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 규제 조이니…탄소배출권 가격 사상 최고

    입력 : 2021.02.05 17: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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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38유로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38.08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이산화탄소 1t을 추가 배출하려면 기업이 38.08유로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전날 6.5%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6.8% 오르며 이틀 동안 1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말 이후 가장 급격한 상승세다.

    가격 폭등은 3~4일 폴란드에서 열린 탄소배출권 경매에서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시장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사들이면서 발생했다.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을 예상한 일부 투자자들의 공매도 물량 상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매수세가 집중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최근 몇 달 동안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무려 66% 폭등했다. EU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배출권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와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가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태양광·풍력·조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 레드쇼 어드바이저스의 톰 로드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강세장 흐름이 다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EU 배출거래시스템(ETS)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수년 안에 t당 50유로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석유 관련 헤지펀드 매니저 중 한 명인 피에르 앙뒤랑이 속한 헤지펀드의 한 분석가는 EU ETS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해 t당 100유로까지 뛸 수 있다고 믿는다고 이번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EU가 유럽 기업들의 높은 비용 부담을 의식해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에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추가로 주면 탄소배출권 가격은 하락할 수도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일부 구매자들이 최근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세가 꺾일 것을 기대하며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EU ETS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최근 랠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9월과 11월 사이에 약 25% 하락한 바 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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