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되는 법률이야기] 골치 아픈 세금 문제 절세 효과 찾아 틈새 노려라

    입력 : 2021.03.09 13:55:39

  • 최근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규제가 많아지면서, 아예 집을 자녀들에게 이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양도세나 증여세를 적게 내고도 문제 없이 이전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데, 사실 사정이 모두 다르고 또 관계되는 세제나 규제들도 다양하다 보니 일반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례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미리 얘기하고 싶은 점은, 이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가 실제로 이를 적용하여 세금을 줄여볼 수 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법이라는 것이 서로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의외의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진설명
    A씨는 2010년 3억원에 구입한 아파트를 2015년 6억원에 자녀인 B씨에게 매도했다. A씨는 B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 아파트 등기명의를 B씨 앞으로 이전했다. 이 매매계약에 따르면, A씨는 3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은 셈이지만, 기한이 지나도록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고, 결국 세무서에서는 A씨에게 양도소득세 납부를 고지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양도소득세 부과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A씨는 B씨와 체결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해제란 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법률행위로서, 그 내용은 민법에 규정되어 있다. 즉, 계약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해제는 쌍방 당사자들이 합의를 해서 할 수도 있고(합의해제), 법에서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할 수도 있다(법정해제).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매도인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A씨도 재판에서 B로부터 계약금 6000만원만 받았고,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못 받았기 때문에 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하였고, 이러한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졌다.

    과연 이 사건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대법원은 일관되게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 앞으로 미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매수인이 잔대금 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면, 위 매매계약은 그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양도로 인한 소득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양도소득세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매도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인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A씨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원래 해제를 하면 쌍방 당사자들에게 원상회복을 할 의무가 생긴다. 매매계약의 효력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민법 제548조도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받은 것이 있으면 매수인에게 돌려주어야 하고, 매수인도 등기를 이전받았거나 부동산을 인도받았으면 모두 매도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B씨는 A씨에게 아파트를 되돌려 주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A씨도 B씨에게 아파트를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다 보니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는데도 계속하여 B씨 앞으로 아파트 등기명의가 남아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B씨 입장에서는 6000만원만 지급하고, 6억원 상당 아파트를 취득한 셈이 되었다.

    그럼 B씨는 증여세를 내야 할까. 실제 이 사건에서 증여세는 문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은 증여세에 대해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거래를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이 사건에는 매매계약이라는 자산이전 원인이 있었는데, 매매는 대표적인 유상계약이다. 단지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여세 부과대상인 무상 자산이전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들에게 실제로 매매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과세관청 입장에서 A·B씨에게 실제 매매를 한 것인지, 또는 매매의사가 없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B씨는 등기상 소유자이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법적으로 소유자는 아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대법원은 해제에 “물권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해제하면 등기를 말소하지 않더라도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돌아가고 매수인 명의로 남아 있는 등기는 무효가 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B씨가 이 아파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은 해제에 대해 원상회복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다. 즉 B씨가 아파트에 대한 처분행위를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그 행위의 효력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B씨는 이 아파트에 전세를 놓을 수도 있고, 담보로 돈을 빌릴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제3자에게 팔 수도 있다.(다만 대법원은 해제 이후에는 ‘선의의’ 제3자만 보호된다고 했다. 해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과의 거래만 유효하다는 뜻이다.)

    사안 자체는 간단하지만, 민법·세법의 법리가 얽혀 있다 보니, 생각해볼 만한 거리가 많은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보면, 이 사례와 같이 여러 법리들이 얽히면서 예상하기 힘든 결과가 나오는 사건들이 종종 있다. 과세관청에서는 이러한 빈틈을 없애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 반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계속 절세를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법과 제도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골치 아픈 법률 문제를 만났을 때, 또는 미리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에서 다각도로 검토해 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준섭 김앤장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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