR) 시장에 사활을 거는 기업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합리적인 가격대(299달러)의 ‘오큘러스 퀘스트2’ 등 VR 헤드셋을 출시했고, 올해 안으로는 장소와 관계없이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AR 글라스 ‘아리아’도 출시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현재 214조6000억원(약 1900억달러)으로 추정되는 메타버스 관련 산업은 오는 2025년엔 316조원(약 2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세계인 ‘3D 제페토 월드맵’에서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에서 제품을 직접 착용해보고 다른 이용자와 만나 소통할 수도 있다.
    가상세계인 ‘3D 제페토 월드맵’에서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에서 제품을 직접 착용해보고 다른 이용자와 만나 소통할 수도 있다.
    ▶온라인 예술품 가치 생긴다… 디지털 그림 10점 가격이 65억원!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경매 시장에 내놓은 트위터의 첫 게시물 입찰가가 250만달러(약 31억원)까지 올라갔다. “지금 내 트위터를 설정하고 있다(just setting up my twttr)”고 쓴 게시물은 도시 CEO가 2006년 3월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처음으로 올렸다. 특히 이 게시물은 온라인 경매에 대체 불가능 토큰인 ‘NFT’ 거래방식으로 내놓은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란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반 진품 보증서다. 구매자는 디지털 토큰 형태로 디지털 예술품과 비디오 소유권, 게임 아이템 등을 거래할 수 있다. NFT는 안정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갖췄다. NFT가 적용된 토큰이 각각 고유한 값을 지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가 담긴 ‘메타데이터’와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타임스탬프’가 합쳐져 고유한 토큰값이 생성되는 형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거래소에서 화폐를 담아두는 개별 지갑은 별도로 주소가 존재하지만, 다른 비트코인과는 동일한 가치로 값이 매겨진다. 하지만 NFT는 일종의 ‘가상 수집카드’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각각의 수집카드마다 가치가 다르다. 트위터 CEO의 첫 트위터 게시글, 노래가 담긴 디지털 그림, 르브론 제임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등 어떤 콘텐츠가 NFT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

    대중들의 레이더 밖에 있던 NFT는 최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아내 그라임스의 디지털 그림 판매 대금 덕에 꽤 알려졌다. 그라임스는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그림 10점을 무려 580만달러(약 65억원)에 팔았다. 작품이 완판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분이었다. 그라임스가 온라인 경매에 올린 디지털 그림 컬렉션 10점의 제목은 ‘워 님프(War Nymph)’였다. 공개된 작품에는 날개 달린 아기 천사가 행성 주위를 도는 모습과 함께 그라임스의 노래가 배경으로 깔려 있는 그림이 포함돼 있다. 그라임스는 작품 속 아기 천사가 ‘신창세기의 여신’이라고 설명했다.

    미국프로농구(NBA)가 농구를 테마로 한 수집품 판매 NFT 플랫폼 ‘NBA탑샷’은 NFT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최근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은 20만8000달러(약 2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댑레이더에 따르면 NBA탑샷은 지난 2월 전체 NFT 시장에서 판매된 물량의 65%를 차지했고, 매출액만 2억2500만 달러(약 2540억원)가 훌쩍 넘었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류 게임 중에서도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월간 사용자 수 1억50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3분의 1이 16세 미만 청소년이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류 게임 중에서도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월간 사용자 수 1억50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3분의 1이 16세 미만 청소년이다.
    이 밖에도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클 빈켈만)’이 만든 10초짜리 비디오 클립 NFT는 지난 2월 NFT 거래소에서 660만달러(약 74억원)에 팔렸다. 최초 판매 가격은 6만7000달러(약 7560만원) 수준이었다.

    NFT 시장은 최근 메타버스와 가상자산 등 관심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NFT 분석 사이트 논펀지블닷컴 등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달러가 쓰인 NFT 거래량은 2019년 6286만달러(약 709억원)에서 2020년 2억5085만달러(약 2832억원)로 4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NFT 시장은 올해 들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출시된 NFT 중 상위 3개 토큰의 2월 판매액은 무려 3억4200만달러(약 3861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 7100만달러(약 88억원)에서 43배나 높아진 수치다.

    NFT 시장이 나날이 커지는 데 대해 업계 관계자는 “NFT를 거래하는 메타버스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받으려면 비싼 가격에 NFT를 사서 과시해야 하고, 그래야 자신이 더 특별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 감성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고가에 NFT를 거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지구에 투자를… 가상지구서 “강남 땅 8만원에 샀어요” 가상 아바타 월드, 가상화폐, 가상 수집카드에 이어 지구를 그대로 복제한 가상공간도 출몰했다. ‘Earth2.io’는 온라인 공간에 구현한 ‘가상지구’다. 가로세로 10m 크기의 타일로 지구를 나눠서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이곳에서 전 세계 유명 도시와 대표 유적지들을 구매할 수 있다.

    워싱턴과 뉴욕 등 북미, 파리와 로마 등 유럽, 한국의 서울 등 전 세계 지역의 땅을 구매할 수 있는데, 유명 지역들은 이미 작년 말에 비해 수십 배 가격이 올랐다.

    땅을 구매한 30대 김민규 씨는 “초창기 가상화폐 거래소가 막 출현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온라인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코인을 거래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았나. 근데 지금 비트코인 하나에 5000만원이 넘는다”며 “미래에는 이곳 가상지구의 땅 가격도 폭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국내 사용자는 2020년 12월 8만원에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포함해 주변 땅들을 모조리 사들였는데, 현재 사들인 곳의 가치가 400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와 달리 가상지구에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Earth2 거래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플랫폼이 갑작스럽게 닫혀도 투자 자산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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