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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음食經제] 만두의 원조가 중국? 中 기원설의 허구와 진실
입력 : 2021.03.11 1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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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는 김치의 원조가 중국이라고 주장한다는데 이것저것 모두가 중국이 원조고 최초라는 국뽕적 발상, 소아병적 사고에는 일일이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본다. 다만 말이 나온 김에 이른바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 세계로 퍼졌다는 음식들, 이를 테면 만두나 국수, 두부 같은 음식의 원조가 진짜 중국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만두의 기원이다. 과연 중국이 원조일까? 한국과 중국,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만두를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이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만(南蠻) 정벌을 끝내고 돌아올 때 남만 포로의 목숨을 구하려고 만든 음식이라는 것이다. 근거는 소설 삼국지, 즉 <삼국지통속연의>의 내용이 바탕이다. 폭풍우를 잠재우기 위해 사람머리를 강물에 던져 제사를 지내는 대신 밀가루를 사람머리 모양으로 반죽해 바쳤더니 강물이 잔잔해졌다는 것이다. 만두를 둥글게 빚는 이유이고 만두라는 이름 또한 제물로 바쳐질 뻔했던 남만(南蠻)인의 머리에서 유래해 만두(饅頭)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 상식으로 알고 있는 만두의 유래, 과연 사실일까? 당연히 아니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는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다.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나관중의 창작일 뿐인데 물론 나름 근거는 있다. 삼국지가 쓰이기 약 200년 전의 송나라 때 고승이 쓴 <사물기원>이라는 책에 근거가 나온다. 패관소설에 만두는 삼국 촉나라의 제갈공명이 남쪽 오랑캐의 머리를 대신해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다고 적혀있다. 패관소설은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그러니 송나라 때 민간에 구전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나관중이 끌어다 삼국지에 썼던 것인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기정사실화됐다.
해석하면 음의 기운인 겨울이 가고 양의 기운인 봄이 시작되는 날인 설날에 만두로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음복으로 나누어 먹었다는 뜻이다. 언제부터 설날 만두를 빚었고 또 만두가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무렵 만두 관련 역사 기록이 <진서(晉書)>의 ‘하증전’에도 나온다. 진나라 사람 하증은 엄청난 부자로 음식 사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찐떡(蒸餠)을 먹을 때 윗부분이 열 십(十)자로 갈라지지 않으면 아예 입에 대지를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찐떡이라고 옮긴 증병은 쌀가루가 아닌 밀가루를 찐 것으로 윗부분이 열십자로 갈라졌다는 것은 발효가 제대로 된 밀가루 떡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소를 넣지 않고 찐 만두, 이른바 중국식 만터우다. 참고로 하증은 삼국시대 제갈공명이나 병부를 쓴 진나라 속석과 같은 시대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만두를 제갈공명이 발명하지는 않았지만 제갈공명이 살았던 3세기 무렵에 만두가 집중적으로 발달한 것은 보인다. 그러면 만두의 종주국은 3세기 무렵의 중국일까? 만두를 밀가루 반죽, 혹은 밀반죽 안에 다양한 소를 넣고 쪄서 먹는 음식이라고 정의한다면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지구촌 대부분 나라에서 만두를 먹는다. 중국, 한국, 일본은 물론 몽골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이탈리아에서도 먹는다. 세몰리나 밀가루에 치즈를 넣어 빚은 이탈리아 라비올리도 분명 만두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중국 국수를 마르코 폴로가 이탈리아에 전한 것이 스파게티의 뿌리라는 주장처럼 3세기 중국에서 시작된 만두 역시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던 것일까? 만두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널리 퍼져있는 것이 중국 기원설이다. 물론 주로 중국에서 주장하는 이론이다. 하지만 반대 학설도 만만치 않다. 만두는 중앙아시아에서 발달해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설이다. 