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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아마존, 韓깻잎 농부와 손잡았다…이유는
입력 : 2021.02.05 13: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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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군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한 고령의 농부에게 문자 메시지가 날라왔다. '곧 소나기가 내릴 예정이니 환기막을 닫아주세요.' 농부는 스마트폰에서 '환기막 닫음' 표시를 누른 뒤 한숨 돌렸다. 오후 늦은 시각 다른 문자가 날라왔다. '오늘 밤 온도가 급강하할 예정이니 보온막을 쳐주세요.' 그는 이번엔 '보온막 닫음'을 누르고는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국내 최대 깻잎 산지인 금산에 있는 농부들이 꿈꾸는 삶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깻잎은 다른 농사에 비해 손이 많이 가기로 유명한 작물이다. 깻잎은 온도와 습도 관리를 섬세하게 해야 하는 데다 조금만 실수해도 병해충이 잘 생긴다. 금산이 전국 깻잎 생산량의 42%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로 성장한 것은 그만큼 농부들이 많은 땀을 흘렸다는 뜻이다. 더구나 금산 깻잎 농가는 다른 곳보다 농가당 규모가 작고 고령자 비중이 높다. 갑자기 비가 내리거나 밤 기온이 급강하하면 언제라도 비닐하우스로 뛰어가야 하는 일이 제일 고역이다.
그런데 금산 깻잎 농가들이 이제 세계적인 IT기업인 미국 아마존의 도움으로 농사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같은 ICT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비닐하우스 설비를 자동화하고, AI를 활용해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깻잎 농부의 꿈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위치해 있는 한 농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깻잎이 자라고 있다.
서현권 동아대 생명자원산업학과 교수(에이넷테크놀로지 대표)
이후에는 문정우 금산군수(57)가 적극 나섰다. 농업인 출신으로 누구보다 깻잎 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문 군수가 팔을 걷어부치고 아마존 유치에 나섰다. 문 군수는 "깻잎 농사는 하우스 시설 개폐, 병충해 예찰, 관수 조절, 액비 공급 등 연중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고된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며 "AI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을 접목하면 획기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재배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하면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고령농들이 깻잎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정우 금산군수(왼쪽)가 추부면에 위치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민 박종섭 씨 부부와 함께 다 자란 깻잎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금산군]
기본적으로 작물 모니터링을 위한 센서도 다양하게 설치될 전망이다. 카메라가 작물이 자라는 상태를 24시간 지켜보면서 발육과 병해충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금산군의 도움을 얻어 우선 10개 정도 농가를 선정해 AI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한 뒤 향후 성과에 따라 지원 농가를 늘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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