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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형 파우치형 원통형…배터리 모양 전쟁 불붙었다 [science]
입력 : 2021.03.26 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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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각형 배터리는 안전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지만 한 번 배터리를 충전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양을 의미하는 에너지 밀도는 다소 떨어진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면 그만큼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파우치형 배터리는 안전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다. 그만큼 한 번 충전으로 각형 배터리보다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차이는 두 배터리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알루미늄 캔으로 패키징된 각형 배터리는 크기는 훨씬 크지만 구형 휴대폰에 사용되던 착탈식 배터리와 외관이 유사하다.
각형 배터리 내부에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쌓은 뒤 돌돌 말아 만든 '젤리롤'이 들어 있다. 젤리롤은 배터리의 중간 단계로, 젤리롤이 들어 있는 캔에 전해액을 주입한 뒤 숙성시키면 배터리가 된다. 젤리롤을 사용하는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공정 단계 수가 적어 대량 생산에 용이하다.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한 번 충전했을 때 주행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각형 배터리 케이스는 사각이지만 젤리롤은 원형이어서 내부에 공간이 많이 남는다는 점도 있다. 또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케이스로 인해 무게가 많이 나가고 열 방출이 어려워 냉각 장치를 별도로 달아야 한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장점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는 것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젤리롤을 사용하지 않는다.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층층이 쌓아 내부를 채운다. 이후 양·음극 전극을 파우치에 얹어 접착시키고 파우치 안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식으로 만든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소재를 쌓아 올리는 형태로 공간을 빈틈없이 꽉 채울 수 있다.
배터리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점도 파우치형 배터리가 가진 경쟁력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각형 배터리와 달리 외관이 단단하지 않다. 쌓아 올린 소재를 필름 소재의 주머니(파우치)가 감싼 형태여서 겉면이 단단하지 않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다양한 크기로 만들 수 있고, 접기도 쉬워 L형 등으로도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배터리를 만들기에 용이하다. 대체로 얇고 넓어 상대적으로 무게도 가볍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단점은 이런 내부 구조로 인해 대량 생산 때 각형 배터리에 비해 불리하다는 것이다. 우선 소재를 쌓아 올리는 공정이 둘둘 마는 것에 비해 돈이 많이 든다. 전해액을 주입한 뒤 마감하는 과정에서 소량의 가스가 나와 가스 제거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사각과 파우치형 외에 원통형 배터리도 있다. AA 혹은 AAA 규격 건전지와 유사한 모양이다. 건전지를 전기차용으로 크기만 키웠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통형 배터리는 규격화된 사이즈를 갖고 있어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쉽다. 부피당 에너지 밀도도 높은 편이다. 전기차의 아이콘 테슬라 전기차가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한다.
단 원통형 배터리는 대형으로 만들기 어렵다. 소형으로만 제작할 수 있어 전기차에 탑재될 땐 다수의 원통형 배터리를 하나로 묶어 집어넣어야 한다. 이 같은 형태를 '배터리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배터리 개수가 많을수록 시스템 구축 비용이 올라간다. 즉 원통형 배터리는 개별 가격은 저렴하지만 전기차용 시스템으로 만들면 비용이 확 올라간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개발하고 있는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이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셀이 모인 모듈, 모듈이 모인 팩으로 구성된다. 셀투팩 기술은 모듈을 생략하고 셀에서 바로 팩으로 이어지는 기술이다. 배터리팩 내부에 셀이 아닌 전선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지만 CATL은 셀투팩 기술을 사용해 약 18% 수준까지 낮춰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에도 젤리롤이 아닌 적층 방식을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테슬라는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소형 원통형 배터리를 지름 46㎜, 길이 80㎜로 확 키운 '4680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개별 배터리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높이는 등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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