중국 기원설과는 정반대되는 이론이다. 만두가 어떻게 세계로 퍼진 것인지와 관련해 주목해 볼 부분이 있다. 바로 여러 나라에서 부르고 있는 만두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만두를 만터우(Mantou)라고 부른다. 최초의 기록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3세기에 쓰인 속석의 ‘병부’라는 시에 나온다. 참고로 병부에는 지금의 한자인 만두(饅頭)가 아닌 만두(曼頭)로 적혀 있다. 여기서 만(曼)은 ‘끌다’ ‘늘이다’라는 뜻과 함께 ‘아름답다’는 뜻도 있다. 어쨌든 중국에서는 만두를 만터우라고 하는데 주변 여러 나라에서도 만두를 부르는 이름이 아주 비슷하다.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원래는 독립국이었고 예전에는 서역으로 불렸던 위구르에서는 만두를 만타(Manta)라고 한다. 중국 북방에 살던 부족으로 역시 서역에서도 활동했던 타타르에서는 만투(Mantu)다. 조금 더 서쪽으로 가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만티(Manti), 아프가니스탄은 만투(Mantu), 흑해 부근인 코카서스와 터키에서는 만두를 만티(Manti)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언급한 나라들은 모두 옛날 로마와 페르시아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고대 교역로였던 실크로드에 있는 나라들이다. 참고로 실크로드의 연장선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만두(Mandu) 일본은 만주(Manju) 그리고 네팔과 티베트는 모모(Momo)라고 한다. 실크로드를 기준으로 주변 국가의 만두 이름이 모두 비슷한 까닭이 무엇일까?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두가 전해지면서 이름까지 함께 전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다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3세기 이래로 중국 만두가 실크로드를 타고 서역으로 전해지면서 만티, 만투로 변했을 가능성, 또 다른 하나는 서역 음식이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만두가 됐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중국의 만터우는 서역의 만투나 만티를 한자로 음역한 것일 수 있다. 끌다, 늘이다, 혹은 아름답다는 뜻으로 새기는 만(曼)자를 쓴 것도 밀가루 반죽을 늘여서 만든 음식이었기 때문이거나, 혹은 3세기 이전에는 중국에서 밀가루로 만든 만두가 귀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음식이었기 때문에 쓴 한자일 수도 있다. 사실 만두가 중국에서 만들어져 서역으로 퍼졌는지, 혹은 서역 음식이 중국으로 전해져 만두로 거듭 발전했는지, 정설은 없다. 다만 만두가 중국에서 만들어져 세계로 퍼졌다는 중국 주장과는 달리 서역 음식이 중국에 전해져 만두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첫째 밀의 원산지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이다. 지금의 시리아, 이라크, 이란 일대다. 이곳의 밀이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에서 중원으로 전해졌다. 사마천의 <사기>나 반고의 <한서> ‘서역열전’을 보면 밀은 기원전 1세기 한 무제 이후부터 중국에 본격적으로 전해진다. 기원전 2세기 로마제국에서는 이미 밀을 갈아 만든 다양한 빵을 먹었지만 중국에서는 만두가 3세기 무렵부터 등장한다. 이렇게 시차가 나는 이유는 밀이 사막을 거쳐 먼 길을 지나 중국에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과학사학자들은 밀을 갈아서 밀가루로 만드는 맷돌과 물레방아를 이용하는 제분 기술 역시 서역을 통해 중국으로 전해진 것으로 본다. 밀의 전파 과정 및 경로와 일치한다. 그런데 이렇게 전해진 밀과 제분기술로 만든 만두가 3세기 때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서역으로 역수출됐다고 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그것보다는 만두 같은 음식 역시 밀·제분기술과 함께 서역에서 중국으로 흘러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이를테면 만두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경로도 사실 중국이 아닌 서역을 통해서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만두는 <고려사> ‘효우열전’에 나온다. 고려 명종 때 귀화한 거란인이 만들었다. 이후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지만 최초로 만두를 전한 것은 중국이 아닌 서역과 연결되는 거란이었다. 만두가 중국에서 크게 발달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만두의 원조가, 종주국이 중국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윤덕노 음식평론가]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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